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새해 벽두, 두툼한 패딩 점퍼를 입어도 추위가 느껴지는 날씨지만 일단의 청년들이 ‘세저리’로 향했다. 4일부터 1박 2일로 제천 세명대 저널리즘스쿨에서 열린 ‘제18기 예비언론인 캠프’에 참여하기 위해 전국 각지에서 대학언론인 등 50여 명이 모였다.
캠프는 전∙현직 언론인으로 구성된 저널리즘스쿨 교수진의 14개 강좌와 튜토리얼 등으로 이어졌고 강의실 열기는 바깥 추위를 무색하게 했다.
PD를 지망하는 정소영(22·고려대 사학과 4) 씨는 “인터넷 카페에서 후기를 보고 영감을 얻을 수 있을 것 같아 참여하게 됐다”며 “현직에 종사하는 분들도 만날 좋은 기회가 될 것 같다”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잘못된 언론인 충원∙교육이 불신의 원천”
캠프 환영사에서 이봉수 세명대 저널리즘스쿨대학원장은 “저널리즘의 표준을 제대로 배우지 않고 글쓰기를 조금 잘하는 학생들이 언론사에 들어간 뒤 ‘사스마와리’와 같은 전근대적 도제교육을 받는 등 언론인 충원∙교육과정이 잘못돼 한국 언론이 불신받고 있다”고 말했다.
저널리즘스쿨이 우수한 입학생을 유치하려는 소망도 있지만, 진학하지 않더라도 올바른 언론인의 초심을 심어주려고 캠프를 열었다.
개소식에 이어 이 원장은 ‘무엇이 우리 가슴을 뛰게 만드나’라는 기조 강연에서 세계 일류언론의 신문과 영상을 보여주면서 한국 언론의 문제점들을 조목조목 비판했다. 그는 정파성 등에 빠져 현실을 왜곡하는 우리 언론의 행태를 지적하면서 예비언론인들이 장차 언론을 바꾸는 새 피가 되어 달라고 당부했다.
정치인도 시작한 영상 미디어의 힘
KBS PD 출신 이상요 교수는 ‘영상제작 key–Finding’을 주제로 강의했다. 이 교수는 “이제는 페이퍼 미디어가 아닌 스크린 미디어가 중심”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1973년 퓰리처상을 받은 ‘현 콩 닉 웃(Hyun Cong Nich Ut)’의 사진과 《타임》 표지를 보여주며 “스크린은 글로 감성을 표현할 때보다 더 소구력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영상이 이미지를 창출하면서 인간의 무의식까지 지배한다”고 말했다.
KBS PD 출신이며 EBS 사장을 지낸 장해랑 교수는 ‘AI(인공지능) 시대, 공영교육방송의 길’ 강연에서 “이제 신문과 방송의 경계는 무너졌다”며 “모든 분야 시장에서 어떻게 변화하는지 바라보며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요즘 초등학생이 꿈꾸는 1위 직업이 1인 미디어”라며 미디어 생태계의 급변 양상을 설명했다.
장 교수는 EBS에서 실험한 모델을 보여주며 기술변화와 콘텐츠 변화에 관한 설명을 이어갔다. 그는 “4차산업혁명 시대에 교육 분야뿐 아니라 디지털과 관련된 모든 분야에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EBS 사례를 들어 “과거에는 ‘모바일 온리, TV 제로’였지만 지금은 전 세계가 ‘AI 퍼스트’로 바뀌었다”고 말했다. 그는 “최신 트렌드 책을 읽고 AI 퍼스트 시대에 맞춰 국내외 언론이 어떤 실험을 진행하는지 지켜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편 MBC PD인 김신완 교수는 캠프 둘째 날 ‘유능한 신입 PD의 조건’을 주제로 강연했다.
16년간 방송기자로 현장을 누빈 김문환 교수는 ‘레벨업! 방송리포팅’ 강의에서 “경쟁력을 갖추려면 기자, PD 지망 상관없이 다양한 분야를 섭렵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활자매체, 전파매체, 영상매체로 바뀌는 상황”이라며 유튜브 등을 활용한 영상 스토리텔링을 강조했다.
영상 스토리텔링 사례로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 등이 최근 유튜브를 통해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을 꼽았다. 김 교수는 “방송 리포트는 3개 구성요소, 곧 제목, 앵커멘트, 기사로 이뤄진다”며 “앞 음절은 올리고 뒤 음절은 떨어뜨리는 식의 인토네이션(Intonation, 음높이 변화)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제정임 교수는 ‘시사 현안 100분 토론’에서 “기자, PD는 시사 현안을 이해하고 쟁점을 파악하면서 대안을 모색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춰야 사회적 논의가 필요한 문제를 제대로 보도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위험의 외주화’를 주제로 토론을 진행하면서 기업 수익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안전상 위험성이 높은 업무를 맡게 된 비정규직, 하도급 노동자들에게 산재 사고가 쏠리는 현상을 진단하고 어떤 대책이 필요한지 수강생들과 토론했다.
“감성으로 호소하고 이성으로 설득하라”
캠프 둘째 날 아침은 김문환 교수의 ‘서양 문명과 미디어 리터러시’로 강연이 시작됐다.
칼럼을 쓰거나 기획안을 만들 때 시대를 관통하는 메시지를 어떻게 담아낼 것인지가 중요하다.
‘촛불과 만민공동회, 아테네 민주주의’를 다룬 김 교수는 “우리 사회가 당면한 선거제, 비정규직, 비핵화 등 주요 화두는 오늘날 우리만 고민한 소재가 아니었다”며 “문명사를 통해 민주주의, 인권, 평화 주권과 같은 시대정신을 이해하면 현재 당면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봉수 원장은 ‘개인DB 만들기’, ‘칼럼 쓰기 어렵지 않다’, ‘자기소개서 클리닉’ 강의를 진행하며 “문사철 등 교양을 많이 쌓아야 탁월한 언론인이 된다”고 말했다. 이어 이집트 상형문자를 보여주며 “이집트의 서기와 마찬가지로 기자는 듣는 직업”이라고 강조했다.
이 원장은 우리나라의 잘못된 글쓰기 교육을 비판하며 “글쓰기와 말하기를 다르게 생각하기 때문에 글쓰기가 어렵게 느껴지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 원장은 자신이 첨삭한 수많은 ‘명품 자기소개서’를 보여주며 “인생의 한 부분을 잘 부각하면 드라마가 된다”고 조언했다.
글쓰기 강연과 관련한 ‘봉샘의 피투성이 백일장’ 제시어는 ‘연결’이다. 글 첨삭을 받고자 하는 수강생은 이 원장 이메일([email protected])로 보내면 된다. 제출한 글들은 첨삭 과정을 거쳐 우수작은 《단비뉴스》에 실리고 그중에서도 ‘명작’을 가려 뽑아 책으로 발간할 예정이다.
호기심, 관찰력, 끈기 두루 갖춰야
《조선일보》에서 충원∙교육담당 편집부 국장을 겸했던 이종원 교수는 ‘메이저신문 기자 되기 어렵지 않다’ 강연에서 “메이저신문 기자 되는 길은 사실 어렵다”고 화두를 던져 수강생들의 웃음을 자아냈다. 이 교수는 ‘기자가 되는 것이 왜 어려운가’라는 질문을 던지며 “방향성 없이 너무 막연하게 준비하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신문사가 원하는 기자는 ‘세상에 관심이 많고, 잡학에 밝으며, 눈치가 빠르면서 부지런한 보통 사람’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독자와 시청자의 궁금증을 충족하는 기사를 작성해야 한다”며 “가장 중요한 것은 기사 아이템 발굴”이라고 말했다.
《뉴스타파》 대표이기도 한 김용진 교수는 ‘세상을 바꾸는 힘, 탐사보도’에서 ‘왜 언론인이 되려고 하느냐’라는 질문으로 강연을 시작했다.
언젠가 언론인이 될 수 있지만 항상 저널리즘에 의문점을 가져야 한다. 저널리즘이 사회를 좋은 방향으로 이끌지 못하면 존재할 이유가 없다.
그는 탐사보도를 ‘사회개혁을 위해, 기자의 직접 조사로, 누군가가 감추고자 하는, 중요한 공공 이슈에 대한, 정보를 폭로하는 언론 행위’라고 설명했다.
방송기자를 지망하는 김수연(25·경희대 졸) 씨는 “이론과 실무 부분에서 도움을 받고 싶어 참여했다”고 말했다. 그는 김문환 교수의 ‘레벨업! 방송 리포트’ 강의를 언급하며 “제가 원했던 ‘방송 리포트 작성법’ 등 실무적인 요소가 많이 들어간 강의들을 수강해서 좋았다”며 소감을 밝혔다.
원문: 단비뉴스 / 필자: 윤종훈·임지윤·황진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