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스마트폰에는 10개 정도의 쇼핑 앱이 있습니다. 사고자 하는 물건에 따라 쇼핑 서비스를 골라서 이용하는 편입니다. 그런데 최근 세네 달은 신기하게도 1개만 사용하고 나머지 9개는 켜지도 않은 채 업데이트만 하고 있습니다. 아이폰 고유의 앱 업데이트 후 아이콘 위에 보이는 파란색 점이 9개 앱에는 그대로 있고 이 파란 점이 없는 유일한 쇼핑 앱은 ‘쿠팡’뿐입니다.
요즘 제게 모바일 쇼핑은 ‘쿠팡 Only’입니다. 거의 모든 모바일 쇼핑을 ‘쿠팡’에서 하고 있죠. 생수, 화장지, 샴푸 등과 같은 기본적인 생필품부터 컵, IT 기기, 과일, 채소 등 필요한 대부분 물건을 쿠팡에서 주문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해외에서 판매하는 영양제도 쿠팡이 제공하는 ‘로켓 직구’를 통해 사고 있습니다. 이쯤 되면 쿠팡 없는 모바일 쇼핑은 상상할 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지 모릅니다.
예전과 확연히 다른 쇼핑 패턴을 보이게 되었습니다. 예전에는 사고자 하는 물건이 생기면 네이버를 가장 먼저 찾았습니다. 제품명을 검색해서 최저가 정렬을 했고 배송비를 포함해 상품 가격이 가장 저렴한 곳을 선택했습니다. 생필품 같은 경우는 간혹 티몬이나 위메프를 통해 사기도 했습니다. 그랬던 저의 모바일 쇼핑 패턴이 이제는 ‘쿠팡’으로 통일된 것입니다. 이번 글에서는 저의 모바일 쇼핑 패턴이 어떻게 바뀌게 되었는지, 그리고 왜 그렇게 바뀌게 되었는지 주관적으로 생각해본 이유를 적어보고자 합니다.
쇼핑의 ‘뒷단’을 건드린 쿠팡
온라인 쇼핑은 크게 사업자의 영역에 따라 앞단과 뒷단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앞단은 상품을 탐색하고 최종 결제가 이뤄지는 곳, 바로 커머스 서비스입니다. 뒷단은 이 주문된 상품을 고객에게 실제로 전달하는 역할을 합니다. 수많은 택배 회사가 이 역할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온라인 쇼핑은 앞단(커머스 사업자)과 뒷단(택배 회사)이 이어지면서 하나의 흐름을 만들어왔습니다.
앞단과 뒷단은 각자의 역할에 충실하며 국내 온라인 커머스를 키웠습니다. 커머스 사업자는 매력적인 쇼핑 탐색을 고객에게 제공하기 위해 MD 큐레이션을 강화하고 우수 셀러를 영입하면서 다양한 상품으로 탐색의 재미를 제공했습니다. 또한 가격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쿠폰, 할인 마케팅을 상시적으로 진행하면서 상품에 대한 최종 결제를 자사 서비스에서 하도록 끊임없이 유도했죠.
그렇게 역할을 마무리한 커머스 사업자는 이후 ‘물류’ 단계를 택배 회사에 전적으로 맡겼습니다. 택배 회사는 물류센터를 갖추고 물류망을 효율화해 내가면서 빠르고 안전하게 상품을 배송했습니다. 그 덕분에 온라인 쇼핑이 본격 성장할 수 있는 물류 인프라가 갖춰졌습니다. 이처럼 앞단과 뒷단은 각자 열심히 노력하면서 원활한 쇼핑 흐름을 만들어냈습니다.
이렇게 분리되어 있다 보니 커머스 입장에서는 아쉬운 부분이 있었습니다. 가격 경쟁력 이외에 배송에서 차별화된 경쟁력을 갖추고 싶어도 그럴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택배회사가 빠른 시일 안에 고객에게 상품을 전달해주기만을 바랄 수밖에 없습니다. 더 빠른 배송은 안 되는지, 언제 확실히 배송이 되는지, 현재 배송이 어디쯤 갔는지 커머스 사업자는 그저 손 놓고 있어야 했죠. 게다가 쇼핑 최종 단계에 대한 데이터도 전혀 쌓을 수 없었습니다. 쇼핑의 뒷단을 버리는 것과 다름없었죠.
그런데 쿠팡이 이 쇼핑의 ‘뒷단’을 건드렸습니다. 어느 커머스 사업자도 차마 건드리지 못했던 ‘뒷단’을 건드린 거죠. 직접 물류 센터를 갖추고 쿠팡맨을 운영하면서 2014년에 ‘로켓 배송’을 시작했습니다. 그 덕에 쇼핑 ‘앞단’에만 머물러 있던 커머스 사업자의 한계를 벗어나기 시작했습니다. 배송을 직접 하면서 쇼핑 전체 흐름에 일관된 고객 경험을 줄 수 있게 되었고 잃고 있던 뒷단의 데이터 역시 챙길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정점은 ‘로켓 와우’로 고객에게 다가왔습니다.
‘로켓 와우’가입으로 쿠팡 Only가 되다
‘로켓와우’는 월 2,900원만 지불하면 ‘로켓 배송’상품을 무제한으로 무료 배송해주는 멤버십 상품입니다. 기존까지는 로켓 배송을 위한 최소 배송 금액 기준이 있었으나 이 멤버십에는 기준이 아예 없습니다. 단 몇천 원 상품이더라도 무료 배송이 가능하고 심지어 내일 도착합니다. 이렇게 ‘배송’을 건드리는 멤버십을 출시할 수 있는 이유는 쿠팡이 그동안 쇼핑의 ‘뒷단’을 건드려왔기 때문입니다.
‘로켓와우’는 멤버십 출시 초반에 무료 체험 기간을 제공하면서 론칭 4개월 만에 150만 명이 넘게 가입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저 역시 무료 체험 기간에 멤버십을 신청했는데요. 무료 체험 기간이 끝나더라도 계속 사용할 예정입니다. 일반적인 배송비가 2,500원인데 한 달에 딱 1번만 상품을 주문해도 본전이기 때문입니다.
사실 ‘로켓 와우’ 가입 전까지는 쿠팡에 대한 의존도가 그리 높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이 멤버십에 가입하고 나서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몇 푼의 상품이라도 무료 배송이 가능하다는 인식이 머릿속에 각인되자 무언가를 사려고 할 때 쿠팡을 가장 먼저 떠올리게 되었습니다. 이 정도 가격이면 분명 다른 커머스에서는 배송비를 받을 거야, 그러면 쿠팡에서 주문하는 것보다 100% 더 비싸겠지, 라는 의식 흐름이 만들어졌습니다.
예를 들면 세안제(평균 2~3,000원)를 사려 할 때 당연히 다른 커머스에서는 무료 배송 기준이 있거나 배송비가 붙는다는 것을 떠올리게 됩니다. 그러면서 ‘무료 배송’이 가능한 쿠팡으로 직행하는 것과 비슷한 흐름이죠. “무료배송, 내일 도착” 이 말이 머릿속에 강렬히 박히게 된 순간 다른 쇼핑 서비스는 선택 리스트에서 사라졌습니다.
온라인의 상품 가격 = 상품 가격 + “배송비”
제 경험상 지금까지의 쿠팡 상품 가격은 최저가가 아닌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래서 ‘가격이 좀 비싸다’라는 생각을 늘 가지고 있었죠. 그렇다 보니 가장 먼저 찾는 쇼핑 서비스는 아쉽게도 아니었습니다. 거기에 배송비까지 더해지면 다른 곳보다 ‘확실히’ 비싸지니 쿠팡은 늘 제외 대상이었죠.
하지만 ‘로켓와우’를 사용하면서 제품 가격이 바로 ‘최저가’가 되는 경험을 하게 되었습니다. 온라인상에서의 상품 가격은 오프라인과 달리 상품 가격 자체만이 아닙니다. ‘상품가격+배송비’죠. 상품 가격 그 자체만을 가격으로 볼 것이 아니라 배송비도 함께 고려한 전체 가격을 생각해야 합니다.
순수한 상품 가격은 다른 곳보다 높더라도 배송비를 없애니 상품 가격이 저렴해지는 효과를 불러왔습니다. 한순간에 ‘최저가’를 구매하는 쇼핑 경험을 하게 된 거죠. 일반적인 배송비(2,500원)가 제외되니 순수 상품 가격이 다른 곳보다 2,500원까지 비싸더라도 쿠팡을 선택할 명분이 만들어졌습니다. 게다가 일반 택배 배송보다 더 빨리 오는데 이를 외면할 이유가 고객 입장에서는 전혀 없습니다.
게다가 ‘배송’은 모든 카테고리에 동시적으로 혜택을 줄 수 있습니다. 다른 커머스가 특정 카테고리를 전략적으로 내밀며 할인, 쿠폰 마케팅을 하는 것과 다른 차원이죠. 한순간에 모든 카테고리의 제품 가격을 ‘최저가’로 만들어버린 것이 바로 ‘로켓와우’입니다. 그리고 ‘최저가’는 결국 모든 카테고리를 경쟁력 있게 만드는 효과를 거뒀습니다.
이처럼 한순간에 ‘최저가’가 되어 버린 쿠팡에서 여러 차례 구매를 하다 보니 습관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자연스럽게 ‘가장 저렴하게 판매하는 곳’으로 인식 상 자리 잡게 되었고 네이버 검색창을 찾는 대신 쿠팡 검색창을 가장 먼저 찾게 되었습니다. 어느 커머스도 쉽게 도전하지 못했던 ‘쇼핑의 뒷단’을 갖게 되자 가능해진 일입니다.
5초 안에 가능한 결제와 확실한 배송 컨트롤
쇼핑에서 ‘결제 편의성’을 갖추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구매를 결심해도 결제의 복합성 때문에 이탈하는 고객도 생기게 되며 부정적인 결제 경험이 쌓이게 되면 그 서비스를 더 이상 사용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구매를 결심한 고객이 마음 바뀔 틈 없이 빠르고 간편하게 결제할 수 있는 것이 중요합니다.
좋은 결제 경험의 대표주자는 ‘네이버페이’입니다. 네이버 ID만 가지고 있고 계좌 또는 카드를 등록해놓으면 바로 결제가 가능합니다. 그래서 그런지 커뮤니티에서는 ‘네이버페이’를 통장을 텅장으로 만드는 서비스라고 부르며 결제액은 매해 증가하고 있으며 2,600만 명이 가입한 ‘국민 페이’ 서비스가 되었습니다.
쿠팡을 자주 이용하게 된 이유 중 하나도 바로 이런 ‘결제 편의성’ 때문입니다. 그 어떤 쇼핑앱보다 가장 편리한 결제가 가능합니다. ‘원클릭 간편 결제’기능으로 한 번만 결제 카드를 등록해놓으면 ‘결제하기’ 터치 한 번에 결제가 끝나죠. ‘벌써 결제가 끝났어?’ 싶을 정도로 빠르고 간편합니다. 첫 구매 시 기입했던 배송지와 배송 요청 사항을 그대로 불러오고 ‘원클릭 간편 결제’에 등록해 놓은 카드도 기본 설정됩니다. 그 덕분에 두 번째 구매부터는 ‘구매하기’를 누른 뒤 5초 안에 결제가 가능합니다.
최종 결제를 한 그다음의 쇼핑 경험도 좋았습니다. 주문 직후 ‘MY’란을 들어가면 주문한 상품이 언제 배송 예정인지가 제일 먼저 크게 보입니다. “오늘 도착 – 2/18 월요일” “내일 도착 – 2/19 화요일” 과 같이 주문한 상품이 언제 도착하는지 날짜를 정확히 콕 집어 안내해줍니다. 이렇게 배송 날짜를 주문 즉시 자신할 수 있는 것은 쿠팡이 배송까지 처리하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입니다. 배송까지 직접 하면서 쇼핑의 전체 흐름에 좋은 고객 경험을 줄 수 있게 된 거죠.
배송 트래킹은 ‘로켓 직구’를 사용했을 때 제일 와닿았습니다. 해외와 국내를 넘나들며 어디쯤 주문한 상품이 오고 있는지 실시간으로 보여줍니다. 또한 국내로 반입된 순간 ‘로켓 배송’을 통해 익일 배송되다 보니 직구를 통한 배송 기간이 상대적으로 짧아진 것도 쿠팡에서 직구까지 사용하게 된 이유입니다. 배송을 잡으니 ‘직구’까지 쿠팡에서 하게 되었습니다.
마치며
쿠팡은 매해 ‘적자’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물류센터 구축, 로켓 배송 운영 등이 대표적인 적자 원인으로 언급됩니다. 그럼에도 얼마 전 소프트뱅크 손정의 회장은 20억 달러, 한화 약 2조 2,500억 원에 가까운 돈을 새로 쿠팡에 투자했습니다. 2015년 6월, 소프트뱅크로부터 10억 달러를 투자받은 이후 연속 투자 유치에 성공한 셈입니다. 쿠팡은 대규모 적자가 추후 국내 커머스 시장을 재편하게 위한 ‘계획된 적자’라고 언급하며 앞으로도 ‘닥공(닥치고 공격) 모드’를 유지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저 역시 작년 중순까지만 해도 쿠팡은 잘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쿠팡이 본격적으로 ‘배송’을 활용한 새로운 쇼핑 경험을 제공하면서 그 매력에 빠졌고 지금은 조금 더 비싸더라도 쿠팡에서 구매하고 최저가 검색을 해보지 않는 쇼핑 패턴도 만들어졌습니다. ‘배송’을 활용한 쇼핑 경험은 다른 커머스가 쉽게 따라올 수 없는 전략입니다. 진입장벽이 그만큼 큰 셈이죠. 어떤 커머스 기업이 지금의 쿠팡과 같은 물류센터를 갖추고 로켓 배송과 같은 물류망을 갖출 수 있을까요? 전통적으로 커머스 기업이 펼쳐왔던 쿠폰, 할인 마케팅 전략과 비교했을 때 규모 단위 자체가 다른 새로운 차원의 일인 것만은 분명합니다.
조심스럽게 더 상상화를 그려본다면 온라인 커머스는 ‘쿠팡’만 살아남는 시나리오가 만들어질 수도 있습니다. 다른 커머스 서비스는 모두 하향세를 타며 점차 사라지고 쿠팡으로 대동단결할 수 있죠. 국내 100조에 가까운 온라인 커머스 시장 대부분이 쿠팡 몫이 될 수 있는 셈이죠. ‘로켓 배송’의 일 배송 건수가 170만 건에 육박하고 쿠팡의 매출은 2018년 2조 6814억에서 2019년 약 5조원으로 2배 가까이 늘어날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하고 있습니다. ‘쿠팡 Only’가 곧 현실화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드는 지표들입니다.
그렇다면 쿠팡이 지금 지출하고 있는 적자가 과연 아까운 돈일까요? 제 생각은 그렇지 않습니다. 앞으로 몇 년간 몇조를 지출해도 충분히 승산이 있는 게임입니다. 물론 그만큼의 지출을 감당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며 쿠팡 스스로도 버거울 수 있습니다. 하지만 소프트뱅크 손정의 회장과 같이 조 단위를 투자하는 배팅력을 갖춘 투자가가 있다면 상황은 다릅니다. 그리고 그 투자가가 쿠팡의 이런 전략에 동의하고 앞으로도 함께 해준다면 충분히 가능한 시나리오일 테고요. ‘한국의 아마존’으로 불리기 시작한 것만으로도 그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원문: 생각노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