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 진화 과정에서 매우 주목할 만한 변화 중 하나는 바로 뇌의 크기입니다. 초창기 오스트랄로피테쿠스는 침팬지와 별로 차이나지 않는 크기의 뇌를 지녔습니다. 가장 유명한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아파렌시스 화석 표본인 루시(Lucy, AL 288-1)의 경우, 두개골 표본이 완벽하지는 않지만 대략 375 -500cc 용적의 뇌를 지녀 현생 인류의 ⅓ 수준으로 추정됩니다.
이와 같은 뇌 용적의 증가는 도구 사용이나 불의 사용 같은 지적 능력의 변화 밀접한 상관관계를 지니기 때문에 이 목적으로 진화했다고 보는 것이 가장 합리적인 해석입니다. 하지만 동시에 인간 사이에는 뇌의 크기만으로는 설명하기 힘든 지적 능력의 차이가 존재합니다. 더 나아가 각자 잘하는 분야 역시 사람에 따라 큰 차이를 보입니다.
과학자들은 이런 차이의 이유를 알기 위해 오랫동안 노력해왔지만 아직 그 해답을 다 얻지는 못했습니다. 하지만 MRI 같은 최신 영상 기법 덕분에 이제 과학자들은 뇌의 용적을 매우 정확히 측정할 수 있으며, 지적 능력을 평가할 여러 가지 도구 역시 완벽하지는 않지만 상당히 많은 발전을 이룩했습니다.
펜실베이니아 대학교 와튼 스쿨의 기드온 네이브(Gideon Nave)와 암스테르담 자유대학교의 필립 코엘링거(Philipp Koellinger)가 이끄는 연구팀은 뇌의 용적과 지적 능력 사이의 연관성을 보는 대규모 연구를 진행했습니다. 이 연구는 영국 바이오뱅크(UK Biobank)의 연구 데이터를 사용한 것입니다.
바이오뱅크의 목표는 50만 명의 대상자에서 유전 정보 및 임상 정보를 수집해 질병의 발생 요인을 밝혀내는 것으로 연구팀은 이중 뇌 MRI 이미지가 있는 2만 명의 데이터를 분석했습니다. 분석 결과 실제로 뇌가 크면 인지 기능을 포함한 지적 능력 테스트에서 양호한 결과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더 큰 뇌는 더 많은 뉴런과 시냅스를 의미하므로 더 나은 지적 능력을 지닐 가능성이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 연구 결과는 뇌 스캔만으로 지능을 손쉽게 측정할 수 없다는 사실 역시 보여줬습니다. 인지 기능 및 기타 뇌 기능의 차이를 설명하는 데 뇌 크기는 2% 정도의 기여도밖에 없었기 때문입니다(explaining about 2 percent of the variability in test performance).
예를 들어 뇌의 크기가 한 컵(약 100cc) 커지면 학생의 학습 능력의 차이는 5개월 정도에 지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것도 차이는 있긴 하겠지만 사실 성인에서는 이렇게 뇌 크기가 큰 차이가 있는 경우가 드물기에 별로 의미가 없는 결과입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뇌 인지 능력의 차이는 교육 환경이나 유전적 요인 같은 다른 이유가 더 크게 작용했습니다.
지능이 뇌의 크기만으로 설명되지 않는 이유는 생각해보면 당연합니다. 뇌가 고도의 인지 기능만 담당하는 기관이 아니기 때문이죠. 사실 뇌는 통증을 인지하고 시각 및 청각 정보를 처리하며 여러 신체 기능을 조절하고 통제하는 사령탑 역할을 합니다. 따라서 단순히 뇌의 크기보다 어떤 부위가 어떻게 커졌는지, 얼마나 효율적인 구조를 지녔는지가 지능에 큰 영향을 미칠 것입니다.
사람보다 뇌가 큰 동물이라고 해서 사람만큼 머리가 좋지 않은 이유 역시 같은 맥락일 것입니다. 동시에 아무리 인지 기능을 담당하는 부분이 좋아도 적절한 교육이나 훈련을 통해서 그 기능을 키우지 못하면 고도의 지능을 지니기 어려울 것입니다. 오히려 이렇게 생각하면 뇌의 크기 역시 영향을 미치는 인자 가운데 하나라는 연구 결과가 더 흥미로운 것 같습니다.
원문: 고든의 블로그
참고
- Gideon Nave et al, Are Bigger Brains Smarter? Evidence From a Large-Scale Preregistered Study, Psychological Science (2018). DOI: 10.1177/0956797618808470
- Katherine Unger Baillie, 「Bigger brains are smarter, but not by much」, medicalxpre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