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에서 ‘항상’ 이기는 어마어마한 회사들에서 일한 이지혜 대표
리승환: 안녕하세요, 무슨 일을 하고 계신가요?
이지혜: 로보어드바이저 ‘에임’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리: 로보어드바이저 ‘에임’을 만들기 전에는 어떤 일을 했나요?
이지혜: 학부 졸업하자마자 월가와 보스턴에서 10년 정도 헤지펀드 매니저로 일했어요. 헤지펀드 중에서도 고도로 자동화된 알고리즘 기반의 자산운용을 하는 회사들만 다녔죠. 좀 더 창의적인 일을 하고 싶어서 MBA를 가게 됐죠. 사춘기가 늦게 왔달까… 그래서인지 석박사 과정, MBA 등 미래 고민을 하면서 돈을 안 번 시기도 또 길어요. 학교만 다닌 건 아니고, 비영리재단에서도 일했어요.
리: 그 돈 많이 주는 헤지펀드는 왜 나오셨어요?
이지혜: 씨티그룹이랑 아카디안에 있었어요. 아카디안은 사람들이 잘 모르는데, 르네상스 테크놀러지 같은 회사예요. 미국 내에서도 10개 미만의 업력 있는 회사들이 그들만의 리그를 형성하고 있어요. 최소 20조 이상의 자본을 돌리면서도, 부침 없이 계속 성과를 낸 자동화 기관투자사는 많지 않아요.
리: 걔들은 금융위기 때도 성과가 나왔습니까?
이지혜: 그럼요.
리: 금융위기 때 플러스였다고요? 2008년에?
이지혜: 위에서 이야기한 회사들은 기본적으로, 전략 자체가 마켓 뉴트럴이잖아요? 사는 게 있으면 파는 것도 같이 있어서, 마켓 리스크를 줄이죠.
리: 트레이더들이 다들 그렇게 말은 하지만, 실질적으로 성과를 내는 건 극소수 아닌가요?
이지혜: 보통 사람들은 투자에서 리스크 관리의 핵심을 ‘종목분산’까지로 생각하는 것 같아요. 그런데 에임, 지금 우리 회사가 얘기하는 건 ‘종목분산’보다 더 중요한 건 ‘자산분산’이다, ‘자산분산’보다 더 중요한 건 ‘전략분산’이다, 이런 거죠. 사실 돈이 많으면 많을수록 이렇게 투자할 수밖에 없기도 하고요.
리: 맞는 말씀입니다만, 그렇게 분산이 계속 추가될수록 평균 수익률에 회귀하는 경향이 있지 않나요?
이지혜: 그렇지 않습니다. 아주 단순하게 말씀드릴게요. 워런 버핏이 얘기하는 가치 투자가 있고, 굉장히 빠르게 움직이는 소로스는 모멘텀을 중시하잖아요. 길게 가는 투자랑 짧게 가는 투자랑 정말 극단적이죠. 그런데 이들 전략 중 더 많은 수익을 내는 시기가 완전히 달라요. 여기에 가중치를 잘 주는 거죠. 분산을 단순히 5:5로 가는 게 아니라, 시장의 사이클을 알고 양쪽 간 비중을 배분하는 거죠.
리: 그걸 잘 알면 우리가 모두 버핏이나 소로스보다 더 벌었겠지만 그렇지 않죠.
이지혜: 말씀하신 탑 엘리트 펌이란 곳이 그런 회사에요. 개인은 절대로 이기지 못하고, 이길 생각도 하면 안 되는 곳이죠. 그러니까 점점 개인은 액티브 투자보다 패시브 투자를 하라는 이야기들이 돌죠.
개미 투자, 국내 주식밖에 모르는 편협한 사고가 수익률을 갉아먹는다
리: 주식 책 보면 사실 대다수 펀드매니저가 인덱스한테 진다던데…
이지혜: 그 대다수 펀드매니저는 개인의 돈을 모은 리테일 펀드매니저예요. 일반인이 알아야 할 것은, 본인이 보도듣도 못한 많은 종류의 펀드매니저들이 있고, 그 펀드매니저들은 3,000억 이하는 받아주지 않는다는 거예요. 그 펀드매니저들이 우리가 얘기하는 뮤츄얼 펀드매니저는 아니라는 거죠.
리: 패시브가 사실 웬만하면 액티브 다 이기긴 하잖아요.
네, 근데 그 웬만한 곳 중에 10%는 패시브를 이긴단 말이에요. 그 10%에 드는 곳이 아까 이야기한 르네상스 테크놀러지, 그리고 제가 다닌 아카디안 같은 곳이죠. 요즘 뜬 회사로는 머신러닝으로 트레이딩을 엄청 빠르게 하는 투 시그마도 있고요. 제가 말씀드린 10개 정도의 회사 중에는 남의 돈 받지 않고 자기자본만 굴리는 회사도 있어요.
리: 그러면 우리의 불쌍한 개인투자자들은 위대한 몇몇 기관을 절대 이길 수 없다?
이지혜: 네, 절대 불가능합니다.
리: 그러면 에임은 이런 시장 참여자들의 불안에 어떻게 맞서고 있나요?
이지혜: 실제로 보여주며 신뢰를 얻어가는 거죠. 얼마 전 2018년이 118년 만에 재테크 최악의 해라는 기사 보셨어요?
리: 네. 최악이라고들 이야기 많았죠.
이지혜: 그때 굉장히 다양한 자산군 중에, 10개 미만의 자산군만 수익을 내고 있다고 뽑아냈어요. 그게 주식, 채권, 원자재도 아니에요. VC, private equity, 달러 등이었어요. 일반인이 손 닿는 자산군은 아니었죠. 근데 에임 당시 베이스 화폐를 달러로 바꾼 상태였어요. 이를 통해 위험 관리가 가능했죠. 그런데 일반인이 고른 모든 자산은 올해에는 다 폭망이었어요. 그들은 왜 달러를 고르지 않았을까요? 이왕이면 좀 덜 잃는 채권을 사지 않았을까요?
리: 사실 일반적으론 잘 몰라서 그렇죠. 보통 주식만 배우니까…
이지혜: 그 좁은 사고가 저는 엄청나게 위험하단 거죠. 주식 중에서도 왜 한국 주식일까요, 미쳤어요? 전 세계 2%에 인생을 걸게? 이상하잖아요. 저는 이런 이야기를 하고 싶어요. 개인 투자자들은 두 가지 문제점이 있는 것 같아요. 본인이 아는 게 진짜라고 믿는 편협한 사고, 두 번째는 무관심이죠. 이 두 가지 문제가 그들의 미래를 갉아먹고 있죠.
리: 그래서 요즘 또 미국 주식 사라, 이런 이야기가 많죠.
이지혜: 투자처도 그렇지만, 투자 기간에 대해서 얘기하는 사람도 별로 없지 않나요? 혹시 그런 얘기 못 들어보셨어요? 투자 기간이 3년 이상이면 손실을 볼 확률이 20% 미만으로 떨어진다는 거? 랜덤으로 던져도.
리: 어, 그건 놀랍네요. 어느 나라든 마찬가지인 거예요?
이지혜: 적어도 미국 주식은 그래요. S&P 500 기준으로 봤을 때, 랜덤 다트를 던져서 기간, 하루 보유하면 손해확률 49%, 그냥 동전 던지기랑 똑같단 얘기죠. 그런데 오래 쥘수록 손해 확률이 점점 줄어요. 그래서 10년 이상 보유한다고 생각하면 정말로, 잃을 수 있는 확률이 0에 가깝게 수렴한다는 통계가 많이 있거든요.
리: 세상에, 존버가 최고인 건가요 결국은?
이지혜: 패시브 투자를 하려면 기간을 길게 가져가면 돼요. 대부분의 뮤츄얼 펀드매니저들이 아무리 노력하는 것보다 당연히 훨씬 나아요. 단순하지만 정말 유리한 전략입니다. 그 무엇보다도요. 지금 들고 계시는 연금저축이나 연금보험 이런 거 있잖아요, 원금의 15% 이상을 사업비로 내고 있어요. 그런 걸 왜 해요? 거짓말 안 하고요, S&P 500을 따르는 지수와 미국채권 20년 이상 만기 채권 TLT, 두 개만 가지고 50:50으로 자산배분해 놓고 그냥 쭉 가만있으셔도 돼요.
리: 끝인가요? 그 복잡한 알고리즘의 헤지펀드에서 일한 분이 이렇게 이야기하니 신선하네요…
이지혜: 네. 끝이에요. 대신 주기적으로 리밸런싱은 해줘야죠. 장기적으로 들고 갈 거면 그냥 50:50으로 계속 있어도 돼요. 그런데 보통 주식 수익률이 장기적으로는 더 높으니까, 늘어난 만큼 다시 줄여서 50:50을 맞추면 되죠.
한국 주식에만 목매달지 않아야 하는 이유
리: 한국 시장을 까셨으니, 한국에 대해 좀 더 이야기해보죠. 5:5라는 게 한국 주식이랑 채권에도 맞아떨어지나요?
이지혜: 음… 우리나라는 기대수익이 조금 더 낮을 거예요. 애초에 이머징 마켓이 플럭츄에이션이 심하잖아요?
리: 한국은 사실 이머징이라 하기엔 되게 애매하잖아요. 근데 왜 20년째 이 꼬라지인 겁니까?
이지혜: 전혀 안 그래요. 20년 전과는 되게 많이 변했어요. 이게 약간 표본을 잘 봐야 하는데, 코스피 되게 많이 올랐어요.
리: 장기적으로 보면 2008년 꼬라박은 거 2009년에 바로 회복되고… 이후 작년 점프하고 다시 조정이고… 결국 박스피 아닌가요?
이지혜: 진짜 길게 봐야 해요. 그 롱텀에서 저점과 저점, 고점과 고점을 비교하면 결국은 오른다는 거죠. 물론 시기에 따라 금융위기 때문에 차이가 커지는 시기는 있죠. 근데 주식 시장이 원래 그런 거예요. 주식 시장의 사이클을 7년이다 10년이다 하는데, 움직임이 덜한 때 뚝 끊어서 보면 재미없는 장인 경우가 많죠. 제가 일반인들한테 ‘자산가치 상승은 계단식 상승이다’라고 이야기해요. 물론 한국 주식이 미국 주식보다야 좀 낮지만요.
리: 주식시장이 일반적으로 연 10% 수익을 낸다고요?
이지혜: 10%가 아니라 10%대. 20%를 넘진 않아요. 실제 숫자를 보면 사람들의 생각과 되게 달라요. 제가 자산군 수익을 요약해서 보여드리는 매트릭스가 있어요. 2008년 이후로 한국 주식은 8.8% 정도 수익을 냈어요. 지금 대표님도 그러시고 일반인들은 주식의 기대수익이 되게 낮다고 생각하시는 것 같아요. 하지만 수치는 다르거든요. 어쨌든 사람들에게 드리고 싶은 이야기는, 사람들이 위험도와 변동성에 대해 별로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는 얘기죠.
리: 뭐, 일반인이야 주식, 채권, 부동산, 현금, 이 4가지 아닌가요?
이지혜: 네, 보통은 그 4가지라고 생각하죠. 지난 금융위기 땐 다 도망 나오셨을 거 아니에요? 일반인이라면 더더욱. 뭔가 투자를 시작했을 때 어디에 뭘 투자했든 간에 지금쯤 수익이 연평균 얼마쯤 나왔나를 봐요. 이 매트릭스대로 나와요. 물가상승률 2%에 경제성장률 3.1%, 그리고 기업이 경제활동을 그것보단 열심히 할 테니까 그보단 낫겠죠. 특히 상장된 주식이라면, 그것보단 좀 더 나올 거고요. 그래서 한국 주식은 8.8%, 미국은 9.1%가 나온 거예요.
리: 굳이 한국에 집착할 필요가 없단 것이군요.
이지혜: 2008년 경제위기 때, 미국은 40% 떨어졌고, 이머징 마켓 53%, 한국 시장 51%가 떨어졌어요. 그런데 미국 대형주만 보면 37%에요. 이처럼 자산 유형이 되게 다양한데, 한국인들은 무조건 한국에만 걸어요.
어차피 한국도 해외 스마트머니의 판: 위험한 시기에는 한국 주가부터 빠지는 이유
리: 한국도 나름 선진국인데, 왜 이럴까요?
이지혜: 솔직히 한국 시장은 좋지 않아요. 우리나라는 선진시장스러우나 신흥시장으로 분류되는 아주 안 좋은 시장이거든요. 두 가지 이유가 있어요. 일단 아직도 외환 정책을 나라에서 컨트롤하려고 해요. 외환시장이 개방은 돼 있지만, 수출의존도가 높아서 환율 영향이 크죠. 이걸 나라에서 포기하지 않는 한 선진국 금융 시장에 포함되진 못할 거예요.
근데 이거 외에 다른 모든 성격은 선진시장이거든요. 유동성이든 주식 시장 개방이든 다 그래요. 그래서 해외 기관들이 많이 들어와서 사고 팔죠. 그래봐야 전 세계에서 한국 주식의 비중은 2% 정도인데, 기관들은 어차피 ±3% 정도의 범위 내에서 운용을 하라는 지시가 정해져 있어요. 기껏해야 5%인 거죠. 그런데 경기 사이클이 바뀌어서 신흥시장 주식에 대한 투자자들의 심리가 위축돼요. 어디서 제일 먼저 빠질까요?
리: 한국부터 빠지진 않겠죠?
이지혜: 한국부터 빠져요. 유동성이 높으니까요.
리: 아…
이지혜: 이건 한국 시장 전망이 좋고 나쁘고가 상관이 없어요. 신흥시장 주식에서 돈을 빼서 안전자산으로 옮겨야 하는데, 신흥시장 중에서 당장 오늘 포지션 덜어내고 많이 움직일 수 있는 시장이 한국이에요.
리: 그럴 거면 한국으로 돈을 많이 넣을 수도 있잖아요. 왜 이런 일은 잘 안 생기는 거예요?
이지혜: 많이 넣죠. 진짜로 많이 넣어요. 그래서 코스피가 오르락내리락 하잖아요. 한국 주가가 오르내리는 건, 어차피 개인은 상관없어요. 외국에서 기관이 돈을 쏘느냐 안 쏘느냐에 달려있죠. 내려가는 것도 한국 경제와 별 상관이 없어요. 걔네가 안전자산 필요해서 ‘돈 빼갈게~’ 그러면 내려가는 거죠. 흔히들 기관이 돈 벌고 개미가 운다고 하는데, 그 기관들도 돈 못 벌었을 가능성이 커요. 그저 개미보단 덜 잃었을 수도 있는 정도죠.
리: 해외 대형 헤지펀드 얘네들만 다 번다?
이지혜: 네. 그 스마트 머니가 먼저 움직여요. 에임만 해도, 지난 4월에 안전자산으로 다 바꿨거든요.
리: 한국인도 이머징 마켓은 많이 사잖아요. 2018년에 베트남 엄청 샀고…
이지혜: 전문 트레이더가 아닌 이상 널뛰기가 심한 자산 유형에 인생을 걸 이유는 없어요. 1등으로 떴다가도 어느 순간 나락으로 떨어지잖아요. 물론 그런 급락이 트레이더에게는 또 다른 기회죠. 에임에서 하는 얘기는, 세상에 자기 자산 늘리는 방법은 다양하게 있지만, 이기는 사람들의 공통점은 손실 관리와 위험 관리에 있어요. 30% 떨어져도 언젠가 회복돼요. 하지만 일반인은 그걸 못 버티고 나갈 가능성도 크고, 원금이 그만큼 줄면 회복 때까지 50%가 올라야 해요. 그래서 이기는 투자자는 떨어질 때 덜 떨어지게끔 하죠.
리: 하지만 말씀하시는 걸 들으니 존버하면 무조건 이긴다 싶기도 합니다.
이지혜: 말씀하신 존버라고 하는 롱텀 투자를 하면 무조건 이겨요. 시장은 항상 회복해요. 적어도 지금까지는 늘 그랬어요. 사람들이 주가 떨어진다고 본질 가치가 하락하는 게 아니라고 많이 얘기하잖아요. 그래서 ‘장기적인 경제 성장에 한 번 걸어봅시다’가 패시브 투자인데, 개인이 하기에 편한 건 사실이죠. 패시브 투자를 하되 시장의 위기가 감지된다면 액티브하게 위험 관리에 초점을 더 맞추자, 이게 에임이 하는 일이에요.
리: 일반인들한테 액티브 투자는 전혀 권하지 않나요?
이지혜: 전혀 권하지 않아요. 액티브 투자를 어떻게 해야 이기는지 저는 아니까요. 시장을 이기는 건요, 천재가 한 40명 있어요. 천재 40명이 한 40년 동안 어떻게 하면 시장을 이기는지 미친 듯이 고민해요. 근데 일반인이 시간이 있나요? 아니면 그렇게 오래 쌓아온 노하우가 있나요? 어떻게 시장을 이길 생각을 하냐는 거죠. 그 펀드매니저란 사람들도 나름 엄청 경제공부 하고 풀타임으로 일하죠. 그런데도 여러 이유로 패시브만 못한 수익률이 나오는데, 일반인은 쉽지 않다고 봐요.
리: 그래도 너무 보수적으로 말씀하시는 것 같은데, 수익률을 좀 더 높일 방법은 없을까요?
이지혜: 제가 재미없게 50:50 얘기하지만, 50:50을 칼 같이 지키고 있어야 하는 이유가, 봄이 올 때 50의 주식을 60~70으로 늘릴 수 있거든요. 그러려면 지지부진한 수익률의 가을과 수익률이 떨어질 수 있는 겨울에 잘 버티는 게 정말 중요해요.
리: 뭔가 가치투자자들 이야기가 떠오르네요. 자기들은 재미없는 장에서 돈 번다, 오히려 장이 왔다 갔다 하면 성장주만 돈 번다, 이런 이야기…
이지혜: 네, 그래서 가치 투자가 버는 시기와 모멘텀이 버는 시시가 다르죠. 그런데 모멘텀은 경기 사이클 변곡점에서 아주 죽을 쑤거든요. 그래서 지수에 투자하는 걸 기본으로 하는 게, 둘 다 섞여 있기 때문이에요. 자산 배분으로 대부분 포트폴리오의 수익이 8-90% 결정된다는 게 너무 정설이죠. 그런데 정말 탑 리그에서 뛰려면 나머지 10%도 잘해야 하잖아요? 그래서 에임도 약간의 팩터 틸트를 준단 말이죠. 예를 들면 여름에는 소형주가 더 수익이 잘 나요. 그러니 ETF 중에서도 Russell 3000 인덱스에 연계된 종목의 비중을 늘리죠. 너무 숫자계산 안 해도 스몰 캡 팩터들을 더 가질 수 있거든요. 조금이라도 수익이 더 많이 나게, 이런 것까지도 할 수 있는 거죠. 채권도 마찬가지고요.
전략과 자산 분산으로 리스크를 헤지해주는 로보어드바이저 에임
리: 그러면 에임을 사용하면 그 무지막지한 기관만큼의 수익률이 납니까?
이지혜: 음, 그만큼은 아닌데 나쁘지 않아요. 개인 투자는 제약사항들이 많잖아요.
리: 기관의 제약사항이 더 많을 것 같은데요? 피터 린치도 그런 이야기를 했고…
이지혜: 일반적으로 사거나 팔거나만 할 수 있는 펀드들은 제약이 있죠. 그리고 대부분 일정 범위의 운용 지침이 있으니까요. 뮤추얼 펀드는 대부분의 새로운 전략을 못 쓴다고 보면 돼요. 일반인이 들어오는 펀드는 오랫동안 고객 돈을 묶어둘 수 없으니까, 유동성이 높아야 하잖아요. 그렇다 보니 대부분, 어떤 금융 상품에 투자할 수 있는지가 정해져 있죠. 그리고 복잡한 전략을 일반인에게 다 설명할 수도 없어요. 그래서 표준화된 제품, 누구나 많이 이해하고 있는 투자전략을 쓸 수밖에 없죠.
리: 그래서 에임은…
이지혜: 에임도 그런 측면에서 당연히 비슷한 제약사항에 노출돼 있어요. 일반인이 이해하기 쉽고 유동성이 충분한 걸 찾게 되죠. 이런 제약사항에 맞게 만들어야 하는 건 여전한 숙제에요. 또 경기가 안 좋아지는 걸 알아도 쉽게 숏을 할 수도 없고, 레버리지 끼고 마진 콜 받게 되면 대응이 어렵죠. 한번 들어가면, 일반인이 견딜 수 있는 수준이 아닐 수 있거든요.
리: 그러면 에임은 이런 리스크에 어떻게 대처하나요?
이지혜: 저희는 별로 한국 신경 안 써요. 우리가 생각하는 한국 투자자들은 근로소득부터 한국 경제, 한국 기업에 좌우돼요. 그러면 최소한 투자라도 좀 헤지해주자. 이게 에임에서 이야기하는 거예요.
리: 어차피 경제위기가 와도 자산배분이 헤지해준다 이건가요?
이지혜: 네, 여기서 핵심은 달러 기반이란 거예요. 달러 기반의 투자가 들어감으로써 원화 대비 환율로 이미 헤지가 돼요. 위험 자산을 굉장히 선호할 때는 당연히 현금을 싫어하잖아요. 그래서 베트남, P2P, 비트코인 같은 위험자산에 투자하죠. 그런데 지금처럼 투자에 위험 신호가 오면 수익률 박살 나고 그쪽은 쳐다보지도 않죠. 그럴 거면 평소에 달러 기반의 안전자산을 갖추는 게 맞죠. 굳이 추가하자면 일본의 엔 정도?
리: 한국의 원은 위험한 거고…
이지혜: 네, 현금 중에서는 위험하죠. 그런데 원보다 위험한 거 많아요. 흔히 얼터너티브라고 하는 P2P, 코인… 이런 순서에 대해 이해할 필요가 있어요. 이 순서에 대한 이해를 가지고 있으면, 위험자산에서 안전자산으로 돈을 옮기는 게 이해가 될 거예요. 당연히 원화를 달러로 바꾸겠죠. 그러면 원화 떨어지고 달러 오르죠. 이걸 2018년 한 해 내내 보신 거예요.
리: 그런데 이게 확 무너지는 순간이 경제위기죠. 이걸 예상하기는 불가능한데 계속 5:5 가져가면 될까요?
이지혜: 제가 일했던 곳 같은 곳에서는 알 수 있어요. 최소한 우리는 지난 30년은 알아 왔거든요. 앞으로 못 맞출지도 모르지만, 미국발 금융위기, 유로존 위기, 다 예측했어요. 하지만 일반인은 모르죠. 그러면 기본적으로 주식과 채권 5:5 가야죠. 그럼에도 좀 신호를 읽고 싶겠죠. 그래서 에임 같은 회사가 도움을 주려 하는 거죠. 더 많은 회사가 그럴 수 있으면 좋겠고.
리: 일반인은 죽어도 알 수는 없다?
이지혜: 리스크프리미아, 인베스터 센티먼트, 이런 거 보면 리스키한 에셋의 가격 추이와 안전 자산의 가격 추이를 알 수 있어요. 그 스프레드를 보면 대략적인 건 알 수 있죠. 근데 일반인이 이를 두고 가공하고 하는 건 힘드니까, 스프레드 추이에 따라 조절하는 정도로 활용할 수 있겠죠.
리: 쉽진 않을 것 같은데요… 당장 2018년만 해도 전년 대비 종합주가지수가 한 20% 빠졌잖아요. 이것도 에임에서 예측했었나요?
이지혜: 우리는 1월부터 웬만하면 리스크테이킹하지 말라고 했어요. 좋은 때를 여름, 나쁠 때를 겨울이라 하는데, 여름에서 겨울로 가기 전에 흔들리는 가을, 혼란기가 있거든요. 평가가치 상승 기대하기 힘드니까 주식 비중 줄이고 채권 배당금 챙기라 했죠. 그래서 연초 대비 최악으로 많이 떨어진 포트폴리오도 -2% 정도에요. 선방했죠.
리: 여러 개의 포트폴리오를 제시하는군요.
이지혜: 네. 개인별로 다 달라져요. 투자 기간이 얼마나 되는지, 본인의 위험 수용도가 얼마나 되는지, 본인이 모아놓은 돈은 소득수준 대비 얼마나 되는지, 이런 걸 고려하죠. 위험 수용도가 높았던 사람들은 주식을 50% 이상 가져가지 말라고 했어요. 반대로 2017년에는 더 공격적으로 추천했고요.
리: 개인에게 맞는 추천 리포트가 나간다는 건가요?
이지혜: 아니요, 직접 관리는 안 해요. 고객이 직접 투자하게끔 자문을 해 주고, MTS를 제공하죠. 저희 레코멘데이션 기능이 자동으로 자산 배분을 해줘요. 클릭만 하면 자동으로 매수가 되는데, 종목, 수량, 가격까지 다 나오거든요. 개별 ETF 레벨로 주식은 어떤 ETF로 구성할 건지, 채권은 또 어떤 ETF로 구성할 건지 한 번에 추천하죠. 경기 사이클 변화가 있으면 리밸런싱을 해주고요.
세계에서 가장 가벼운 금융회사를 꿈꾸며
리: 직접 투자는 왜 안 하십니까?
이지혜: 우리가 꿈꾸는 건 세상에서 제일 가벼운 금융회사에요. 가벼운 기술회사를 지향하죠. 그래서 캐피털을 가지고 있고 싶지 않아요. 운용사가 되려면 자본금만 최소 50억, 트레이딩을 직접 하려면 한 200억 있어야 할 거예요. 세상에 그런 인프라는 많이 있으니까. 남의 인프라를 활용하는 거죠.
리: 남의 인프라?
이지혜: 예로, 증권사는 인프라스트럭처 협력을 해주기 때문에 좋은 파트너예요. 증권사 고객은 싸게 어드바이저를 만나게 돼서 고객도 증권사도 우리를 좋아해요. 업계에 저희랑 비슷하게 하던 회사들 있었는데 많이 없어졌죠. 수수료는 너무 저렴한데 스케일업은 느리고 규제는 안 풀리고 등등, 그래서 많이 없어졌어요.
리: 대표님은 헤지펀드 그만두고 투자 좀 안 했어요?
이지혜: 저는 원래 투자를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에요. 저는 그냥 투자가 주는 효용을 좋아하는 사람이에요. 그러니까 사람들을 돕는 수단의 하나라고 생각했어요. 밥 먹을 때 요리하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 있더라도 같이 먹는 게 즐거운 거지, 요리 자체가 즐거운 게 아닐 수 있잖아요. 저에게 에임은 그런 서비스에요.
리: 지금 에임 사용하시는 분은 몇이나 돼요?
이지혜: 사용자는 1만 6,000명이에요. 그런데 진짜 자기 돈으로 투자하는 건 500만 원 이상을 가진 분들만 가능해요. 그분들은 한 1,500명 정도 돼요. 나머지 1만 명은 어떻게 해야 할지가, 제 요즘 가장 큰 고민이에요.
리: 유료 고객은 돈을 얼마나 내나요?
이지혜: 1년에 자기가 맡긴 돈의 0.5%를 내요. 500만 원이면 2만 5,000원, 한 달에 2,000원, 이런 거죠.
리: 여긴 왜 안 망하고 있는 거예요?
이지혜: 돈을 안 쓰니까요. (웃음) 제가 미니멀리즘을 좋아해서 직원도 6명이에요. 올해는 확 스케일업해야 할 것 같긴 해요. 베타 서비스 1년, 정식 서비스 출시 1년 동안 고객에 대해서 이해하는 시간은 많이 가졌죠. 불특정 개인들과 2년을 호흡하며 동시에 고민거리도 많이 늘었어요. 정말 이분들의 고민은 뭐고, 어떻게 도울 수 있을지…
리: 앞으로는 어떤 식으로 발전하고 싶은지?
이지혜: 파트너쉽을 많이 할 생각이에요. 그리고 말씀드린 1만 명도 쓸 수 있는 서비스를 따로 기획하고 있어요. 자금의 규모가 500만 원이 안 되더라도, 최소 300만 원만 돼도 리스크와 리턴을 잘 배분할 수 있는 서비스를 테스트 중이에요.
리: 감사합니다. 마지막으로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이지혜: 에임과 함께 건강하고 합리적인 ‘긴 호흡의 투자’를 시작하는 분들이 많아지면 좋겠습니다. 세상에 하나쯤은 꼭 있었으면 하는 멋진 기업이자 내 편, 에임이 변치 않는 철학과 전문성을 기반으로 세상에 가치를 더할 수 있도록 주변에 널리 알려주시고 응원해주세요.
[이지혜] 2020년 글로벌 투자 전략: 인사이트 형성과 투자 판단 분별력 키우기
1월 강의 이후 쏟아진 앙코르 요청에 8개월 만에 어렵게 모셨습니다.
저는 36년간 사실 부동산, 주식, 재테크에 관심이 없었습니다. 관심이 없다기보다는 이 돈으로 뭘 할 수 있겠어, 그냥 예적금 잘 부어서 목돈이나 만들자 하는 생각으로 급여를 받으면 적게 쓰고 모으는 데 집중했습니다. 그런데 요즘 여러 경제 관련 지식을 접하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왜 경제는, 특히 돈 버는 방법은 학교에서 알려주지 않을까? 학교에서 알려주는 건 결국 사회가 원하는 인재상(이라고 쓰고 노예라고 읽는다)을 만들어내기 위한 건 아닐까?
중·고등학교 때 알려준 지식은 결국 대학을 가게 하기 위함이고, 대학을 가서는 취직을 하게 하기 위함인데 그 뒤에는 결혼해서 얌전히 애 낳아서 급여 차곡차곡 모아라. 이런 플로우를 원하는 게 아닐까 하고요.
그래서 돈 지키고, 벌고, 불리는 강의들을 준비했습니다. 에임의 이지혜 대표님이 직접 강의해주시는 직강입니다. 1월 이후 8개월 만에 어렵게 모셨으니, 이번에 놓치면 또 내년에나 모실 수 있겠죠? 남의 돈 불려주시느라 너무 바쁘시거든요.
월가의 퀀트 여제, 세계에서 가장 가벼운 금융회사를 꿈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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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랜 시간에 걸쳐 검증된 글로벌 투자 전략에 대한 인사이트가 생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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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투자와 자산배분, 리스크 관리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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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날짜: 2019년 9월 26일(목요일)
- 시간: 19:30–22:00
- 장소: 위워크 삼성역2호점(서울 강남구 테헤란로 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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