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의 사납금 제도를 공부해봅시다.
……공부할 범위가 너무 넓으니 그만합시다.
그래도 한 것까지 공유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에 따르면 “운송사업자(택시사장)은 운수종사자(택시기사)가 이용자(택시손님)에게서 받은 운임이나 요금의 전액을 그 운수종사자(택시기사)에게서 받아야 한다”고 규정합니다. 쉽게 말하면 택시기사가 운행시간 동안 택시손님으로부터 받은 택시요금 전액을 택시회사에 줘야 합니다. 사납금은 20년 전부터 불법이라는 겁니다.
그런데 왜 사납금이 유지될까요? 그게 나도 궁금해. 자, 봅시다. 택시회사는 사납금을 받아요. 미우나 고우나 앉으나 서나 매일 택시 운행 대수대로 돈이 따박따박 들어와요. 정부 보조금 들어와요. 어떻게 망하는 구조인지 아직 파악 못 했는데 잘 안 망합니다. 그럼 기사는? 사납금 채우고 기름값도 원래는 전부 회사가 대야 하는데 일정 이상 쓴 건 본인이 대야하고. 착취당하는 거죠.
진짜 문제는 사납금이다
카풀이 문제다, 타다가 문제다 하는데 제가 보기에 진짜 문제는 사납금입니다. 택시회사 입장에선 사납금 제도만 유지되면 기본 빵은 벌어들이니 뭔가 모험을 하거나 서비스를 개선할 필요를 느끼지 못해요. 그러니 기사에 대한 교육이나 서비스 수준이 낮은 기사에 대한 제재 같은 건 생각 안 하죠.
“그냥 사납금 잘 채워오거라” 하는 정도면 회사 경영이 되는 거 아닌가 하는 의심이. 이 부분은 사실 제가 경영자가 아니라 잘 모르겠습니다만. 택시회사가 뭔가 너무 안정적으로 벌어가고, 기사들은 고생만 하고 최저 임금도 안 되는 급여 수준에 시달리고. 이런 상황에서 서비스가 좋아지길 기대하는 것은 난망.
타다에서 보여주 듯이, 위치기반 서비스 등을 이용하고 AI 동원하면 택시기사의 근태 체크가 충분히 가능해 보입니다. 이미 불법인 사납금을 폐지하고 월급제로 전환하되, 근무 태도는 택시 단말기에 혹은 기사 휴대폰에 프로그램을 넣어서 모니터링하면 될 듯.
택시 탑승객도 택시에 터치스크린 하나 달아서 기사를 평가하게 하고 평점, 근태에 연동해 월급을 책정하는 방법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운행 정보 등이 노동자의 개인정보나 자주권을 침해한다는 판단이 있다면 시범 사업을 해볼 수 있겠죠. 안정적인 월급제와 근태 모니터링의 교환.
타다는 제가 예상했던 대로 기존 업체를 인수하거나 제휴하는 형태로 사업망을 넓혀갈 것입니다. 택시 회사들 지금 넋 놓고 대강 버틸 때가 아닙니다. 택시회사들끼리 연합해서 월급제 전환, 모니터링 시스템 발굴, 택시호출 앱 공유 등의 조치를 선제적으로 취해야 합니다.
손 놓고 고소하다 할 문제가 아니다
사실 저는 택시 타면서 봉변을 당해본 기억이 없습니다. 10번 타도 말 한 번 안 거는 기사님도 계세요. 인상이 더러우니 차에 앉아서 행선지와 가는 방법을 간단히 공유하면 더 이상 말들을 안 거시더라고요. 그런데 여성분들은 말할 것도 없고, 모든 택시 이용자가 불쾌했던 경험이 있어서 이번 택시 파업 등 여러 문제에 대해 시민의 호응이 매우 낮은 상태입니다.
그렇다고 손 놓고 고소하다 할 문제는 더욱 아닙니다. 우버가 지배한 뉴욕은 더 큰 아수라장이 되고 있어요. 요금 통제도 안 되고, 길거리엔 우버 차량이 넘쳐납니다. 운송수단에 대한 관의 통제는 필요합니다. 택시기사의 적은 카풀도 민주당도 아닙니다. 불법인 사납금 제도 개혁, 완전 월급제 실시, 택시 서비스 품질 개선, 택시 경영 구조 개혁 등을 통해 원만하게 문제를 풀어가야 할 때가 아닌가 합니다.
잘 모르는 분야라 조심스럽긴 한데, 제 의견을 적어 봤습니다. 제가 모르는 부분은 가르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원문: 김성회의 페이스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