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25일 바르셀로나에서 MWC가 열렸지요. 이동통신 강국답게 우리나라도 매년 많은 기업과 인원이 전시와 참관 등 목적으로 MWC에 갔습니다. MWC를 비롯해 해외 유명 전시회들은 특성이 조금씩 다릅니다. 가끔 신문으로 정보를 접하는 분들이야 별 차이를 못 느껴도 무방하지만, 의외로 참관하러 출장 가는 기업에서도 좀 더 큰 그림은 잘 모르는 경우가 많네요.
CES 다녀왔는데 MWC 또 갈 필요가 있나요?
또는,
CES랑 MWC 하나를 택한다면 어딜 가는 게 나은가요?
꽤 자주 듣는 질문입니다. 이번 기회에 간단히 정리해볼게요. 이 글은 제가 2004년부터 매년 아래의 전시회를 참가한 개인적 경험을 기반으로 정리했습니다.
CeBIT
- 3월, 독일 하노버, 최대 85만 명(2018년 12만 명)
IT산업에 오래 계셨던 분은 들어본 적 있는 “봄 CeBIT, 가을 Comdex” 시절의 맹주입니다. CeBIT은 2000년대까지 전자 전시회를 절묘하게 양분했고 그중에서도 원톱이었습니다. 이유는 봄 무렵의 가장 큰 행사였고, 독일개최라 유럽이 중심이 됩니다. 후에도 보겠지만, 대륙 안배도 은근 중요합니다.
CeBIT은 사무자동화, 정보기술 및 통신(Centrum für Büroautomation, Informationstechnologie und Telekommunikation)의 약자로 1970년대부터 있었습니다. 출발이 사무기기 전시회라서 가보면 유독 사무용품의 비중이 큰 게 인상적이었습니다. 모든 플랫폼이 그렇듯 사람이 모일 구실과 인지도만 있으면 다른 어젠다를 끼워 넣어 가는 게 주최자, 전시기업, 참관자 모두에게 이익이라 CeBIT은 100만 가까운 참관객이란 어마어마한 규모의 원톱이 되었지요.
그러나 후술할 CES의 직격탄을 맞게 됩니다. 2007년 업계가 놀랄 만큼 참관객이 감소했고, 이후 쇠락해 작년을 마지막으로 무기한 취소되었습니다. (보통 전시회가 사라지는 수순입니다.)
Comdex
- 1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 최대 20만 명
앞서 설명한 대로 Comdex는 가을+미국 주최라는 강력한 이점으로 매년 하반기, 미디어의 관심을 한몸에 받았습니다. 그리고 ‘Computer Dealers’ Exhibition’이라는 이름대로 컴퓨터, PC 위주의 행사였습니다. 항상 시대의 총아에는 묻어가기 마련인지라 Comdex에 IT 관련한 하반기 전시가 밀려들었지요.
그러다가 Comdex에 큰 변화가 생깁니다. CES지요. 1월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CES가 미국+연초라는 이점으로 인해 주요 기업들의 참여가 몰리는데 그 직격탄이 컴덱스였습니다.
일단 쇠락하여 범용재가 된 PC 산업이 태생이라는 한계점도 있었고, 기업들이 대규모 론칭 또는 주요 발표를 하기에 연초가 주는 상징성도 컸습니다. 애매한 11월보다 긴 연말·연휴 끝이라는 시점도 작게나마 한몫했겠고요. 어쨌든 Comdex는 2003년을 마지막으로 무기한 취소가 되었고,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집니다.
CES
-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 최대: 18만 명(2018년 18만 명)
CES는 ‘Consumer Electronics Show’입니다. 번역하면 가전 쇼지요. 그래서 CES가 맞고, CES Show라고 하면 역전 앞 같은 겹말 오류가 됩니다. 1960년대부터 시작된 CES는 말 그대로 가전 전시회가 모태입니다. PC가 범용화되어 사라진 컴덱스처럼, IT 업계 전체가 들썩이는 큰 행사는 아니었습니다.
그러다가 2000년대 넘어오면서 TV를 비롯한 디지털 가전이 나오면서 시대의 총아로 컴백했습니다. 지금도 디지털 가전과 모바일을 비롯해 자동차 전장 관련해서는 메이저급 전시회입니다. 매년 초 CES에서 굴지의 기업이 핵심적인 발표를 하는데, 이 피치들을 잘 분석하면 한해의 흐름을 읽기에도 좋습니다.
사족으로 전시회 참관이 가장 불편하기도 한 게 CES입니다. LVCC라는 컨벤션 센터가 크지만 그럼에도 장소가 모자라 여러 호텔에 분산되어 개최되는데 그 사이가 상당히 멀어 걷기에 힘든 거리고 택시를 타려면 잡는데 시간이 좀 걸리는 문제가 있습니다. 동선을 잘 짜서 홀 간 이동을 최소화하는 게 핵심이지요.
MWC
- 2월, 스페인 바르셀로나, 최대 10만 명(2018년 10만 명)
최근 10년 정도 CES가 급부상하면서 자리를 내준건 comdex뿐이 아닙니다. 맨 앞에 소개한 CeBIT도 그러하지요. CeBIT의 참여 범위가 CES와 거의 겹치는데 일정이 3월이다 보니 1월 CES에서 발표한 내용을 재탕하는 경우가 많고 경비 절감 차원에서 참가를 포기하는 경우도 많아 갑자기 내실이 없어졌습니다. 하지만 CeBIT이 Comdex와 전시시장을 양분할 때 포지셔닝이, 봄-가을이라는 시기도 있지만 유럽-미주라는 지역도 있었지요.
CES가 석권했대도 유럽에 주요 전시회가 필요했습니다. 가을-유럽이 제일 좋지만 숟가락 얹을 만큼 메이저급 전시회는 없습니다(대안 하나는 IFA인데 후술하겠습니다). 이 자리를 꿰찬 게 MWC입니다. ‘Mobile World Congress’인데, 그전에는 3GSM World라고 이름마저 기술기술 느낌 물씬 나는, 그냥 이동통신 관련 그들만의 전시회였습니다. 그런데 CeBIT이 망가지면서 그 반사이익을 고스란히 챙길 수가 있었지요.
우선은 이통 관련이라 가전이 모태인 CES와 다른 고유의 색이 있었습니다. 최소한 개최의 손익분기는 넘지요. 게다가 2월 개최니 CES와 겹치지 않는 선에서 연초의 행사가, 그것도 유럽에서 열리는 겁니다. 따라서 MWC는 유럽에서 연초에 개최되는 전시회로 포지셔닝되고 현재 맹위를 떨칩니다. 초대형 글로벌 기업이 아닌 한 상당수 유럽 기업은 MWC에서 먼저 선보이는 제품과 아이디어가 많습니다. 기본적으로 이통 태생의 전시회라서 이통 관련 장비, 사용자 디바이스, 앱과 서비스 등 전시의 폭이 넓습니다.
MWC에서는 무엇을 봐야 하는가
MWC 가는 분은 주로 이동통신과 모바일 폰, 앱과 모바일 서비스에 관심이 있을 겁니다. 그러나 유럽 기반의 전시회라 현지에서는 유명하지만 이름이 익숙지 않은 회사들도 많으니 사전에 디렉토리 좀 살펴보고, 무엇보다 현지에서 부지런히 부스 다니면서 직접 접하면서 배우면 큰 도움이 됩니다.
시장 규모나 선진성에서 미국에는 살짝 떨어지지만, 전통의 강호이며 미국과 양대 축을 이루는 경제권인 유럽에서 어떤 생각과 흐름으로 가는지 파악하기엔 매우 좋은 기회입니다. 글로벌 회사들은 대부분 등장하니 흐름을 짚어보기도 좋고요.
IFA
- 9월, 독일 베를린, 최대 24만 명(2018년 24만 명)
연초에 CES, MWC라는 미국과 유럽의 대형 전시회가 있습니다. 물론 그 외에도 미주, 유럽, 중동, 아시아 도시에서 개최되는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산업별 전시회는 많지요. 그래도 가을에 글로벌급 대형전시회가 필요한 건 사실입니다. 그래서 무주공산처럼 하반기 빈집털이를 한 게 IFA입니다.
‘Internationale Funkausstellung’ 번역하면 국제 라디오 쇼고 역사는 매우 깁니다. 1914년에 시작되어 매년 개최되다가 당연히도 라디오라는 기술이 범용화가 됨에 따라 격년으로 개최되는 군소 전시회였습니다.
그러다가 CES의 등장으로 전시회 판도가 변하면서, 2005년부터 매년 개최로 변경되었습니다. 유럽에서 열리는 행사이긴 하지만, 가을에 단연 눈에 띄는 규모의 행사인지라 글로벌 진출을 한 미국 및 전 세계 기업도 대거 참여하는 메이저급 행사로 부상했습니다.
마치며
가급적 짧게 쓰려고 노력했습니다. MWC뿐 아니라 IFA, CES 참관하시는 분들께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참관객 수를 적은 것은 단지 정량적인 상상을 하시라고 적은 것입니다. 전시회의 규모와 내실은 참관객뿐 아니라 전시 참여기업의 숫자, 그리고 대형부스를 대관하는 글로벌 기업의 숫자 및 전시 준비상태, 전시장의 넓이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합니다.
실제로 가보면 후끈후끈한 전시회와 시들시들한 전시회가 딱 구분이 됩니다. 오래 지켜보아 큰 맥락에서 틀리지는 않겠지만, 제가 놓친 부분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해외 전시회를 상업적 또는 리서치 목적으로 충분히 활용하고자 하는 분들을 위해 정리한 글이니, 다른 시각이나 오류는 댓글로 알려주시면 상황에 맞게 업데이트를 하겠습니다.
나중에 마음이 내키면 전시회 참관 전후로 필요한 점을 정리해도 재미날 듯하네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원문: Tony Kim의 브런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