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Economist의 「How chicken became the rich world’s most popular meat」를 번역한 글입니다.
잉글랜드 동남부 콜체스터 외곽에 있는 양계장에는 닭 수천 마리가 자기 배설물 더미 위에 앉아 있다. 이 시설은 닭들이 없어지기 전까지는 청소되지 않을 것이다. 즉 닭들은 암모니아 냄새와 자라나는 깃털로 고생한다는 말이다. 도축되기 전에 죽은 닭의 사체 위로는 개미와 구더기가 기어 다닌다.
양계 산업은 더러운 사업이지만, 수익성 있는 사업이기도 하다. OECD 가입 국가들의 돼지고기와 소고기 소비량은 1990년 이후 그대로 변하지 않았다. 하지만 닭고기 소비량은 같은 기간 70%나 증가했다.
인류가 엄청난 닭고기를 소비하기 때문에, 전 세계 농장에서 사육 중인 가축 300억 마리 중 230억 마리가 닭이다. 레스터 대학의 케리스 베넷 교수 연구진이 최근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현재 사육 중인 닭 개체 수가 지구상의 모든 조류를 합한 것보다 많다고 한다. 닭의 총량은 지구상에 있는 다른 모든 새의 수를 합친 것보다 많다.
콜체스터에서 서쪽으로 약 80킬로미터 떨어진 런던에는 프라이드치킨 가게가 어디에나 있다. 대부분의 매장 이름에 켄터키는 물론이고, 캔자스나 몬태나 같은 미국 주 명칭이 들어가 있다. 매장을 찾는 학생들과 야식 마니아들은 이름에는 관심이 없다. 닭이 어디서 왔는지도 마찬가지다.
왜 그럴까? 치킨은 싸고 맛있기 때문이다. 현재 미국에서 닭고기는 파운드 당 1.92달러(1킬로그램당 약 4,700원)로, 물가 상승률을 감안해 1960년 이래 1.71달러나 하락했다. 한편 같은 기간 쇠고기의 가격은 파운드당 1.17 달러 하락한 5.80달러 수준이다.
닭고기 가격이 싸진 것은 선별 육종 덕분이었다. 1940년대 미국은 농가들을 대상으로 “치킨 오브 투모로우(Chicken of Tomorrow)” 경쟁을 펼쳤다. 당시 신문에서 전한 것처럼, 목적은 “한 마리로 한 가족이 충분히 즐길 수 있는 크기”의 닭을 생산하는 것이었다. 즉, 사육비는 적게 들면서도, 가슴살은 스테이크로 만들 수 있을 만큼 두툼하고, 닭 다리는 얇은 뼈에 육즙이 풍부한 살이 겹겹으로 붙어있는 닭을 생산하는 것이었다. 그 결과 일련의 개량종 닭이 나오면서, 지금 같은 육계용 닭이 탄생했다.
그 이후로 닭은 계속 더 커졌다. 캐나다 앨버타 대학의 마틴 주이도프 교수의 연구진은 1957년, 1978년 및 2005년 선별 육종된 닭들을 서로 비교했다. 그 결과, 세 시기의 56일령 닭 3종의 평균 무게는 각각 0.9kg, 1.8kg 및 4.2kg였다. 작은 닭 두 마리보다 큰 닭 한 마리를 키우기가 보다 효율적이기 마련이다. 따라서 1985년 닭고기 1kg을 생산하는데 2.5kg이 들던 것이, 현재는 단 1.kg으로 줄었다.
항생제 남용을 보면 농가들이 더 이상 닭의 복지에 신경 쓰지 않는 모습이다. 2차 세계 대전 이전에는 대부분의 닭이 작은 닭장에 나뉘어 사육되었다. 농가들은 달걀을 낳는 한 계속 닭을 키웠고 더 이상 달걀을 낳지 못할 정도로 늙어서야 고기로 팔았다. 하지만 예방약이 개발되자 농가들은 이전에는 생각도 못 할 정도로 비좁은 공간으로 닭들을 몰아넣었고, 그 결과 닭장은 점점 더러워지기 시작했다. 좁은 공간에서 자라는 닭은 이동하지 못하기 때문에 사료도 더 적게 먹는다.
농부들은 또한 닭고기가 건강에 좋다는 소문으로 혜택을 입었다. 1980년대 의사들은 쇠고기와 돼지고기를 많이 먹게 되면, 포화 지방 섭취량도 많아지기 때문에 심장 질환의 발병 위험이 증가한다고 생각했다. 이에 대한 두려움은 이후 줄어들었지만, 붉은 고기가 결장암 발병 확률을 높일 수 있다는 새로운 증거가 나타났다. 이와 대조적으로 건강한 고기라는 이미지였던 닭고기는 상처 없이 살아남았다.
닭발
닭고기를 점점 좋아하게 되는 건 까탈스러운 서양에서만이 아니었다. 빈곤했던 국가들의 경제가 성장하면서 국민 소득 역시 증가했고, 그에 따른 육류 수요는 훨씬 더 가파르게 증가했다. 그 결과 이제 닭고기는 전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거래되는 육류가 되었다. 경제적 측면에서 닭고기는 사실상 자동차의 반대편에 있다. 닭은 한 마리로 생산된다. 하지만 도축 후 부위별로 분리되고 나면 가치가 극대화된다.
서양인들은 지방이 없는 흰 가슴살을 선호하지만, 아시아와 아프리카의 많은 사람은 다리와 허벅지 살을 더 선호한다. 이러한 선호도에 따라 지역별로 부위별 가격이 달라진다. 미국의 경우, 가슴살이 다리보다 88% 더 비싸다. 인도네시아에서는 12% 더 싸다. 닭발 가격의 차이는 훨씬 더 크다. 서양인들은 닭발을 먹는 것을 혐오스럽게 생각하지만, 중국 광둥식 요리에는 종종 등장하곤 한다. 중국은 매년 30만 톤의 닭발을 수입한다.
닭고기 생산과 관련해서 다양한 국가들이 서로 다른 분야에 특화되었다는 사실이 닭고기 무역을 활발하게 만든다. 세계 2대 닭고기 수출국인 미국과 브라질은 닭 사육 비용 중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사료를 재배하는 농업 강국이다. 이와 대조적으로 태국과 중국은 싸고 숙련된 노동력이 필요한 가공육 시장을 장악했다. 한때 닭고기 순 수입국이었던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곡물 산업이 성장하면서 순 수출국이 되었다.
해외 시장에 생산한 육류를 수출해야 하는 생산국들은 그 자치로 위험에 노출된다. 닭고기는 무역 협상에서 언제나 일촉즉발의 화약고였다. 중국은 2010년에 미국산 닭고기에 관세를 부과했고, 이어 2015년 조류 인플루엔자 발생 직후 수입을 전면 금지했다. 업계 관측통들은 금지령 해제에 비관적이다. 중국이 미국산 닭고기 수입을 금지하면서 매년 닭발로만 200억 달러 이상을 벌어들였던 미국 농가들은 경악했으며, 이후 닭발은 사료로 처리되었다.
마찬가지로 유럽 연합은 1997년 미국 양계장들이 염소 세척을 시행해 위생 기준이 낮을 수 있다는 이유로 미국산 중 염소 세척을 하는 양계장의 닭고기는 수입을 금지했다. 염소 세척 양계장의 닭고기 문제는 현재는 실패한 미국과 유럽 간의 TTIP(Transatlantic Trade and Investment Partnership) 협상에서 커다란 걸림돌임이 입증되었다. 일부 영국인은 영국이 유럽 연합을 탈퇴할 경우 미국과 체결된 무역 협정상 미국이 그러한 닭고기 수입을 요구할까 봐 두려워한다.
닭을 더 나은 조건에서
닭고기 붐이 소비자에게는 좋았지만 동물 복지 옹호자들은 닭고기 산업이 비용 절감에 나서면서 닭을 희생시켜왔다고 우려한다. 동물 복지 운동 단체 ‘휴먼 리그’의 비키 본드는 현대의 닭 크기가 문제의 가장 큰 원인이라고 말한다. 현재 육계는 뼈에 비해 가슴살이 너무 커서 결국 다리를 절 수밖에 없다. 콜체스터 양계장의 닭들은 마치 좀비처럼 사람이 와도 아무런 반응이 없다. 실제로 현대의 닭들은 너무 커진 나머지, 근육 때문에 서로 짝짓기가 불가능해졌다.
일부는 동물 복지 운동 단체의 옹호 때문에, 일부는 가격이 너무 싸졌기 때문에 현재 더 많은 소비자가 조금 더 비싸더라도 더 나은 조건에서 자란 닭고기 쪽을 택한다. 따라서 대부분 육계와는 달리 옥외에 자유롭게 기른 유기농 닭고기의 판매량이 급증했다.
네덜란드의 경우 최근 소비자에게 ‘거대한 육계’에 대한 비판이 거세지자 양계 방식을 무리로 방목하는 쪽으로 전환했다. 그 결과 네덜란드 시장에서 육계의 비중이 2015년 약 60%에서 2017년 5%까지 하락했다. 영국에서는 방목한 닭이 낳은 달걀의 판매량이 양계장 달걀을 추월했다. 유럽 연합은 가축의 건강에 대한 우려로 세계에서 가장 엄격한 동물 복지법을 통과시켰다. 예를 들어, 2012년부터 산란용 암탉을 위한 닭장도 더 커졌고, 한곳에 들어가는 개체 수도 크게 줄이도록 했다.
미국의 경우 연방 차원에서의 입법 개혁은 더 힘들었다. 미국 의회 시스템상 농촌에 해당하는 주들의 영향력이 크기 때문에 동물 복지 옹호론자들은 힘든 싸움을 벌였다. 그럼에도 지난해 11월 캘리포니아가 유럽 연합의 법과 비슷하게 기존 크기의 우리에서 기른 돼지고기, 송아지 고기 및 달걀의 생산 판매를 금지하는 법안 12를 통과시키면서 작지만 유의미한 수준의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이런 변화는 미국에서 가장 큰 주에서 활동하는 모든 육류 생산업자들에게 영향을 미칠 것이고, 농업 관행을 바꾸는 압력으로 작용할 것이다.
의원들보다 상장 기업이 동물 복지에 대한 관심이 높다. 최근 몇 년 동안 활동가들은 상장 기업에게 그들의 달갑지 않은 식품 생산 모습이 담긴 사진과 동영상을 공개하겠다고 위협하면서 상당한 성공을 거두었다. 동물 복지 운동가들에게 자금을 지원하는 단체인 오픈 필란트로피 프로젝트에 따르면, 이 같은 운동을 통해 맥도널드, 버거킹 및 월마트를 비롯한 미국 내 200개 이상이 2015년 이래 좁은 닭장에서 닭이 낳은 달걀을 사용하지 않는다.
다양한 아이디어
농가는 닭의 생활을 개선하는 데 점점 더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리처드 스왈첸트루버는 델라웨어의 작은 마을인 그린우드에 양계장 두 곳을 운영한다. 그가 닭을 공급하는 회사인 퍼듀 팜스는 항생제 사용을 전면 중단시켰다. 스왈첸트루버의 양계장은 날씨가 좋을 때마다 창문과 문을 열어 닭들이 울타리가 있는 풀밭에서 지내도록 했다.
그 결과 닭들도 좋아했을지 모르지만, 주변의 매들도 좋아했다. 결국 닭들은 양계장 안에 있는 건초 더미, 나무 상자 및 플라스틱 기구들에 흩어져 지내게 되었다. 이런 조치를 통해 자선 단체 글로벌 애니멀 파트너십으로부터 좋은 농산물 인증을 얻을 수 있었다.
퍼듀 팜스의 식품 안전 담당자 브루스 스튜어트-브라운은 자사가 더 많은 닭을 유기농으로 키우길 바란다고 말했다. 사룟값이 비싸기 때문에, 동물 복지를 감안한 유기농 고기 생산 능력은 시장의 힘에 밀릴 수밖에 없다. 많은 사람이 유기농 또는 방목한 닭고기를 조금 더 비싸더라도 구매할 의사가 있겠지만, 나머지 대부분은 여전히 저렴한 쪽을 택한다.
채식주의와 완전 채식을 향한 관심이 증가하지만 조사에 따르면 선진국의 많은 사람이 채식주의로 전환한다는 증거는 거의 없다. 사람들이 재미 삼아 채소로만 된 음식을 먹어 볼 수는 있다. 하지만 정말로 좋아하는 것은 닭고기다.
원문: 피우스의 책도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