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과 캐나다는 최근 화웨이를 둘러싸고 일어난 미·중 간 신경전 사이에서 엄청난 갈등을 겪고 있다. 사건은 미·중 무역전쟁이 격화하는 중에 G20 정상회의를 계기로 미·중 정상회담이 진행되던 그 날 시작됐다. 미국은 정상회담에 나서는 한편 캐나다에 사주해 화웨이의 사실상 후계자인 멍완저우 화웨이 최고재무책임자(CFO)를 체포해 버리는 양면작전을 구사한 것이 이번 갈등의 단초가 됐다. 결국 보석금을 80억 원 넘게 내고 멍 부회장은 풀려나긴 했다. 그러나 이미 중국이 보복의 칼날을 캐나다에 꽂은 뒤였다. 당하고 가만히 있을 중국이 아니다. 중국에는 이런 말이 있다.
군자의 복수는 십 년도 늦지 않다. (君子復讐 十年不晩)’
뭐 복수는 반드시 하겠다는, 그런 뜻이다. 실제로 중국은 복수를 잘하는 편이다. 군자답진 않지만 말이다. 캐나다는 이번 일로 전직 외교관 한 명과 대북 사업가 한 명 등 모두 두 명이 중국 국가안전부에 체포되어 조사를 받고 있다. 중국 국가안전부는 한국으로 치자면 국정원 급이다. 또 캐나다 유명 의류 브랜드인 캐나다 구스의 주가가 폭락하고 중국에서 불매 운동을 당할 처지에 놓였다.
이런 일들을 모두 중국 당국이 나서서 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러나 대부분은 그들이 배후에 서서 보복을 한다는 것을 합리적으로 추론할 수 있다. 특히 캐나다 구스 같은 경우는 강경 성향의 민족주의 매체인 환구시보 같은 중국 언론 매체에서 불매 운동을 부추기는 면도 있다. 오타와 대학에 계신 초파리 마스터 김우재 교수님의 말대로 그 고요하다는 캐나다에 이 무슨 봉변이란 말인가.
중국의 이런 치졸함은 중국에 득이 될까? 독이 될까?
많이들 독이 된다고 하는데 나는 글쎄다. 아는 사람은 알겠지만, 중국은 굉장히 계산에 밝다. 자기가 어떤 일을 할 때 득이 되는지 실이 되는지를 꼼꼼하게 따지고, 조금이라도 득이 되는 쪽을 택한다. 이번 일도 아마 득이 되는 쪽을 택했을 것이다. 물론 중국 진출했다가 망하는 케이스를 일컬어 ‘캐나다 구스 된다’라는 신조어가 생길 판이지만, 그래 봐야 중국 내수시장에 군침을 흘리는 기업은 넘쳐난다.
자신들에게 적대적인 국가를 잡도리하면서 얻는 이익이 큰지, 아니면 대외 이미지가 똥망돼서 기업 탈출 러시가 일어났을 때 받는 피해가 큰지 이미 계산이 끝난 상태에서 자행됐을 것이다. 또 미국과의 패권 경쟁에서 치졸한 행태를 보여 리더십을 잃는 것 vs 한번 꼬꼬마 국가들에 힘을 보여줘 패권 경쟁에서 나도 힘 좀 쓴다는 것을 대외적으로 보여주는 것을 계산기 두들겨 보고 결정한 것임이 분명하다. 중국의 계산기는 캐나다 구스를 아니 캐나다를 두들겨 패는 쪽을 선택했다.
이제 막 중국 최대 쇼핑몰 알리바바 그룹 톈마오에 플래그 샵을 내고, 홍콩에 오프라인 매장을 하나 만든 캐나다 구스는 결국 내륙 시장 교두보로 여겼던 ‘내륙 1호점’ 베이징 매장을 15일 오픈하려다가 기약 없이 연기하기로 했다.
전부 정리하고 나가버려도 되지만, 또 중국 시장을 포기한다는 게 쉬운 문제는 아니다. 참 답답한 일이다. 중국의 치졸함은 사드갈등부터 지금껏 유지되는 한한령만 봐도 잘 알 수 있다. 중국은 전형적인 강자에게 약하고, 약자에게 강한, 강약약강의 국가다. 자신의 이익과 자존심을 건드리면 못 참는다. 물론 미국이라는 ‘마동석 국가’가 건들면 분노가 자동으로 조절되긴 하지만 말이다. 사드 때도 그렇고 이번 사안에도 마찬가지로 배후는 미국이지만 언제나 당하는 건 약소국들이다.
우리는 이런 유치 뽕짝인 나라 옆에 살고 있다는 것을 잘 기억해야 한다. 그런데 이미 우리는 이런 일에 익숙하지 않은가? 치졸하기로 따지면 미국이 중국에 질 리가 없으니 말이다. 결국 다 거기서 거기고, 국제정치는 그냥 동물의 왕국, 아무리 고상한 척 해봐야 노골적인 약육강식일 뿐이다. 국제부 일을 계속하며 내린 국제정치에 대한 정의다.
지난해 초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형 김정남이 말레이시아에서 암살당했을 때 말레이시아가 유력 용의자를 석방하지 않는다며 주북한 말레이시아 외교관들을 인질로 잡았던 일이 있다. ‘인질 외교 마스터’ 북한과 미·중 양국의 행태가 뭐가 다른지 모르겠다. 한쪽은 멍 부회장을 잡고, 한쪽은 캐나디안 두 명을 잡았다. 당시 고매한 척 북한은 쓰레기라고 떠들던 미국, 유럽 언론들은 어떤 평론을 내놓고 있나. 다 껍데기뿐인 가식 덩이들이다. 내로남불인 것이다.
너무 냉혹하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이게 우리가 신봉하고 맹종하는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원리 아닌가. 돈있는 놈이 짱이고, 힘 센 놈이 독식하는 아름다운 세상이지 않나. 국제정치나 시장논리나 그냥 세상을 뒤엎지 않는다면 참고 살아내는 수밖에 없다. 아니면 만국의 약소국이여, 단결하라. 외치던가. 으휴. 약소국에 태어나 이게 무슨 꼴인가. 하지 말고 우리도 치졸하게 구는 구석이 있는지부터 살펴보자.
원문: 돼지터리언의 브런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