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무의 통합과 파괴는 현대 경영학이 마주한 중요 과제 중 하나입니다. 과거 관료제를 벗어나 정보 활용의 방식에 따라 변해야만 하는 직무의 정의는 기존 기득권의 변화 거부로 회사 내에서 불필요한 비용을 발생시킵니다. 얼핏 보면 다수를 위한 시스템으로 보이는 것도 정작 실무자들의 요구와는 상관없는 방향으로 존재하는 일이 생깁니다.
실무자들은 변화하는 직무 지형도에 관심이 많습니다. 과거 부모 세대에서 일했던 직무들이 사라졌다는 것을 피부로 느끼고 최근 10여 년간 현장에서 사라지고 뜨는 직무가 무엇인지도 관심이 많습니다. 직무 강좌가 성황리에 이뤄지는 이유도 이런 수요는 존재하지만 제공해주는 곳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증거이기도 하죠.
직원들은 새로운 직무 변화에 맞게 스스로 학습하고 변화하고 싶어 합니다. 자율적인 변화죠. 기업 내부에서 스스로 일하는 방식을 바꿀 수만 있다면 더 경쟁력 있는 직무로 스스로를 다시 정의하길 원하는 원래는 일이 좋아 입사한 직원들이 생각보다 적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런 직원들의 성장을 아이러니하게도 회사가 막습니다. 회사가 기존의 직무 틀 안에 직원들을 가두는 것이죠. 예전 글에서 다룬 내용이지만 기업 내부에서 회의하는 횟수가 증가할수록 직무 정의가 제대로 안 됐다는 증거라고 말씀드렸습니다. 통합해서 할 수 있는 일을 굳이 나누어 일의 시간도 소요되고 불필요한 의사소통을 통해 서로의 온도 맞추는 작업을 해야만 합니다. 더군다나 간편하게 할 수 있는 일을 비용으로 만듭니다.
대표적인 것이 정보 활용의 기초가 되는 BI입니다. 기업에서 발생하는 데이터를 보고 관점에 맞게 집계할 수 있고 숫자와 차트로 볼 수 있도록 만들어지는 이 시스템은 데이터를 다루는 능력이 부족해도 손쉽게 모두 비슷한 레벨에서 분석할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처음 기업에서 이런 시스템을 도입할 때만 해도 모바일 세대, 온라인 세대가 아니었던 내부 리더들에게 편리한 수단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미 디지털 환경 위에서 살아가는 실무자 연령대에서는 새로운 시스템이 아닌 경우가 많습니다. 오히려 기존 BI의 불편한 인터페이스에 놀라는 경우가 더 많죠.
하지만 여전히 정보는 수요자가 직접 조회하도록 만들지 않고 반드시 데이터를 기획하는 기획자나 IT 부서를 통해 전달되도록 강요받습니다. 하나의 단계가 존재하는 것이죠. 이 단계를 없애지 않는 이유는 실무자가 언제 그런 것까지 배워서 하느냐는 논리 때문이지만, 실은 이 단계를 없애면서 새롭게 정의되는 직무들이 있다는 것은 간과합니다.
기업 구성원 모두가 파이선을 배우기로 했다는 기업까지 가지 않더라도 최근 각광받는 데이터 과학자나 그로스 해커는 모두 이런 직무 파괴를 통해 고객 창출의 본질에 다가가는 시도에서 비롯된 직무입니다. 이런 직무는 기존에 기획, 영업, MD, IT, 마케팅 등으로 각 잡히게 나눠진 조직을 혼란스럽게 만듭니다.
어디에 소속시킬지 리더들은 당황합니다. 실제 새로운 직무를 시도해보려는 많은 기업이 초반에 혼란스러운 과정을 거치면서 가장 적합한 자리를 찾아가는 노력을 합니다. 노력이 없다면 변화는 과거 직무를 단순히 물리적으로 이합집산하는 것에 불과합니다. 고객과의 단계는 줄어들지 않은 채 말이죠.
물론 기존 리더가 이런 직무 변화 과정에서 스스로의 포지션을 어떻게 잡아야 할지 정리되지 않은 게 변화에 대항하는 잠재적인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이런 직무가 무엇인지, 무슨 일을 하고 어떤 가치를 낳는지 고민 없이 다른 혁신을 외치는 리더도 많기 때문이죠.
그들은 직무와 직무 사이를 잇는 고전적인 IT 솔루션이 경영의 첨단을 보여줄 것으로 생각하지만, 값비싼 소프트웨어에 의존할수록 오픈소스를 통해 혼자서도 간단한 일을 할 수 있는 능력 있는 직원들을 지치게 만듭니다. IT 솔루션 회사와 한 직능만 수행하는 직원들을 위한 셈이죠.
직원들은 더 배우길 원합니다. 선망하는 기업들에 다니는 직원들과 비교해 자신의 능력이 무엇이 부족한지 무엇을 채워야 하는지 실무에도 적용할 수 없는 스킬을 배우는 데 그칩니다. 그러니 기업은 더 구조적으로 혁신에 접근해야 합니다.
직무를 바꾸는 것은 실무자들에게 엄청난 스트레스를 주기도 합니다. 실제 퇴사의 원인이 되는 이유 중 하나죠. 또 모두가 직무를 바꾸어야 할 이유도 없습니다. 처음에는 지원자를 받아 직무를 스스로 정하는 조직을 만드는 게 좋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과부하를 양산하는 직무 통합이 아닌, BI를 통해 예를 든 단계를 만들어서 고객과의 의도가 비즈니스 프로세스에서 왜곡되는 것을 막는 수준으로 직무 정의가 필요합니다.
물론 자원해서 직무를 바꾸는 과정을 진행하는 데 인프라나 지원이 필요할 수도 있습니다. 이런 시도가 맞다고 생각하면 시간이 걸려도 피드백을 계속하면서 발전시키는 것이 중요합니다. 고전적인 시스템들이 계속된 관리 부재 탓에 더 이상 쓰지 않고 막대한 운영비가 나가는 것만 봐도 연속적인 개선과 추진이 얼마나 중요한 철학인지 알 수 있으니까요.
원문: Peter의 브런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