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 권하는 사회
요새 분위기가 퇴사하고 나와서 창업을 하거나 프리랜서를 하면 쿨하고 대단한 것처럼 보는 경향이 있다. 달리 말하면 회사에 머물러 잘 다니는 사람들은 뭔가 쿨하지 못하고 자기 계발이나 미래 계획에 둔한 사람인 것처럼 치부된다.
하지만 정말 그럴까? 회사에서 나와 창업을 해야 미래를 잘 준비하는 거고, 회사를 꾸준하고 착실하게 다니면 미래를 준비하지 못하는 걸까? 물론 회사가 우리의 정년을 책임져 주지 않는다. 이제 그런 생각은 버려야 한다. 설령 정년을 책임져 준다고 해도 100세 시대를 사는 우리는 그 이후 10~20년 더 일하며 살아야 한다.
그래서 회사 생활엔 답이 없으니 한시라도 빨리 나와야 한다는 주장이 넘친다. 가슴에 불을 지피는 사람들은 많은데, 그 불길을 유지하는 구체적인 이야기를 하는 사람은 적다.
퇴사가 답일까?
모든 조언은 한계를 포함한다. 사람마다 성향, 환경, 나이 등이 각기 다르기 때문이다. 어떤 사람에게는 퇴사가 답일 수 있고, 또 어떤 사람은 그 회사에 머물며 더 일을 배우는 게 답일 수 있다. 퇴사하는 게 분위기라 덩달아 퇴사하는 건 권할 만한 선택은 아니다. 미생에서 나온 대사처럼 회사 안은 전쟁터지만, 회사 밖은 지옥이다. 냉정하게 스스로를 돌아볼 필요가 있다.
구본형은『그대 스스로를 고용하라』(김영사, 2001)에서 ‘진정한 실업은, 지금 봉급을 받을 수 있는 일자리를 가지지 못한 것이 아니라, 미래의 부를 가져다줄 자신의 재능을 자본화하지 못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회사를 다니면서 우리가 만들어야 하는 것은 자본화할 수 있는 재능이다.
사수가 더럽고 치사해도 자신이 자본화할 수 있는 재능을 만드는데 뽑아 먹을 게 있다면 견디면서 배워야 한다. 또라이 보존의 법칙이 있듯이, 어딜 가나 또라이는 있다. 반대로 이 회사에서 돈을 많이 주고, 인간관계가 좋다고 하더라도 내 재능을 키울 수 없는 곳이라면 퇴사를 신중히 생각해봄 직하다.
어쩌란 말인가?
아무리 트렌드의 영향에서 자유롭지 못한 우리지만, 퇴사란 트렌드는 따르지 말자. 세상에 해결하고 싶은 문제가 있고, 불안을 견뎌낼 멘탈이 있다면 당연히 퇴사를 하고 나와 창업을 시도해볼 만하다. 한국 사회에 그런 사람들이 더 많아지면 좋겠다.
너무 힘이 들어서 번아웃(Burn-out)이 왔고, 조금 쉬고 싶다면 휴직을 요청해보자. 그것도 안 된다면 그땐 퇴사를 고려해보자. 퇴사를 하고 싶다면, 스스로에게 왜 퇴사를 하고 싶은지 물어보고 답을 적어보자. 몇 번을 봐도 납득할 만하다는 확신이 들면 쿨하게 사표를 내자. 하지만 스스로도 납득할 이유가 없다면 퇴사란 카드는 잠시 넣어두자.
조 풀리지는『콘텐츠로 창업하라』에서 자신의 전문성과 열정이 만나는 교차점에 스위트 스폿이 있다고 했다. 자신의 스위트 스폿이 뭔지부터 발견하는 데 시간을 쏟아보면 좋겠다. 퇴사하지 않고도 여러 경험을 할 방법이 넘쳐나는 시대다. 맘만 먹으면 소위 말하는 사이드 프로젝트도 진행해 볼 수 있다.
개인적인 이야기를 하자면 다음 달에 퇴사를 한다. 삶에 재미와 의미를 찾았고, 해결하고 싶은 문제가 있어 창업을 결심했다. 지금은 육아휴직 중인데 외벌이를 하던 사람이 월급 대신 한 달 75만 원의 휴직비를 집으로 들고 온다. 아내와 아들이 혹여나 굶게 되진 않을까 늘 불안하다. 하지만 요즘만큼 즐거운 시절이 있었나 싶다. 그 즐거움의 원천은 삶의 재미와 의미를 발견했기 때문이지, 퇴사하기 때문이 아니라는 걸 분명히 밝히고 싶다.
삶의 재미와 의미를 발견하자
퇴사가 문제가 아니라 삶의 재미와 의미를 발견했는가가 문제다. 이걸 발견했다면 사실 퇴사를 하든 하지 않든 그건 더 이상 고민거리가 아니다. 스스로 잘 헤쳐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자신의 삶의 재미와 의미는 옆에서 가르쳐 줄 수 있는 게 아니고 스스로 발견해야만 하는 일이다.
반복되는 말이지만 이것도 결국 다양한 경험으로 귀결된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시간을 새롭게 써보고, 안 하던 일을 해보자. 너무 어렵다면 점심 메뉴라도 안 먹던 걸 시켜보자. 의외의 발견은 작은 변화에서 시작된다.
원문: Peter Kim의 브런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