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2월 28일, 요원 JM, 일본 출국, 코카콜라 피치 공수할 것.
3년 차 조직(이라고 쓰고 미디어라고 읽는다) 마시즘은 세상의 음료들을 배후에서 조종하는 음료계의 흑막이다. 비유하자면 음료들은 밀가루고 마시즘은 이연복 선생님이랄까? 아무튼 세상의 음료들은 앞으로 마시즘에 의해 쥐락펴락 된 뒤에 수타면이든 탄탄면이든 될 운명인 것이다. 뭐가 되든 맛은 있겠지.
마시즘의 미션 임파서블
마시즘은 어디에나 있다. 지금 당신이 보는 화면에도, 냉장고나 자판기에도, 마트와 편의점, 그리고 해외 곳곳에도 마시즘의 흔적을 찾을 수 있다. 바로 마시즘에 소속된 비밀 요원들 때문이다. 요원들이 해외에 나가기 위해서는 여권보다 먼저 음료 리스트를 받아야 한다. 방금 한 요원이 돌아왔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래 미션인 코카콜라 피치는 사서 돌아왔겠지.
택배 상자가 왔다. 하지만 그 안에 코카-콜라 피치는 없었다. 대신 조직에서 오랫동안 숨겨온 계획 일부가 담겨 있었다.
마시즘의 1급 기밀 프로젝트
마시즘은 ‘마실 수 있는 모든 것’을 다루는 곳이다. 마시지 않는 것은 다루지 않는다. 이를 두고 음료 미디어의 한계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 아니다. 우리는 모든 먹을거리를 음료화할 계획을 가졌다. 더 나아가 음식 이외에 다른 것들도 음료로 만들어 버릴 계획이다. 맥북 주스나 나이키 셰이크, 디즈니 보드카… 그렇다. 이것은 조직의 1급 기밀 ‘마시즘 프로젝트’다.
코카콜라 피치 포획에 실패한 요원은 초코바인 ‘스니커즈’를 음료화한 제품을 보내면서 조직의 프로젝트를 알고 있음을 말한 것이 아닐까? 어중간한 음료였다면 대가를 치러야겠지만 스니커즈 음료는 너무 궁금했다. 스니커즈 셰이크(SNICKERS SHAKE)라니. 가나 초콜릿, 허쉬 초콜릿도 음료가 되었지만 이건 조금 독특한걸?
스니커즈 셰이크, 초코바를 마실 때
스니커즈. 멋쟁이들은 신발을 떠올리겠지만, 나에게 스니커즈는 초코바일 뿐이다. 허쉬와 쌍벽을 이루는 달콤한 초콜릿. 허쉬가 날렵한 복근 모양이라면 스니커즈는 복부비만(?) 같은 넉넉함을 가진 녀석이다. 스니커즈는 초콜릿이 다가 아니다. 안에 든 캐러멜, 특히 견과류… 생각만 해도 배가 든든하다.
기본적으로 초콜릿의 단맛 외에 견과류나 캐러멜이 생각나는 짠맛 한방이 있다. 향만 느꼈을 때는 보통의 초코우유지만, 곳곳에서 초코바 특유의 견고한 콤비네이션을 맛볼 수 있다. 만약 견과류가 진짜 남아서 씹는 재미까지 있었으면 좋았을 듯. 그것은 나중에 크런키가 음료가 되었을 때를 기대해보자.
마즈, 초코바 회사도 음료로 만들었다고?
스니커즈 셰이크와 같이 온 음료가 있다. 마즈(Mars)라고 적힌 초코 셰이크다. 사실 스니커즈 초코바를 만드는 회사 이름이 마즈(Mars)다. 사람들은 물을 수 있다. 초코바에 이어 초코바 회사도 음료로 만든 것인가!
아니었다. 이것은 마즈라는 회사 이름을 딴 ‘마즈바’라는 초코바다. 견과류가 들어있지 않고 부드러운 밀크 초코바다. 사실 마즈 음료는 양반이다. 영국에서는 마즈바로 튀김 요리를 해 먹기도 한다. 신발까지 튀겨 먹을 기세인 튀김 업체야말로 마시즘의 진정한 라이벌이라고 생각이 된다.
마즈는 짭조름한 스니커즈 셰이크보다 부드러운 맛이 강조되었다. 길바닥으로 비유하자면 스니커즈 셰이크가 ‘주먹이 운다’라면, 마즈는 ‘프리허그’ 같은 느낌? 달콤한 초코우유가 혀를 안아준다.
세계의 음료화는 계속 진행 중이다
지금도 많은 과자와 초콜릿이 음료로 변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를 컬래버레이션 내지는 크로스오버라고 부른다. 아니다. 이는 사실 ‘마시즘 프로젝트’인 것이다. 앞으로 숟가락을 들지 않아도, 모든 음식을 마실 수 있는 시대가 오는 것이다. 더불어 마시즘의 소재는 마르지 않고 넘쳐 흐르겠지. 스니커즈 음료를 보낸 요원은 여기까지 눈치를 챘다.
급히 퀵서비스가 하나 더 왔다. 메시지도 와 있었다. “음료를 잘못 보냈다” 퀵서비스로 온 상자에는 코카콜라 피치와 환타 바나나 요구르트가 들어있었다. 그렇다면 스니커즈는? 아들 주려고 산 거라고 한다. 돌려달라고 하는데. 이미 둘 다 반절은 마셨으니까. 죄송합니다 선배님 아니 선생님. 제가 그냥 아들이 되면 안 될까요?
원문: 마시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