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들이 잔뜩 찌푸린 얼굴로 택시에서 내린다
무슨 잘못을 했길래 이렇게 고성이 오가는 것일까. 난폭운전? 아니면 승차거부? 일반적인 그런 이유는 아니다. 손님이 불쾌한 이유는, 택시운전사가 바로 ‘청각장애인’이었기 때문이었다.
서울시 1호 청각장애인 택시기사 이대호 씨. 그는 두 자녀와 가족을 위해 택시 운전 일을 시작했지만, 뒤따르는 건 세상의 싸늘한 시선이었다. 하지만 그처럼 안전하게 운전하는 사람은 없었다. 남들보다 몇 배는 집중해서 운전했다. 실제로 청각장애인의 교통사고 발생률은 고작 0.012이다.
불안할 수 있다. 운전에서는 시각 정보만큼이나 청각 정보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클랙슨과 사이렌을 듣지 못하는 그에게 난처한 상황이 발생한 적도 있다. 하지만 소리를 듣지 못하는 것이 운전을 하지 못할 결정적인 이유는 되지 못했다. 그는 운전면허를 통과했고, 택시운전 자격증 또한 획득했기 때문이다.
현대자동차가 이대호 씨에게 안겨준 새로운 선물
‘청각장애인을 위한 차량 주행 지원 시스템(Audio-Tactile Conversion, ATC)’ 기술을 기반으로 청각장애인이 소리를 듣지 않아도 안전하게 주행할 수 있도록 하는 차량이 있다. 이 자동차는 차량 내외부의 주행 중 운전자가 알아야 하는 다양한 청각 정보를 시각, 촉각으로 변환해 전달해낸다.
이 기술을 통한다면 경찰차, 소방차, 구급차의 사이렌은 물론 일반 자동차의 경적까지 구분해 HUD(Head Up Display)에 표시할 수 있다. 기존에 현대자동차가 가지고 있었던 전방표시장치 기술력을 이용한 결과다.
운전대를 통해서는 진동과 다양한 컬러의 발광다이오드(LED)를 통해 소리 정보를 운전자가 시각과 촉각(진동 등)으로 인지할 수 있도록 했다. 후진 시 발생하는 사물 근접 경고음 역시 HUD와 운전대에서 느낄 수 있는 진동 감도 등으로 직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
세상에서 가장 안전한 택시
처음에 청각장애인이라고 하시니 조금 불안했는데, 운전 너무 잘하시던데요? 엄청 안전하게 해주신다고 해야 하나? 목적지까지 너무 안전하게 잘 온 것 같아요.
새로운 차와 탑승한 승객들의 반응은 긍정적이었다. 세상에서 가장 조용한 택시는 그렇게, 세상에서 가장 안전한 택시가 되었다.
승객의 목소리는 듣지 못해도 마음은 들을 수 있기 때문에 앞으로 더 친절하고 안전한 운행을 하겠습니다.
목소리는 듣지 못해도 마음은 들을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택시 운행을 하며 여러 승객들의 날 선 반응을 익히 잘 알고 있었을 그였다. 비로소 영상 속 그의 모습은 무척 편안해 보였다.
현대자동차그룹 관계자는 “연구원들의 창작 의욕을 높이고 활발한 기술개발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 매년 R&D 아이디어 페스티벌을 개최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다양한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이동 수단을 넘어 삶의 동반자로 고객과 소통할 수 있는 다양한 활동을 전개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청각장애인도 안전하게 운전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그 어떤 사람들보다 더 말이다. 그럼에도 장애인 취업의 벽은 아직도 꽤 높다. 이번 영상이 장애인에 대한 편견을 부디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는 씨앗이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