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들이 하기 싫은 의무’를 대신 하는 것이 징병제라고 하자. 그렇다면 그것과 준하는 것을 병역거부자들에게 요구하기 이전에 ‘남들이 하기 싫어하는 것’을 강요당한 이들에게 그에 따르는 ‘보상’을 해주는 것을 먼저 고려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그것이 정당한 사회를 구현하는 것 아닌가.
그래서 징벌적이라고 하는 거다. 가기 싫은데 가서 고생하는 사람도, 거부하여 손가락질을 받는 사람도 함께 망하는 것. 기본적으로 자신이 싫어하는 것을 남에게 강요하는 사회는 건강한 사회가 아니다. ‘개인적 신념에 의한 병역거부자’에 대해 이 사회가 요구하는 것은 ‘나도 고생했으니, 너도 한번 당해봐라’ 밖에 없지 않은가. 그러니 장병들에 대한 복지나 처우개선이 해결되지 않거나 진행이 되더라도 더딘 것이다.
시점과 관점을 좀 바꾸어 보는 유연함이 군과 군 출신자들에겐 필요하다. ‘남들도 고생했으니 너희도’가 아니라 ‘고생하기 싫으니 우리도’로 바꿔보는 것이다. 이등병 기준으로 최소 월 급여는 80만 원 이상, 병장 기준 최소 월 급여는 120만 원 정도는 주고 위수지역 다 폐지하고 그래야 하는 거 아닌가. 노후화되고 현대전 교리에도 맞지 않는 장비들도 개선해주고. 근무 시간 끝나면 좀 더 자유를 인정해주고 말이다.
예산 없다고? 그럼 늘려야지! 그 정도 예산 올리고 세금 올라가는 거에 싫다고 할 대한민국 국민 없다. 아차, 자한당이나 애국 뭐시기 하는 애들은 싫다고 할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부사관이나 간부사관 출신들은 ‘우리는 심하게 고생하는데’라는 말할 자격 없다. 그 길을 누가 강요한 것도 아니고 자신이 선택했지 않은가. 그리고 그게 ‘직업’ 아닌가. 당신들이 요구해야 할 것은 ‘같은 공무원인데 왜 다른 공무원들과 달리 차별을 하느냐’ 정도 아닐까?
더 나은 처우를 원하면, 그들을 품고 같은 편으로 먼저 만들어라. ‘우리는 피해자야!’ 하지 말고 ‘우리도, 너희도 같은 피해자이니 서로 윈윈하자’라는 인식을 가져보면 어떨까. 억울한가? 억울하다면 당신들을 그렇게 만든 사회를 바꿀 생각을 해보자. 억울한 마음을 가지게 될 사람들을 더 양산하는 세상을 만들지 말고.
원문: 김찬우의 페이스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