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스마트폰의 시대다. 지구촌 10명 중 4명 이상이 쓰며 그중 한국은 국가별 스마트폰 보급률에서 인구 대비 77.7%가 스마트폰을 쓰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스마트폰의 대중화로 개인화 트렌드는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제 나의 스마트폰은 그냥 편리한 전화 기계가 아닌 ‘나’를 상징하는 것이 되었다.
스마트폰은 나를 상징하는 ‘기계’
내 핸드폰을 누군가 내 허락 없이 들여다봤다면 화가 날 것이고, 나 또한 다른 이의 핸드폰을 들여다보는 데 불편감을 느낀다. 핸드폰, 이 작은 기계가 나의 내밀한 자아를 드러내기 때문이다.
이제 우리는 우리의 핸드폰 하나로 친구를 사귀고(커뮤니티 앱), 나의 이상형을 만나고(데이팅 앱), 물건을 사고(쇼핑 앱), TV와 라디오로만 접하던 뉴스나 방송을 접한다(SNS, 팟캐스트 앱 등). 그 외에도 음악 감상, 연락 수단으로서의 여러 기능을 핸드폰 하나가 해낸다. 영화 〈HER〉의 사만다 정도는 아니더라도 나의 가장 친한 친구며, 소중한 삶의 일부를 차지한다.
최근 몇 년간 유행했던 단어들이 있는데, 그중 하나가 ‘힐링’이다. 한글 표현인 치유보다는 힐링으로 주로 쓰이며, 다양한 삶의 영역에서 빈번하게 사용되었다. 힐링 유행 초반에는 개인 내적인 깊은 상처를 회복한다는 의미로 주로 쓰였으나, 나중엔 일상에서 스트레스받을 때도 “아, 오늘 나 힐링이 필요해.”라고 말하거나 페이스북 개, 고양이 동영상 댓글에도 “힐링 된다.”라는 표현이 쓰일 정도로, 우리에게 자주 필요한 무언가가 되었다.
사람들은 ‘외적인 성장’ 뿐 아니라, ‘내적인 성장’을 하고 싶었고, ‘가시적인 성공’만 중시하는 것이 아니라, ‘은유적인 가치’를 추구하게 되었다.
- (스마트폰×개인화)+(힐링×가치)
자아 확장으로의 스마트폰 사용과 힐링이 만나 평소에 나를 관리할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들이 출시되었다. 디지털 헬스 트레이너처럼 체력 관리를 하는 앱도 있고 매일 치솟는 스트레스를 완화하는 앱도 있다. 여기에서는 후자에 해당하는 앱을 소개하려 한다. 크게 2개의 카테고리로 나눌 수 있다.
1. 인지능력 향상 앱
불안이나 우울증 등의 신경증을 앓게 되면, 인지 능력이 감소한다. 신경증을 앓지 않더라도 극도의 불안이나 우울을 잠시 겪을 경우에도 일시적으로 인지 능력이 감소한다. 쉽게 말하면, 평소에 잘하던 것도 못 하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신경증을 치료하면 인지 능력이 향상되곤 한다.
이를 반대로 적용하면 아직 신경증이 되지 않은 일상의 스트레스로 인해 떨어진 인지 능력을 매일 회복하거나 향상 시킨다면, 스트레스로 인한 피해를 막을 수 있는 것이다.
Lumosity
신경심리학자, 인지과학자와 게임 디자이너가 함께 만들었다는 루모시티는 두뇌 트레이닝하는 게임 앱이다. 초반에는 iOS에서만 이용 가능했지만 현재 iOS와 안드로이드, 웹에서 모두 만나볼 수 있다.
루모시티는 거창한 이름의 인간 인지 프로젝트(Human Cognition Project)를 통해 전 세계 90개가 넘는 대학의 연구자들과 협력했다고 한다. 이용자들은 선택적으로 자신의 게임 수행 기록을 연구 자료로 넘긴다.
영어, 스페인어, 한국어 등 현재 7개 언어로 서비스 제공 중이다. 규모로는 뒤에 소개하는 Peak이 제일 크게 서비스하지만 고객센터와의 원활한 소통까지 합하면 lumosity가 더 확실하게 서비스한다는 느낌이다.
LPI라고 해서 Lumosity 수행능력 지수를 측정하는데, 세부적으로 속도, 기억력, 주의력, 유연성, 문제해결력의 5개 영역에서 측정하던 것에서 최근 수학 영역이 하나 더 추가 되었다. 루모시티의 25가지 게임 또한 이 6개의 영역으로 분류되어 있다.
수년 간 지켜본 결과, 게임 수가 점점 더 늘어나는 것으로 보아 루모시티가 지속적으로 연구 및 개발을 (진짜) 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유료결제를 하면 모든 게임을 사용할 수 있고, 전 세계 루모시티 사용자와 나의 LPI를 비교할 수 있다.
루모시티의 게임 방식은 단순하나 레벨이 높아지면 기억해야 할 것도, 수행해야 할 것도 많아, 집중과 순발력을 요한다. 예를 들어, 주의력을 향상하고 측정하는 이 게임은 ‘별 하나의 일탈’로 주의력 중에서도 선택적 주의력을 측정하며, 제한 시간 안에 단 하나 미묘하게 다른 모양을 알아채야 하는 게임이다. 이 외의 주의력 분야 게임은 분할 주의력, 시야 등을 측정한다.
루모시티 이용의 장점으로는 나의 인지 능력 지수를 전 세계 루모시티 이용자와 비교 가능하다는 것이며, 루모시티가 측정하는 6개의 영역에서 내 능력의 강·단점을 한 눈에 파악 가능하다는 것이다. 또한 다른 앱에 비해 UI가 깔끔해서 게임을 이해하는 데도, 수행하는 데도 어려움이 없고, 한국어로도 충분히 고객센터에 의뢰가 가능해 별 불편함이 없다.
단점이라면 이용권을 결제해야 한다는 점 정도랄까? 그래서 나도 3-4년간 결제해서 이용하고 현재 재결제는 하지 않는 상태다. 물론 평생 요금제가 있긴 하지만 300달러라니 약간 겁나기도 한다. 연간 요금제나 2년 요금제를 추천하며 가끔 이용권 할인 행사를 하니 가입했다가 행사 안내 메일을 받고 그때 결제하는 방법도 추천한다. 비슷한 인지개발 앱 또한 몇 가지 소개한다.
Peak
영국에서 개발했다는 Peak 또한 lumosity와 비슷하게 세계의 신경과학 연구자들과 개발했다고 한다. 무료로도 이용할 수 있지만, 유료로 결제해서 프로 버전으로 업그레이드해서 더 다양한 게임을 이용할 수 있다.
1년 회원권이 월 $3.21이며 평생 이용권은 $109.99로 루모시티보다 저렴하다. 훨씬 더 다양한 게임이 있으며 ‘커피 타임’ 혹은 ‘아드레날린 폭발’과 같이 나의 상황에 맞춰 구성해놓은 게임 묶음을 이용할 수도 있다. 약간 아쉬운 점은 Peak 내 게임은 많고 여러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려다 보니 UI가 깔끔하진 않다. 너무 많은 선택의 기로에서 앱을 이용하는 데 스트레스를 받는다.
memorado
memorado도 앞에 소개한 두 앱과 같이 인지능력을 향상하는 게임을 제공하며, 신경과학자들과 함께 개발했다고 한다. 제공하는 게임도 개수만 조금 다를 뿐 거의 비슷하며, 앞의 두 앱보다 저렴하다. 그래서 나는 평생 이용권으로 구매해서 현재 유료로는 이 앱만 사용한다.
이용권 금액은 3개월 코스 17,000원(5,666원/월), 1년 코스 28,000원(2,333원/월), 평생 이용권이 44,000원이다. 명상(mindfulness), 호흡, 마음챙김 등의 콘텐츠도 추가되어 명상이나 호흡을 가이드하거나 컬러링을 할 수 있다. 이건 Peak도 pro 버전에서 제공하는 서비스다.
2. 마인드 콘트롤, 정신 건강 관리 앱
치료비와 사회적 체면 등의 여러 가지 개인적·사회적 이유로 치료를 못 받는 사람들의 수가 상당하다. 그러한 사람들을 위한 정신 건강 관리 앱이다.
Pacifica
스트레스와 불안 관리 앱으로 현재 영어로 서비스하며, 한 달 이용료는 $5.99, 1년 이용료는 $35.99다. 물론 무료로도 앱 내의 일부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Pacifica는 6개 영역의 활동으로 나누어져 있으며, 보통 앱을 실행시키면 나에게 기분을 Great, Very Good, Good, Okay, Not Good, Bad, Awful 중에서 체크하게 한 다음, 내가 체크한 mood에 맞춰 오늘 할 활동을 제안한다.
Pacifica의 특별한 점 중 하나가 커뮤니티 기능이다. 커뮤니티로 들어가면 감사, 건강, 명상, 릴렉스, 불면 등의 카테고리가 있고 카테고리 안으로 들어가면 그 주제에 맞게 내가 포스팅할 수도, 사람의 포스트를 볼 수도 있다. 1년 전에는 채팅도 가능했는데 현재는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같은 SNS처럼 포스팅만 할 수 있게 되어 있다. 아무래도 같은 주제의 사람들끼리 소통하면 서로서로 섬세하게 위로해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하지만 영어를 못 하면 스트레스를 더 받을지도…
마인드카페
국내에서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멘탈 관리 앱 중에 이 앱이 최고다. 멘탈 커뮤니티로 내 고민을 올려서 여러 사람에게 피드백을 받을 수 있고 ‘엔젤’이라는 전문 상담사에게 피드백을 받을 수도 있다. Pacifica의 커뮤니티 기능에 ‘엔젤’이라는 전문 상담사 기능이 추가되었다고 보면 된다.
이 앱이 최고라고 말한 이유는 앱 내에 7일간 이용할 수 있는 ‘나를 찾아서’라는 서비스에 있다. 이 서비스는 100문항의 심리 검사로, 나를 7일간에 걸쳐 다양한 방면으로 분석, 설명, 위로해준다. 유료로 이용하기에도 충분히 질 높은 서비스인데, 현재 무료로 가능하기 때문에 강력히 추천한다.
자매품으로 ‘마인드 브리딩’ 앱도 있다. 숨쉬기 하나만 제대로 잘해도 건강한데, 이 앱도 숨쉬기 하나만 제대로 잘 알려준다. 호흡 관리 외에 다른 기능은 없으니, 유념하시라.
H2O
안드로이드 사용자들에게는 미안하지만 이 서비스는 iOS 사용자들만 이용 가능하다. 내부 콘텐츠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다.
- 힐링사운드
- 호흡조절법
- 명상법
- Smoody
- 다시 생각하기
이중 매일 2개의 콘텐츠 사용을 추천한다. UI, UX가 좋은 편이며 특히 ‘힐링 사운드’의 백색소음은 공부할 때나 혼자 집중해야 할 때 이용하기에 좋다. ‘다시 생각하기’는 인지 치료기법으로 내가 자동으로 판단하여 느끼는 감정과 생각을 바라보며 재조정한다. 호흡이나 명상 콘텐츠의 유용성은 내가 굳이 언급하지 않아도 될 것이고, H2O를 사용한다면 편하게 이용 가능하다. 업데이트 마지막 날짜가 1년 전인 걸로 봐서는 개발 후 방치된 것으로 보이나 무료로 이용 가능하기 때문에 추천한다.
Headspce
영어라는 언어를 사용하는 데 별 장애가 없다면 Headspace와 Coach Nova를 추천한다. 둘 다 사용자 친화적인 인터페이스로 이용하는 자체에 즐거움이 있다. 특히 Coach Nova는 인지치료기법으로 불면증을 치료하는데, 그 과정이 Nova라는 코치(가상의 인물로 약한 인공지능 같다.)와 문자채팅을 하면서 진행된다. 마치 문자 상담을 받는 것과 같다.
Coach Nova
마음날씨
마지막으로 아직 앱이 아니라 지속적인 사용에 불편감은 있지만 서울대학교 행복연구센터와 카카오가 함께 개발한 웹 ‘마음날씨’가 있다. 대한민국 안녕지수와 함께 지역별 안녕지수도 인포그래픽으로 나타내서 내 안녕지수와 함께 보기 편하다. 마음챙김, 힐링사운드 콘텐츠도 있어, 함께 이용하면 좋다. 웹이라 모바일에서 이용이 불편하지만, 카카오에서 하는 것이니만큼 곧 앱으로 개발하지 않을까 싶다.
마치며
이상으로 공간과 시간의 구애를 받지 않고 스스로 할 수 있는 멘탈 관리 앱들을 소개했다. 매일 곁에 있는 스마트폰으로 멘탈을 관리할 수 있다면 그것만큼 유용한 쓰임이 있을까 싶다. 이 포스트가 지금도 스트레스받고 매일 멘탈이 흔들리는, 나 같은 사람들에게 큰 도움이 되는 정보이길 바란다.
원문: 어떤책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