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꼰대들을 만났다. 비범한 꼰대들의 프로필에는 지위고하 남녀노소가 없었다. 젊은 꼰대, 나이 든 꼰대, 한국 꼰대, 외국 꼰대 등 온갖 꼰대들을 만나며 그들로부터 배운 훌륭한 교훈들을 나눠보고 싶다. 이 글은 꼰대로 이름을 날리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 글이다.
스스로가 성공했다고 믿는다
꼰대질을 하기 위해서는 우선 내가 상대방보다 낫다는 것을 확신해야 한다. 나이가 많든, 직급이 높든, 월급이 많든 뭐든 하나는 필요하다. 그중에서도 단연 최고는 내가 다른 사람들에 비해서 성공했다고 믿는 것이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다른 사람도 나와 성공에 대한 정의가 같다고 믿는 확신이다.
이걸 위해서는 다른 분야에 사람을 만나지 않기 위해서 노력을 해야 한다. 그리고 일상에서 나와 다른 삶을 사는 사람을 배척하기 위해서 부단히 노력해야 한다. 그러지 않고서는 이 믿음과 확신을 지키기가 어렵다. 한 회사에 아주 오랫동안 다니거나, 한 분야에만 일을 하는 것도 이런 확신을 지키는 것에 큰 도움이 된다. 보통 동질적인 집단은 비슷한 이야기를 하기 마련인데, 그렇게 몇 년간 비슷한 사람들이 하는 같은 이야기를 꾸준히 들으면 진짜 그렇게 느껴지기 마련이다. 너무 넓은 선택지는 머리만 복잡해질 뿐이다.
가장 위험한 일은 다른 나라에서 살아보는 일이다. 업계를 바꾸는 것도 제법 위험한 일이지만, 나라를 바꾸면 사람들이 생각하는 방식이 완전히 달라지기 때문에 내가 기껏 쌓아 올린 지위나 명예가 크게 흔들릴 수 있다. 최대한 외국으로 나가는 건 멀리하자.
다른 사람도 나처럼 성공하고 싶어 한다고 믿는다
자, 이제 그다음 할 일은 다른 사람들이 다 나처럼 되고 싶어 한다고 믿는 것이다. 왜냐면 나는 성공한 사람이고 내가 속한 집단에서는 나처럼 되는 것 말고는 다른 선택지가 없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당연히 나의 직급에 오르고 싶을 것이고, 당연히 나만큼 벌고 싶을 것이고, 내 명함을 받으면 몸이 절로 숙이는 것이 당연한 일이 아닌가?
비록 회사 밖에서 사람들을 만나면 나를 아저씨라고 부르지만, 나는 적어도 회사에서만큼은, 후배들 앞에서만큼은 무소불위의 존재다. 다들 술을 사달라고 연락을 하는 걸 보니 나를 존경하는 것이 틀림이 없고, 술자리에서 내가 입만 열면 다들 조용해지면서 내 말에만 귀를 기울이니 내 말이 얼마나 값어치가 있는지는 도저히 반박할 구석이 없다. 이 자리까지 오르기 쉽지 않았지만, 특별히 너희들에게만 큰 은혜를 베풀겠노라.
그런데 종종 내가 정말 소중한 가르침을 전했는데도, 내 말을 따라 하지 않는 녀석들이 있다. 다른 업계에 한눈을 팔거나, 경력과 관련이 없는 일에 신경을 쏟는다. 종종 불러서 너희 그러면 인정 못 받는다고 다그쳐도, 그때만 알아들은 거 같고 시간이 지나면 행동은 그대로다. 정말 한심한 노릇이다. 요즘 애들은 자기 안에서 만족을 찾는다는 글을 본 적이 있는 거 같은데, 주위 사람이 인정해주지 않으면 도대체 성취감을 어떻게 느낄 수 있단 말인가?
내 방식이 지금도 먹힐 것이라고 믿는다
뭐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는 말도 있다. 하지만 인간 세상 다 똑같다. 지금 신입 사원인들, 내 후배인들 뭐가 그렇게 크게 다르겠는가. 그냥 선배들이 하는 말 잘 듣고, 시키는 대로 일하다 보면 인정받고 그렇게 일 잘하면 임원 달고 그러는 거지.
나 신입사원 때는 술자리에 끝까지 남아있으면 다 됐다. 대학교건 회사건 선배들이 항상 하는 말이 술자리에 마지막에 남아있는 놈이 고급 정보를 얻는다고 했다. 그리고 지금까지 그 가르침대로 살아왔고 성공했다. 여전히 나는 내 후배들에게 같은 말을 전한다. 요즘 애들은 나약해 빠져서 아주 술자리 빠지기 일쑤고, 데려가도 무슨 말만 하면 얼굴에 인상을 팍 쓰는데 그런 애들은 사회에서 성공하기 다 글렀다. 너희는 아직 사회를 너무 모른다.
내가 했던 것 반만이라도 하면 선배들이 팍팍 밀어주고 앞으로 회사 생활이 탄탄대로일 텐데, 싹이 다들 노랗다.
조언을 요청하지 않아도 돕는다
내가 잘 나가니 주위에 사람들이 많은데, 후배들은 나를 어려워해서 먼저 조언을 잘 구하지 못한다. 나는 그래도 신세대 선배니 먼저 다가가서 조언을 해줘야겠다. 나 처음에 회사 다닐 때는 선배들 무서워서 말도 제대로 못 건네고, 다들 그냥 알아서 배우고 크는 거라 이런 조언 해주는 사람도 없었는데, 진짜 고마워해야 한다.
신입사원이 입사한 지 1달이 됐는데 어리바리 맨날 회사에서 털리고 다니니 술을 사주며 털어버리라고 해야겠다. 그래도 제때 출근은 해야 하니 11시에는 보내줘야지. 박 대리는 요즘 집 산다고 은행이랑 회사에서 대출을 받는다는데, 부동산 투자하는 방법에 대해서 불러서 이야기해줘야지. 정말 내 부하 직원들 하나하나 불러서 챙기려니 아주 정신이 없다. 우리 땐 이런 사람들 없었던 거 같은데, 왜 다들 이렇게 답답하게 사는지. 다들 말 안 해도 잘할 수 있게 알아서들 좀 하자.
원문 : 마르코의 브런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