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 관련 분야에서는 세계 최대 규모의 학술 행사인 WWW2014가 오는 4월 7일부터 11일까지 서울에서 열린다. 웹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팀 버너스-리를 비롯해 웹과 관련된 많은 유명 인사들이 패널로 참여한다.
이런 세계적인 학회가 국내에서 열린다는건 여러가지로 멋진 일이라고 생각되지만, 학회 자체와는 별개로 이 행사의 공식 사이트 (www2014.kr)는 한국의 일그러진 웹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www2014 is *the* web conference. registration page says: “This system is optimized at Microsoft Internet Explorer version 8.0 or later.” 🙁
— Tom Heath (@tommyh) 2014년 3월 24일
다른 학회도 아니고 “웹”에 대한 학회인데, 인터넷 익스플로러 8.0 이상의 버전에 최적화되어 있다는 메시지를 보여준다는 것이다. 학회에 등록하기 위해 Registration 페이지로 이동하면, 페이지 하단에서 관련 문구를 볼 수 있다.
이것만 해도 창피한 일인데, 여기에 한술 더 떠서 결제 과정에 있어 액티브엑스를 요구한다고 한다. 어떤가? 한국에서 열리는 세계적인 웹 학회 등록 과정에 액티브엑스가 필요하다니 창피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가? 창피하다는 생각이 들었다면, 다음은 분노할 차례다. 처음 문제를 제기한 Tom Heath의 트윗에 대해 WWW2014 공식 트위터 계정에서 뭐라고 답변했는지 보자.
@tommyh @mountielee @olafhartig Active X required only for Korean!
— WWW2014 (@WWW2014_Korea) 2014년 3월 25일
액티브엑스를 필요로 하는건 한국인만이라는 얘기다.[1] 불행 중 다행으로 실제로 IE 최적화 메시지와는 달리 사이트 자체를 다른 브라우저에서 보는데는 큰 문제가 없다고 한다. 즉 IE 최적화 메시지는 한국인들에게 하는 얘기라는 것이다.
이런 일그러진 모습은 최근 이슈가 되는 공인인증서 규제 철폐 문제와 관련된 이야기들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 같다. “외국인은 액티브엑스 없이 결제할 수 있지만, 한국인은 액티브엑스를 써야 한다.”라는 말은 우리가 며칠전 듣고 어이없어 하던 뉴스와 소름끼치게 비슷하다.
지난 20일 박근혜 대통령은 공인인증서 때문에 중국인들의 국내 쇼핑몰에서 쇼핑을 하지 못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그리고 이에 대해 관계 부처에선 외국인들은 공인인증서 없이 결제할 수 있도록 한다는 아주 이해하기 힘든 해결책을 내놓았다.
실제 해결책이라고 내놓은 이 정책이 실현되고, 공인인증서와 액티브엑스를 한국인들만 의무적으로 사용해야 된다면 우리가 앞으로 보게 될 한국의 웹은 어떤 모습일까? 그 답이 WWW2014 사이트에 있다. 웹 관련 최고 학회의 공식 사이트가 .kr을 주소 끝에 달면서 변한 모습에 말이다.
- 공식 계정 측에서는 어쩔 수 없는(inevitable) 일이라고 말하는걸 보니, 법적인 문제 때문에 액티브엑스를 강요하는게 아닐까 싶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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