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여러분이 자주 이용하는 온라인 의류 쇼핑몰이 있다면, 이곳에서 여러분은 합리적인 가격으로 구매한다고 생각하는가? 오늘은 일부는 알지만 모두가 알지는 못하는, 판매자·구매자 모두에게 조금은 불편한 이야기를 해보고자 한다. 동대문 의류 시장을 기반으로 운영되는 온라인 쇼핑몰의 같은 옷, 다른 가격이 바로 그것이다.
본론에 앞서 여러분이 편의점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생수 ‘제주 삼다수’를 온라인을 통해 주문한다고 가정해보자. 쿠팡, 지마켓, 11번가, 네이버 쇼핑 등 주로 이용하는 서비스 검색창에 ‘제주 삼다수’ 또는 ‘제주 삼다수 2L’와 같이 용량을 포함해서 검색하기도 할 것이다. 동일 제품이지만 다양한 가격의 업체들이 쉽게 비교되어 검색 결과에 나타나는 것을 볼 수 있다.
- 위메프 12개 9,900원
- 인터파크 12개 1만 1,900원
- 홈앤쇼핑 12개 1만 6,200원
이때 여러분은 어떤 선택을 하는가? 당연히 배송료, 배송기간을 포함한 조건이 같다면 대부분 가장 저렴한 9,900원 상품을 선택 구입할 것이다.
그렇다면 여러분의 의류 쇼핑은 어떨까?
돌아오는 주말 친구 결혼식에 입을 ‘원피스’를 구입하고자 온라인 쇼핑을 한다고 생각해보자. 특정 의류 브랜드, 특정 제품이 아닌 이상 우리는 보통 이렇게 온라인 쇼핑을 한다.
- 쿠팡, 지마켓, 네이버 같은 오픈마켓 형태의 서비스를 이용해 키워드 상품을 검색하거나
- 브랜디, 지그재그처럼 다양한 소호몰이 모인 앱 서비스를 이용하거나
- 취향과 스타일에 따라 임블리, 난닝구, 육육걸즈, 핫핑, 조아맘 같은 특정 온라인 소호 쇼핑몰을 이용하는 것이다.
평소 자주 이용하는 쇼핑몰 몇 곳을 둘러보다 여러분 마음에 쏙 드는 스타일의 원피스를 찾아서 기분 좋은 마음으로 구입했다. 그런데 며칠 지나 인터넷 서핑 중 내가 5만 9,000원에 구매한 것과 동일한 옷의 가격이 아래와 같다는 사실을 우연히 마주한다면?
- A 쇼핑몰 판매가 5만 1,000원
- B 쇼핑몰 판매가 5만 6,000원
- C 쇼핑몰 판매가 4만 8,000원
C 쇼핑몰은 내가 구입한 쇼핑몰 판매가보다 1만 1,000원이나 싼 것 아닌가? 순간 호갱님이 된 기분과 함께 내가 그동안 해당 쇼핑몰에서 구입한 모든 옷에 가격 불신이 생길 것이다. 고객센터에 전화해 왜 이렇게 가격이 비싼지 따져 묻기라도 하면 보통 마지막엔 이런 답변을 들을 수 있다.
고객님, 해당 쇼핑몰의 제품은 디자인은 같지만 사용한 원단이 다르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이 말이 맞는 상품도 간혹 있지만 대부분 여러분이 생각하는 것처럼 같은 상품이다. 하지만 사실 확인을 위해 다른 쇼핑몰 옷을 구매해서 직접 비교해볼 수도 없는 노릇이니 어쩔 수 없다. 호갱님으로 남을지 떠날지는 소비자 여러분의 몫으로 남는다.
동일 상품이라도 상품명을 다르게 하고, 촬영 방식에 따라 달라 보이기 때문에 쉽게 비교 검색을 하기 어렵다. 덕분에 기존 온라인 쇼핑몰은 10년여간 같은 상품을 너무 다른 가격에도 잘 판매해왔다. 하지만 이젠 약간의 시간, 10분 정도만 들여도 여러분의 돈을 절약할 수 있을 만큼 검색이 좋아졌다.
그러나 이것은 약과일 뿐. 매출이 많은 쇼핑몰은 위와 같은 문제를 아예 없애버리기 위해 이런 방법을 취하기도 한다. 자신들의 판매 파워를 앞세워 본인들의 쇼핑몰에서만 단독 판매하도록 도매업체에 제품의 단독 입고 판매를 요구한다. 이러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납품가 1만 원짜리 옷을 4만 원에 팔아도 소비자 입장에선 비교하고 살 선택권을 박탈당하므로 해당 제품이 가격만큼 괜찮은 품질일 것이라 막연히 생각하고 그냥 살 수밖에 없다.
단독 납품을 하는 도매업체는 판매 저조에 따른 재고를 떠안을 수밖에 없는 구조이기 때문에 이를 고려해 납품가를 올리거나 생산 원가 절감을 위해 원단 품질을 떨어뜨릴 수밖에 없다(단독 입고에 대한 내용은 「소비자가 알아야 할, 의류 쇼핑몰 ‘단독 입고(판매)」 글을 참고하자).
혹시 시간이 된다면 여러분이 자주 이용하는 쇼핑몰에 ‘단독 입고’ ‘단독 판매’ 아이콘이 유독 많은지 살펴보자. 내용은 달라도 대다수 쇼핑몰에선 이런저런 이유를 만들어 마치 소비자를 위해 ‘단독 입고 판매’를 한다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결국은 이익을 최대한 남기기 위한 수단일 뿐이다. 결국 피해는 해당 쇼핑몰을 좋아하고 자주 이용하는 단골 소비자다.
비싸게 파는 것도 능력?
판매자 입장에선 판매 채널, 판매 방식, 고객 서비스에 따라 판매가가 달라지는 것은 당연한 이야기라 이야기한다. 그리고 같은 상품을 더 비싸게 파는 것도 능력이라면 능력이니 법적으로 문제가 되진 않는다. 하지만 본인들의 이익을 보존하기 위해 충성 고객을 호갱님으로 삼는다는 데 문제가 있다.
오픈마켓 판매 중심의 의류 쇼핑몰은 당연히 10~15%의 입점 수수료가 발생하니 판매가를 그만큼 올려서 판매할 것이고, 백화점 매장이 있는 의류 쇼핑몰 업체라면 20~30%의 백화점 수수료와 매장 인테리어 비용 회수를 위해 그 이상으로 판매가를 올려 파는 것이다. 참 쉽지 않나?
또 이 과정에서 이익을 더 남기기 위해 아예 동대문 시장에서 백화점 판매 전용으로 상품을 구입해 라벨(상표)갈이를 해서 옷을 판매하는 업체도 비일비재하다. 법적인 문제를 떠나 소비자가 알아야 할 것은 이 과정에서 가격만 올라가지 품질은 좋아지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도 구매하는 착한 소비자들 때문일까? 10년이 넘는 기간 동안 매출 수백억 원대 기업체로 성장한 주요 온라인 쇼핑몰은 동일한 방식으로 옷을 촬영하고, 판매가를 결정하고, 적게는 5%에서 많게는 10% 내외의 영업 이익을 만들어 왔다. 참고로 패션, 제조, 유통 관련 사업에 있어서 재고 부담을 크게 갖지 않으면서 5~10%의 영업수익을 올리는 것은 결코 적은 이익이 아니란 점을 알아야 한다.
모두가 알듯 중간 유통(쇼핑몰)에서 이익을 많이 취할수록 그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에게 돌아간다. 납품 업체는 시장에 형성된 판매가(판매자들이 만들어 놓은 마진 배수)를 고려해 제품 원가를 떨구기 위해 품질이 한 단계 낮은 원단을 선택하고, 소비자는 가격 대비 현저히 낮은 품질의 옷을 구입하는 좋지 못한 상황이 만들어진다.
지금 포털 사이트에 ‘실검 마케팅’을 검색해보자. 요즘 심심치 않게 패션 의류 쇼핑몰 업체가 네이버 실검 마케팅으로 많은 매출을 일으키면서 논란과 이슈가 되는데, 이럴 때마다 가격 대비 저품질에 대한 이야기가 빠지지 않는다. 업체들은 단순히 ‘경쟁 업체에서 비방을 목적으로 이슈를 만든다’고 우리는 억울하다는 식의 프레임을 씌워 버리는데 앞뒤가 맞지 않는 이야기다. 엄연한 사실이고 괜히 나오는 이야기가 아니다.
지금 온라인 의류 쇼핑몰 옷값이 유니클로, 스파오, 베이직하우스, 폴햄 등 대기업 SPA 브랜드보다 저렴한가? 품질이 더 우수한가? 아니면 배송이 더 빠른가? 합리적인 가격, 소비자 중심, 고객 지향 서비스를 외치면서 정작 뒤에선 동일한 상품을 고객에게 어떻게 하면 더 많이, 더 비싸게 팔까만 고민한다면, 이를 고객들이 알았을 때도 여러분의 쇼핑몰에 계속 남을까?
원문: 크리에이티브마인의 브런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