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장사는 원래 조선일보의 종특이다. 제목에 엄청난 도발을 해놓고 본문에는 전혀 딴소리를 하는 식이다. 대부분 독자는 제목만 보고 판단하고, 제목만 머리에 담아서 화를 내고, 욕을 하고, 비아냥거리고, 그것을 주위 사람들에게 전한다.
한겨레 신문의 「도로, 철도, 항만… 모든 공공시설에 민자 허용 추진」이라는 제목을 보면 도로, 철도, 항만에 민간 투자가 허용되지 않던 것이 2019년부터 전면적으로 허용되는 것 같은 착각을 준다. 또한 직관적으로 도로, 철도, 항만 등 사회간접자본(SOC)을 민영화하는 것 같은 또 다른 착각을 낳는다.
우리 국민들은 사회간접자본과 공공시설, 공공기관의 민영화에 본능적인 반감을 가졌다. 이 기사를 보고 진보적인 시각을 가진 분들은 “촛불을 또 들어야겠다”느니 “문재인이 본색을 드러냈다”느니 화낸다. 그러나 내용은 전혀 다르다. 이미 도로, 철도, 항만은 ‘사회기반시설에 대한 민간투자법(약칭 민간투자법)’이 정하는 민간투자 대상에 포함되어 있다.
이 법이 정하는 ‘사회기반시설’의 정의에는 도로, 철도, 항만, 공항, 다목적댐, 수도 및 중수도, 하수도, 하천시설, 폐기물처리시설, 전기통신시설 등 우리가 아는 거의 모든 분야의 사회기반시설이 총망라되어 있다. 2019 경제 방향에서 밝힌 SOC의 민자 확대는 이 법에서 거론하지 않았던 다른 공공분야도 민간 투자를 허용한다는 것이다. 그 예로 든 것이 완충저류시설, 공공폐수관로다.
지금까지 민간투자법에 명시되어 있지 않다가 ‘모든 공공시설’로 추가되는 공공시설 혹은 사회기반시설이 어떤 것이 있는지 나는 잘 모른다. 그러나 “촛불을 또 들어야겠다”느니 “문재인이 본색을 드러냈다”느니 하면서 화내는 분들 역시 그 내용을 잘 알아서 화를 내는 것은 아닐 것이다.
그들은 “지금까지 허용하지 않았던 도로, 철도, 항만 등의 사회기반시설에 민자를 허용한다”는 내용으로 오인하고 무슨 대단한 민영화를 추진하는 것인 양 오해해서 화를 낸다. 즉 한겨레의 제목 장사질에 놀아나는 것이다.
혹시 예시된 완충저류시설, 공공폐수관로 등이 민자 대상이 되어서는 안 된다거나, 절대로 민자를 허용해서는 안 되는 또 다른 공공기관이나 시설이 있어서 이를 거론하는 얘기가 있었다면 타당한 지적일 수 있다. 그러나 그런 얘기를 하는 분은 단 한 분도 없었다.
「2019년 경제정책 방향」 자료에는 “현재는 민간투자법상 열거된 도로 철도 등 53종 시설만 가능했던 민간투자를 모든 공공시설로 확대한다”며 도로, 철도 등이 이미 민간투자법상 민자 대상임을 명확하게 밝힌다.
또한 자료는 “이미 법에 따라 적격성 조사를 통과한 민자 사회기반시설의 신속 추진을 지원한다”는 내용과 함께 그 대상을 열거한다. 자료는 평택당진항, 부산항신항, 인천신항, 광양항 제3 투기장, 용인 에코랜드, 천안 하수처리장, 오산-용인 고속도로, 위례-신사선 철도, 부산 승학터널 등이 현재 진행 중인 민자사업으로 예시되었다. 이게 다 도로, 철도, 항만이다.
제목에 마치 지금까지는 허용되지 않은 도로, 철도, 항만 등에 대한 민간투자 허용되는 것처럼 표기한 것은 독자들을 의도적으로 오해하게 만들고자 하는 사기다. 도대체 한겨레는 뭘 바라는 건가? 진보적 시각을 가진 시민들이 제목에 낚여 파닥거리는 게 재밌나?
원문: 고일석의 페이스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