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스타트업 튜터링에서 근 1년 7개월 동안 UX 총괄업무를 수행했고, 이제 합병한 마켓디자이너스 하우징 사업부에서 새로운 시작을 합니다. 후임 UX 관리자를 위하여 어떤 내용을 전달해 줄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담담히 글 한 편으로 풀어내 봅니다. UX/UI에 얽힌 스킬 셋은 당연히 갖추어야 할 기본능력이기에 별다른 언급은 하지 않습니다.
VUCA World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변화가 심하고(Volatile) 불확실하며(Uncertain) 복잡하고(Complex) 모호한(Ambiguous)!
1987년 미국 육군참모대학교 리더십 커리큘럼에서 처음 등장한 용어입니다. 최근 그냥 vuca world가 아닌 Super Vuca World라는 말도 쓰이고 있는데, 한술 더 떠서 시간도 자원도 절대 부족한 스타트업에게는 그야말로 낭떠러지에서 비행기를 조립해야 살 수 있는 Ultra Vuca World가 아닐까 싶습니다. 이러한 시대에 더 큰 기회는 그 격정적인 변화를 어떻게 조직 내에서 강력한 기회로 만들어낼 것인가가 경쟁력의 중요 열쇠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과거의 명제는 해결(Problem Solving)하면 결론 지을 수 있었지만, 현재와 미래의 명제에서 점점 더 완벽한 답은 사라지고 있습니다.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죠. VUCA World에서는 끊임없이 대응해야만 하는(Dilemma Sensemaking) 속성을 지닐 수밖에 없습니다.
장기적/종합적인 관점에서 개인과 조직의 하모니를 아우를 수 있는 미래관이 부재하다면, 하루하루 벌어지는 다양한 딜레마에 대한 제한적인 혹은 부적절한 대응에 매몰될 수밖에 없습니다. 스타트업의 위기와 기회는 바로 이 지점에 있다고 봅니다. 남들보다 빠르게 변화에 적응하는 조직은 살아남을 것이며, 변화하는 조직의 중심에는 UX 관리자의 역할이 가장 중요합니다.
서비스와 조직 전체의 변화에 UX 관리자가 가장 큰 영향을 줄 수 있어야 합니다. 대내외적인 모든 정보와 리스크·노이즈 필터링에 있어서 구성원들을 위한 든든한 탱커가 되어주어야 하며, 각 이해관계자 사이에서 적정한 긴장을 조율해내야 하는 지휘자의 역할을 해주어야 합니다.
훌륭한 음악은 협음과 불협화음으로 이루어집니다. 스타트업의 팀워크는 재즈밴드의 그것과 매우 유사합니다. 순차적으로 문제를 해결해 갈 수 있는 계획을 잡아주는 설계자가 되어야 하며, 모든 커뮤니케이션 노드를 연결해주고, 데이터가 물과 같이 흐르는 환경을 구축해야 합니다.
어떻게 만들어야 할까요.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까요. 제가 생각하는 5가지 지점에 대해 찬찬히 풀어 보겠습니다.
1. 몰입의 환경 만들기
해결해야 할 이슈들과 달성해야 할 목표를 아주 작은 단위의 태스크로 쪼개어 봅시다. 그리고 중요도와 우선순위에 따라 라인업한 뒤, 하나씩 결과들을 만들어 냅니다. 작은 결과들이 시간이 지날수록 누적되어 평가받는 값어치만큼, 주위 동료들의 신뢰와 믿음 잔고에 저금 될 것입니다. 이는 신뢰라는 사회적 자본이 조직 내에서 구현되는 작은 실행 방법입니다.
UX 사용자 경험을 다루는 관리자는 스타트업에서 모든 부서와의 접점이 발생할 수밖에 없습니다. 결과를 통한 신뢰 확보는 각 접점이 제대로 빠르게 작동하게 만들어줄 최고의 윤활유가 될 겁니다. 때로는 방청제의 역할이 되기도 합니다. 필요한 순간, 조용하고 빠르게 신속하게 폭탄을 처리할 수도 있게 됩니다. 당신이 쌓은 신뢰라는 사회적 자본은 조직이 더 빠르게 변화하는 환경에서 민첩한 대응을 가능케 만들어 줍니다.
주위 동료로부터의 신뢰를 쌓는 만큼 당신은 당신의 업무에 몰입할 수 있습니다. 동료들의 신뢰는 곧 암묵적인 동의-인정으로 이어지며, 당신의 작업물은 심리적 안전감 위에 더 날개를 펴고, 다양한 가능성을 덧입습니다. 당신이 신뢰를 확보하고 더 많이 몰입할수록 작업물의 레버리지와 퀄리티는 점점 더 상승할 것입니다.
이 사이클이 빠르게 자주 많이 반복될수록 조직에서 당신은 중요한 역할을 수행할 것입니다. 뿌리 깊은 나무는 바람에 덜 흔들리는 법입니다. 단단한 뿌리를 내리는 것이 가장 첫 번째 당신이 조직에서 해야 할 Must to do입니다.
2. 신뢰와 협력의 체계 만들기
마이크로 매니징은 절대 악처럼 나쁜 것만은 아닙니다. 필요한 상황이 있고 필요한 시기가 있을 뿐입니다(한국의 조직에서 대부분 그렇게 쓰이고 있지 않아서 문제입니다). 확실히 해두어야 할 부분은 고객에게 전달될 결과는 구성원의 미숙함으로 촉발된 레슨런이 돼서는 결코 안 됩니다. 구성원과의 관계나 분위기, 상황으로 인해 방치하다가 ‘결국 저럴 줄 알았어’라고 말하는 사람은 관리자로서 자격이 없음을 증명하는 것입니다.
작업 성숙도를 위해 무엇을 제공해줄 수 있는지 진지하게 고민하고, 구성원과 함께 그 벽을 뚫고 나가 줄 수 있어야 합니다. 지금까지의 제 경험상으로는 구성원의 작업 성숙도는 결코 마이크로 매니징으로는 극적인 향상을 얻지 못했습니다. 구성원의 작업 성숙도를 빠르게 향상할 방안은 무엇인가? 에 방점이 찍혀야 합니다. 관리자의 역량은 여기서 크게 나뉩니다.
조직의 건강한 성장을 위해서라면 구성원들에게 어떤 도전과 기회 = 권한과 책임을 배양시켜 줄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이 선행되어야 합니다. 그 고민의 깊이만큼 구성원들의 몰입도와 성취감을 얻을 수 있는 환경이 달라집니다.
함께 일하는 사람들은 모두 압니다. 상사가 어떤 사람인지. 내가 이 사람을 통해 성장할 수 있는지. 정직한 사람인지. 거짓으로 일하는 사람인지. 말을 하지 않을 뿐입니다.
3. 커뮤니케이션에 기름칠하기
망치처럼 일하지 마세요. 모든 것이 못으로 보이기 마련입니다. 우리는 고객에게 최적의 제품과 훌륭한 경험을 전달해야만 합니다. 다양한 도구와 생각들이 공정에 따라 적절히 활용되고 다듬어져야만 합니다. 아름다운 가구는 망치로만 만들어 낼 수 없습니다.
하나의 답은 부분적으로 옳습니다. 어떤 상황에서만 맞는 답일 뿐입니다. 모든 의견은 그렇기에 가치가 있는 것입니다. 모든 구성원의 의견과 주장과 방향들이 조화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렇기에 관리자는 필연적으로 퍼실리테이터가 되어야만 합니다. 우리에게는 해결해야 할 문제가 있고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최적의 경로를 찾아야 합니다.
가장 빠른 길은 일사불란한 질서와 체계가 잡힌 작업지시만으로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다양한 도구와 방법들로 구성원들의 마음에 불을 지펴줄 수 있어야 합니다. 구성원 개개인으로부터 시작되는 ‘일에 대한 몰입도’와 ‘성취감’은 조직 전체의 성과로 이어질 것입니다.
성공하는 일들은 결코 WBS 가 담긴 엑셀 문서에서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마케팅이 고객의 인식을 다루듯이, 관리자는 구성원의 마음의 불씨를 다룰 수 있어야 합니다. 그들은 가장 먼저 설득되어야 할 첫 번째 내부고객입니다. 조직 변화의 주체는 결국 구성원이며, 이들을 움직이는 게 성공의 열쇠입니다.
4. 레버리지 확대하기
당신의 영향력은 연결되는 강도와 숫자에 비례합니다. 더 많이 연결될수록 연결의 강도가 강할수록 당신의 영향력은 확대될 것입니다. 그러나 지켜야 할 제1의 원칙은 조직을 성장시킴에 있어 건강한 선한 영향을 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당신의 영향력이 구성원들에게 악하고 거짓되고 부정적으로 미치면, 팀은 붕괴되거나 조직의 성장은 정체할 것입니다.
품성은 감출 수 없습니다. 연극은 언젠가 끝나고 가면은 언젠가 벗겨지기 마련입니다. 함께 일하는 사람들, 특히 부하 직원들은 몇 주만 지나면 상사가 정직한 사람인지 알아챕니다. 상사가 무능력하거나, 무지하거나, 불확실하거나, 예의가 없어도 많은 경우 용서하지만 결여된 정직성만큼은 용서하지 않습니다.
당신은 선하고 건강한 영향력으로 성장에 큰 기여가 될 수 있어야 합니다. 헌신을 동반한 진정성은 그 무엇보다도 강력하다는 것을 알아주시기 바랍니다.
5. OUTPUT의 최소화, OUTCOME의 극대화
OUTPUT의 양은 결단코 프로젝트의 성공을 보장해주지 않습니다. 오히려 결과를 이끌어 내는 데 장애물이 되어 민첩하게 움직이지 못하는 요인이 되기도 합니다.
고정된 작업 프로세스에 따라 각 팀이 분업화된 작업들로 과정상의 결과물이 하나씩 늘어날 때마다 의사 결정권자와 작업자의 불안감은 적당한 수준에서 해소가 될 수 있겠지만, 꼭 그만큼 비례해 변화되는 환경에서 방향을 전환하는 데 저해의 요소가 됩니다. 이는 경직된 관료주의가 조직 내에 발생하는 기제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모두가 헌신적으로 결과물들을 만들어 내고 각자의 역할들은 충실히 임하였으나, 프로젝트는 최악의 결과로 끝나게 되는 데에는 이러한 기저가 깔려있기 마련입니다. 성공적인 결과를 위해서는 하나의 집약된 타깃 포커스가 필요하고, 이는 OUTCOME의 극대화에 맞춰져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 무엇을 더 해야 할 것인가는 잘못된 질문일 수밖에 없습니다. 무엇을 하지 말아야 할 것인가에 대한 질문이 유효할 것입니다.
맺는말
정말 중요한 것은 인간을 바라보는, 인간을 살펴보는, 인간이 겪게 되는 경험을, 고객을 생각하기에 앞서 함께 일하는 동료들을 바라보는데 첫 시작이 있다는 데 있습니다. 저는 변화의 시작은 ‘사람’이며, ‘함께하는 동료’에게 있음을 믿습니다. 당신으로부터 시작되는 변화의 물결은 ‘사람’ 그리고 ‘함께 일하는 동료들’에게 있습니다.
그들을 당신의 첫 번째 고객으로 자리매김해 주시기 바랍니다. 그들의 과거-현재-미래에서 늘 언제나 함께 일하고 싶은 사람으로 당신을 기억할 수 있게 만들어 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