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파업에 참여하지 않은 법인 택시 기사들은 대부분 법인체가 제대로 ‘운송수입금을 전액 회사에 입금하는 전액관리제’를 시행하고 월 급여를 지급하는 극소수의 업체 혹은 사납금을 내더라도 정말 한 푼이라도 더 벌어야만 겨우 입에 풀칠할 정도로 코너에 내몰린 기사들 정도다.
2018년 상반기 기준, 서울시에 등록된 법인택시업체 수는 총 255개이다. 택시 기사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이 중 전액입금제를 제대로 시행하는 업체는 대략 5개 정도에 불과하다. 그럼 나머지는? 사납금이라는 단어는 사용하지 않지만, 대신에 ‘입금 기준액’이라는 명칭을 사용한다. 기준에 미달하면 급여에서 차감하는 방식이다. 이름만 다른 사납금 제도를 그대로 시행하고 있는 업체가 대부분이다.
그런데 이거, 불법이다. 그리고 정부에서는 이런 불법을 자행하고 있는 이들 업체를 처벌하지 않고 있다. 그리고 이런 이야기는 잘 나오지 않는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이다.
택시업계 종사자들이나 택시법인체들이 흔히 주장하는 ‘택시 기사는 차량을 업체로부터 대여하여 영업하는 개인 사업자’라는 것도 거짓말이다. 법 바뀐 지 오래되었다. 일단 2012년부터 대한민국의 모든 법인 택시 즉, 영업용 택시 기사들은 법인체에 정사원으로 고용된 근로자들이다. 말인즉슨, 정규직 사원들인데도 불구하고 여전히 그릇된 관행으로 이들을 부려먹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피해를 고스란히 기사와 승객들이 받고 있다.
그럼 세간에서 흔히 이야기하는, 택시 법인들이 파업을 일으킬 때마다 나오는 ‘월급제로 바꾸면 노는 기사들이 많아져서 영업 파행이 일어날 수 있다’라는 말은 사실일까? 사납금만 문제가 아니다. 대부분의 법인 택시 회사들의 근로계약도 문제다. 일반적으로 월 26일 출근에 기본 업무 시간이 12시간이고 월 급여는 100만 원 수준이다. 아니, 100만 원 주면 사실 많이 주는 거다. 보통 8-90만 원이 기본이다.
그런데 하루 평균 ‘입금 기준액’으로 회사에 갖다 바쳐야 하는 금액이 요즘 기사들 이야기로 25만 원이다. 불과 2년 전에 18만 원 했던 것이 오른 것이다. 법이 바뀌어서 연료비도 회사에서 지급해야 하는데 이것도 안 지키는 업체가 대부분이다.
그럼 법인들을 잡으면 되는데 왜 안 하냐고? 법인들이 죄다 정치인들 스폰서이기 때문이다. 특히 보수 쪽. 그리고 이 법인들이 주로 컨트롤하는게 전국택시노조이다. 아까 언급한 서울 법인 택시 중 제대로 운영하는 5개 업체는 민주노총 산하에 있다. 민노총이 집회를 가지면 항상 그 반대편에서 태극기 흔들어대는 집단이 또 있는데, 전국택시노조이다. 결국 진보 쪽도 이 문제를 건드리지 않으니 쉽게 해결되지 않는다. 민노총은 범진보 진영과 대립각 세우고 있는 상황이니, 누가 더 잘못했는지를 일단 떠나서 문제가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단순히 택시 기사와 고객 간의 문제로 보면 안 된다. 대한민국 택시 문제는 생각보다 더 골치 아프고 복잡한 사안이다. 진정 택시 문제를 해결하려면 택시 기사들을 잡아서는 안 된다. 법인들을 문제 삼아야 한다.
원문: 김찬우의 페이스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