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교회에 갔는데 ‘퀴어 반대 집회’에 갈 사람들을 모집하고 있었다. 얼마 전에는 동성애 반대를 위한 서명을 받았다. 차별금지법이 제정되면 일어날 일들을 적어 놓은 글도 교회 안에서 쉽게 볼 수 있다.
설교 시간에는 차별금지법이 동성애를 조장하는 법이라고 대놓고 말한다. 특정 정치인을 반대하는 이유는 동성애를 옹호하는 발언을 해서다. 그것을 막기 위해서라면 계급배반에 해당하는 정치적 선택도 서슴지 않는다. 자신들 삶을 더 나아지게 하는 정책을 선택하는 대신 동성애를 막아줄 ‘극우’ 정치인을 지지한다. 이런 과정에서 혐오는 자연스럽게 학습되고 전파된다, 다름 아닌 ‘사랑의 종교’라는 개신교 교회에서.
‘에스더 기도운동’이 대표적인 사례다. 동성애와 이슬람교를 반대하는 것을 넘어 자기들 생각에 더 많은 사람들을 동조시키기 위해 조직적으로 댓글을 조작했다. 잘못된 정보를 섞어 사람들에게 공포를 심는 방법으로 가짜 뉴스를 전파하면서도 죄책감이 없다. 이렇게라도 ‘하나님의 뜻’을 이뤄야 한다는 그들의 말에는 사명감마저 감돈다.
같은 종교를 가진 타 단체들을 빨갱이라고 비방하는 짓도 서슴지 않는다. 극우 정치인들이 생각이 다른 이들에게 흔히 써먹는 수법이다.
<한겨레> 보도에 따르면 에스더 기도운동은 2012년 대선 당시 박근혜 후보 선거운동의 일환으로, 문재인 후보에 관한 가짜 뉴스를 유포했다. 또 우파단체 활동가 양성을 목적으로 박근혜 정부에 43억 원의 자금 지원도 요구했다. 기독교 단체인 에스더 기도운동은 종교 활동이 아니라 정치 행위를 한 것이다.
개신교 교회 부흥의 한 축은 ‘반공주의’다. ‘미국물’을 먹은 이승만은 ‘독실한 크리스천’임을 자처했는데, 반공주의 위에 정권 정당성을 확보하고자 했다. 국가의 존립과 경제적 위기 상황에서 국민과 신도를 결집할 확실한 이데올로기였던 셈이다. 극우 정치 세력과 결탁한 개신교는 70~80년대 국가조찬기도회 등으로 명실상부한 주류 종교로 자리매김했다.
문제는 이러한 반공주의가 시들해지고 남북 평화와 화해의 시대가 다가오자 새로운 결집 이데올로기가 필요해졌다. 동성애와 이슬람교 혐오는 반공주의를 대체할 먹잇감으로 선택됐다. 노골적인 혐오를 ‘하나님의 뜻’으로 포장한다. 가짜 뉴스를 통해 그런 혐오를 확장하고 정당성을 부여하려 했다.
진짜 한국교회의 위기는 따로 있다. 최근 인천과 충남의 교회 목사가 여신도를 성폭행해 논란이 일었다. 명성교회 등으로 대표되는 대형 교회의 세습, 목회자 양성학교인 총신대 총장의 배임·횡령 문제 수습도 여전히 진행 중이다. 목사를 대기업 재벌 회장님처럼 떠받드는 것도 하나님을 믿는지, 목사를 믿는 것인지 헷갈리게 한다.
이런 것들이 교회의 진짜 문제다. 동성애와 이슬람교 혐오가 진짜 개신교의 문제를 눈감게 하고 교회를 병들게 한다. 혐오에 앞장서는 이들은 이런 교회의 문제에 어떤 생각을 하는 걸까?
‘에스더’는 성경에 등장하는 인물이다. 유대인인 그녀는 자기 민족을 몰살하려는 이로부터 민족을 구한 여인이다. 개신교가 진짜 위기로부터 교회를 지킬 방법은 혐오의 안경을 벗는 데서 시작된다.
출처: 단비뉴스 / 필자: 장은미 기자 / 편집: 박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