고객 불만은 늘 알아야 한다
경영 계획을 세우면서 찾는 게 ‘근거’입니다. 한창 계획을 세우거나 이미 세운 시즌이라 다들 근거를 어떻게 마련할지 고민이 많은 시기이기도 합니다. 그 근거를 만드는 방법으로 경영 전략은 크게 몇 가지 흐름으로 구분될 수 있습니다.
1980년대부터 지금까지 무난하게 이어진 경쟁 전략, 1990년대 이후 급부상한 역량 분석, 2000년대 이후 주목한 기업 문화 및 현장을 통한 변화 계획 등입니다(용어는 제 기준으로 쓴 것이니 대략 뜻이 맞다면 양해 부탁드립니다. 회사마다 쓰는 용어가 다르고 어차피 영단어니까요).
먼저 나온 경쟁 전략은 상당히 연역적인 접근을 하는 방식이고 중장기적인 방향과 관련이 높아 전통적인 컨설팅 방법론으로 많이 활용되었지만, 높은 필요성에도 불구하고 빠른 변화를 반영하기에는 다소 느리고 데이터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추정에 가까운 일에 불과합니다.
그래서 현장을 통한 전략의 빈번한 수정이 주목받았고, 기본 미션만 남기고 세부적인 것은 사실상 무계획에 가까운 계획 수립이 이뤄지는 기업이 많습니다. 호텔 로비에서 손님을 받으면서 사업 방향을 짜는 호텔 경영자나 주유소에 몇 주간 지내면서 주유소 유통망 대안을 생각하는 사업 책임자 등 현장 경영을 표방하며 즉각적인 고객 만족을 꾀합니다.
이런 변화는 기존에 사무실에서 고객 접점과 유리된 채 방향을 잡지 않는다는 점에서 안 하는 것보다 분명 좋은 방향입니다. 로컬라이즈 되지 않은 글로벌 브랜드의 실패, 국내 시장에 맞게 상품을 내놓지 못한 글로벌 소비재 기업의 철수와 연속된 부진, 글로벌 리테일러와 패션 기업의 국내 경영 실적 악화를 볼 때 사무실에서 시장의 세분화에 맞는 전략을 준비하지 못하면 아무리 역량이 있어도 부진을 피하기 어려워 보입니다.
현장을 주문하고 사무실에 오는 것을 금기시까지 하는 회사도 많습니다. 인위적으로 사무실을 축소하거나 사무실을 없애는 등 다소 과할 정도의 현장화를 추구하는 기업들이 있습니다. 보고나 결제, 회의가 간소화되고 없어진다면야 현장에서 기존 전략을 계속 보고 고객을 통한 인사이트를 찾는 것은 분명 바른 방향일 것입니다.
그러나 ‘고객 불만 해결=전략’은 아니다
하지만 마치 불만 해결이 전략인 것처럼 일하는 회사도 있습니다. 사실상 전략은 없고 현상을 나열하고 그것을 몇 가지로 줄이면서 핀볼게임을 하듯 그때그때 맞춰 나가는 회사죠. 이런 회사들의 특징은 전략에 따른 역량 준비가 부족하고 실제로 시장에서 차별화된 가치를 줄 능력이 부족한 경우가 많습니다.
커머스를 하는 회사가 고객 불만들을 쭉 정리한다고 합시다. 접속이 느리거나 검색 알고리즘이 너무 단순해서 찾는 게 안 나온다든지 배송이 다른 쇼핑몰에 비해 몇 일씩은 더 걸리는 이런 불만을 쭉 정리했습니다. 계획을 수립하기 전에 마땅히 해야 할 일입니다. 아직 이 서비스는 작은 규모고, 시장에는 더 강력한 경쟁자들이 뚜렷한 콘텐츠를 가지고 우위를 점했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이 회사가 고객 불만을 정리한 내용만을 가지고 앞으로 해야 할 일을 정리하면 시장에서 계속 성장하면서 버틸 수 있을까요? 전체적인 시장에서 어떤 콘텐츠 분야에서 우위를 점하고 서비스가 어떻게 다를 수 있는지 고민해야 할 시간에 고객 불만을 나열해서 해결한다고 고객이 다시 찾아올까요?
차별화 가치
비교적 단순한 문제인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 이렇게 전략을 짜는 회사가 많습니다. 책임자의 머리에서 전략이 없고 단순히 귀납적인 현상을 통해 전술을 취합하죠. 고객은 이 불만을 해결하면 다시 저 불만을 이야기합니다. 당연한 일이죠. 지금의 불만을 중요한 것부터 순서대로 정리하고 해결한다고 해도 지금 고객이 느끼는 수준에서 해결밖에 안 됩니다.
대중적인 처방이지 체질을 바꾸는 처방은 아닙니다. 검색을 통한 매출 비중이 높기 때문에 검색 알고리즘을 더 비싸게 소싱해서 만들어도 기본적으로 업의 본질인 좋은 상품을 싸게 유통하지 못하면 트래픽 자체는 큰 변화를 보일 수 없습니다.
신세계가 공산품과 PB에서, 롯데가 신선식품에서 뚜렷한 차이를 보이듯, 무신사가 스트릿의 다양성과 트렌드를 계속 사업의 지향점으로 삼듯 업의 본질에서 전략 방향이 없으면 아무리 고객 불만을 해결한들 성과가 크게 개선되기는 어렵습니다. 고객 불만은 참고사항이죠. 독단적으로 전략을 잡지 않기 위해 평가받는 것으로 고객 불만을 생각할 때 불만은 높은 가치를 보일 수 있습니다.
부분 최적화
불만 해결이 전략 자체가 될 수는 없습니다. 출발점은 될 수 있죠. 오히려 불만해결이 사업 프로세스의 부분적인 최적화로 남을 수 있습니다. 기존에 알지 못했던 시장의 흐름을 고객 불만, 그 이면의 고객이 원하는 것을 통해 하나의 단서로 잡을 수는 있겠죠.
물류가 너무 느리다면 물류 체계를 바꾸는 그림이 전사적인 방향 속에서 고쳐지는 데 시작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물류만 고칠 수는 없죠. 부분적인 최적화만 날 수도 있으니까요. 상품을 소싱하고 필업하고 지불 시스템을 바꾸는 일이 준비되지 않은 채 물류 속도만 빨리하기 위해 프로세스를 억지로 만들고 변경한다면 사후 처리가 더 힘들 수 있을 테니까요.
고객 불만은 구체적이기 어렵습니다. 고객이 제품과 서비스를 실제 만들거나 전문적으로 소비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 구체적으로 어떻게 바꾸는 것이 좋을지 조언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단순히 ‘여기서 시킨 옷은 너무 진부한 것 같다’ ‘이 매장의 서비스는 불친절하다’ 수준이지 어떻게 바꾸는 것은 기업의 몫이며 이것은 결국 전체적인 전략하에서 전사적인 목표가 될 수 있습니다.
저마다 들은 불만이 서로를 끌어당기는 비전략적인 모습으로 반영될 수도 있습니다. 한쪽은 가격이 싸야 하고, 한쪽은 품질이 더 좋아야 한다고 말하면 둘 다 만족할 혁신적인 원료를 찾아 제품으로 만들지 않는 이상 매우 어려운 목표가 되기 때문입니다. 중앙에서 조율하지 않고 개별로 이런 불만들을 처리하면 기업의 방향은 사라집니다.
사업 이야기는 없고 경영 프레임만 남은 회사
구체적이지 않은 고객 불만에서 전사적인 목표를 잡고 구체적인 방향을 잡는 것이 사업을 얼마나 알고 사업의 미래를 어떻게 바라보는지 디테일의 차이입니다. 두리뭉실할 수밖에 없는 고객 불만을 역시 두리뭉실한 대안으로 처리하는 것은 문제의 근원적 해결에 도움이 될 수 없습니다.
고객 불만이 하나의 전략 프레임이 된 것은 사실 경영 프레임만 있고 사업의 실체에 대해서는 잘 모르는 ‘돈 버는 법’을 모르는 책임자들의 능력이 원인입니다. 팀원들이 어떻게 전략을 짤 수 있을까요. 회사의 자원이 뭐가 있는지도 다 모르고 네트워크도 넓지 못한 조직의 말단보고 고객 불만을 정리해서 사업상 어느 프로세스를 바꾸어야 하는지 가져오라고 한다는 것 자체가 방임이죠.
사실 높은 연봉을 받는 책임자는 원론적인 이야기만 하고 마치 조직원들을 성장시키겠다는 명목하에 사업 자체에 아무 기여하지 않습니다. 경험으로 인한 과거 사례만 나열할 뿐 지금의 변화된 시장에는 무감각하고 스스로도 잘 모른다고 일부 생각하니 아예 아무 이야기도 안 꺼내놓거나 자신이 개인적으로 겪은 이야기를 마치 세상의 모든 경향처럼 떠들어 대죠. 노력하면 다행이지만 아무 외부 인풋에 안테나를 꺼둔 채 이론서만 붙잡는다면 현상은 반복될 뿐입니다.
원문: Peter의 브런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