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만사 정석이 있다
정석은 고수들이 수많은 실험을 통해 확보한, 다양한 변수에 대한 방어력도 좋고 기회도 푸짐한 빌드 혹은 전략이다. 커리어 패스, 정신 상태, 수련 방식이라 생각해도 좋다. 인간 만사 정석이 있다.
단, 정석이 하나라는 것은 아니다. 여러 가지 스타일에 맞춘 각자의 정석들이 존재한다. 그래서 남의 정석을 무조건 베낄 필요는 없지만, 무조건 곱씹어볼 가치는 있다고 생각한다. 자신이 쫓고자 하는 정석을 찾는 과정이라고 생각하면 좋겠다.
흔히들 ‘세상엔 한가지 정석이 있지 않을까’ 하는 착각과, ‘세상에 정석은 없어’라는 착각에 시달린다. 답은 간단하다. 여러 가지 정석이 있다. 한편, 정석에서 벗어난 수천가지의 허접한 패턴이 있다.
따르고 싶은 정석이 책부터 수십권 읽고 행동하는 것일 수도 있다. 반대로 책은 읽지 않고 바로 행동부터 하는 것일 수도 있다. 아침 일찍 일어나 미친 듯이 일하는 것일 수도 있다. 느지막이 일어나 아주 짧은 시간만 집중하는 것일 수도 있다.
남들이 가라는 길을 다 검토하는 것일 수도 있다. 한 우물만 미친 듯이 파는 것일 수도 있다. 여러 가지를 두루 익혀 융합하는 것일 수도 있다. 아무것도 모른 채 몸으로 다 체험하고 실패란 실패는 다 해보는 것일 수도 있다. 훌륭한 사람만 만나는 것일 수도, 온갖 사람 다 만나 다양한 의견을 듣는 것일 수도 있다.
길거리에서 마약을 팔아도 제이지가 될 수 있고, 어려서부터 피아노 의자에 묶여서 연습만 하다가 베토벤이 될 수도 있다. 다만 그 다양한 길들 안에도 정석이 있다는 것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술은 어른에게 배우라
재테크에서 가장 기본 정석은 변동성이 높은 투자로 재테크를 시작하지 않는 것이다. 물론 다른 정석도 있다. 나는 26살에 세상에서 제일 변동성 높은 투자부터 시작했는데, 가난하한 빌드, 위험할 정도로 공격적인 빌드였던 셈이다. 다만 그 안에도 정석이 있었다.
그러나 일반인들은 처음 접하는 투자가 높은 수익률이나 높은 손실률로 이어지면 그 즉시 머리가 뒤죽박죽이 된다. 호박죽이 된다고 해도 좋다. 술을 처음 배울 때 그 취기와 흥분감을 아무런 긴장감 없이 받아들이고 몸 가는 대로 행동하면 평생 주사를 부리기 마련이다.
그래서 술은 어른한테 배우라고 한다. 긴장한 채로 취기를 맞이해야 뇌가 엉망이 되지 않는다. 우리는 경험한대로 몸에 각인시킨다. 특히 극도의 흥분감을 아무렇게나 이해하면 위험하다.
여러분이 방금 20만 원을 잃어버렸다고 해보자. 그 아픈 마음을 잘 생각해보시라. 그런데 그 돈이 -1,000만 원인 마이너스 통장에서 빠져나가 -1,020만 원의 부채가 되었다고 해보자. 별로 안 아프다, 원래 엄청 아팠으니까. 그게 -1,100 이 되든 -1,200이 되든 남 얘기만 같다. 둔해진 것이다.
바로 서너 문장 전에 아팠던 마음이, 어디에 비교하느냐에 따라 무뎌지는 것. 그게 1,100만원이 들어있는 통장에서 20만원이 빠져나가면 그것 역시 아픈 마음이 둔하다. 우리의 뇌는 아픈 마음조차 엉망진창으로 상대적이다.
투자를 주식이나 비트코인으로 시작한 사람 중 99%는 이런 혼란에 시달린다. 힘들게 일해서 번 돈, 힘들게 아껴서 모은 돈이, 단 한 번의 변동성 앞에서 모든 의미를 상실하고 만다. 일해서 뭐 해, 모아서 뭐 해, 어차피 순식간에 사라지거나 순식간에 늘어날 수 있는데.
그래서 그런 변동성을 처음부터 원샷하지 말라고 얘기하는 것이다. 아버지 앞에서 맥주 한잔 받아 마셔보고, 다음엔 청주도 한잔 마셔보고, 그래야 나 자신을 알아가게 마련이다.
첫 잔부터 호쾌하게 위스키 한잔 원샷하고 헤벌쭉 해서 뛰어다니다가 흥분하면 8차선 도로에 뛰어들어 객기를 부리다가 비명횡사하기 좋다. 문제는 첫 잔에 횡사하지 않아도 평생 과음하면 똑같은 행동을 한다는 데에 있다. 도박쟁이가 도박 못 끊는 이유를 생각해보자. 잘못 배워서다.
변동성이 낮은 현금흐름을 최대한 다양하게 많이 경험해보는 것, 이게 일반적인 정석이다. 이 정석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분들은 다른 정석을 유심히 공부하라. 길이 있다. 하지만 정석이라는 것은 다른 다양한 테크로 연결되기 좋은 묘수들이 많이 숨어있다.
마치며
이 정석으로도 충분하다. 정석을 만들어 물려주고 있는 고수들이 얼마나 많은 사례를 통해 이 정석을 검토했을지를 생각해보시라. 때론 전부 이해가 가지 않아도 우선 몸에 익히는 것이 나을 때도 있다.
뭐가 됐건 여러 정석을 파보시라. 남의 정석을 봄으로서 지금 내가 따르는 정석이 나에게 맞는지 아닌지 더 확신을 가지게 될 수도 있다.
원문: juliuschun의 블로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