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은 도서의 서평입니다.
연말인 만큼 많은 사람이 올해 세운 목표 중에서 실천한 목표와 실천하지 목표 사이에서 갈등을 겪을 것으로 생각한다. 올해 드디어 해낸 목표를 바라보며 ‘역시! 나는 하면 할 수 있는 녀석이었어!’라며 칭찬하거나 올해도 하지 못한 목표에 ‘역시! 나는 해도 안 되는 녀석이었어!’라며 자책하거나.
오늘 글을 쓰는 나는 솔직히 말해서 중간이다. 내가 세웠던 목표 중 절반은 이루었고, 절반은 이루지 못했다. 목표를 이루지 못한 이유 중 하나는 ‘늘 말만 하고 실천은 뒤따라주지 못한’ 실천력 부족이라는 게으름이 가장 큰 이유다. 조금 더 부지런하게 노력했어야 했다며 또 같은 후회를 한다.
매일 어제보다 조금 더 잘하기 위해서 노력해야 한다고 다짐한다. 하지만 막상 사람이라는 게 1년 365일 매일 한결같이 다짐을 실천하는 일은 쉽지 않다. 이 어려움을 이겨낸 사람들은 자신 스스로만 아니라 주변에서도 ‘최고’라는 칭호와 절찬을 아낌없이 받는다. 바로 김연아처럼 말이다.
김연아 같은 인물은 어떻게 보면 가장 싫은 일일 단순 연습을 우직하게 반복한 끝에 ‘최고’라는 수식어가 붙는 자리에 오를 수 있었다. 굳이 크게 김연아 같은 인물을 바라볼 필요도 없다. 우리 주변에서 올해 내가 해야 할 일을 하루도 거르지 않고 실천한 사람은 이미 멀리 나아가 있다.
어떻게 하면 우리도 오늘을 어제보다 더, 하다못해 더 게을러지지 않고 최소한 어제만큼 하루를 생산성 있게 보낼까? 그 대답을 얻기 위해서 『불렛저널』이라는 책을 읽었다.
책 제목인 ‘불렛저널’은 어떤 매체의 이름이 아니다. ‘불렛저널’은 우리가 흔히 말하는 다이어리, 플래너 같은 종류를 뜻하는 것으로, 이미 다양한 디자인으로 인쇄된 다이어리와 플래너와 달리 불렛저널은 공백 노트에 직접 적는다는 점이 다르다.
인스타그램에서 ‘#bulletjournal’ 해시태그로 검색을 해보면 위 사진처럼 전 세계의 다양한 사람이 올린 불렛저널의 예를 살펴볼 수 있다. 언뜻 보기에 우리가 어린 시절에 한 번쯤 써본 직접 꾸민 다이어리와 닮았다. 하지만 불렛저널은 단순한 일기장이 아닌 조금 더 특별한 의미가 있다. 저자이자 창시자인 라이더 캐롤은 책을 통해 ‘불렛저널’의 가치를 이렇게 밝힌다.
불렛저널이 안팎으로 우리 자신을 더 잘 이해하도록 도와준다는 것이다. 잠시 멈춰 인생의 중요한 순간을 적는 단순한 행위는, 간단한 정리 그 이상이다. 그것은 자신과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다시 연결하도록 도와주었다.
단순히 종이에 직접 해야 할 일을 적고, 오늘을 돌아보는 성찰을 적는 일이 뭐 대단한 건가 싶을지도 모른다. 우리는 그런 일을 굳이 하지 않아도 체계적으로 구성된 사회 속에서 일하면서 살아가기 때문이다. 아침이 되면 출근을 하고, 점심시간이 되면 밥을 먹고, 퇴근 시간이 되면 퇴근한다.
굳이 스케줄을 짤 필요가 없을 정도로 우리의 삶은 딱딱 들어맞게 되어있는 것 같다. 그런데 이게 바로 함정이다. 천천히 다시 한번 생각해보자. 아침이 되면 출근을 하고, 점심시간이 되면 밥을 먹고, 퇴근 시간이 되면 퇴근한다. … 여기에 ‘나’의 의지는 어디부터 어디까지인지 질문해본 적 있는가?
이 모든 일은 우리가 직접 스스로 결정해서 하는 것 같지만, 사회가 만든 시스템 속에서 나 없이 시키는 대로 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우리가 오늘을 열심히 살면서도 공허한 감정을 느끼는 이유는 빽빽하게 들어찬 일과를 스스로 정리하지 않고, 오로지 사회가 만든 시스템에 의존하기 때문이다.
오늘 해야 할 일을 정하는 것도 내가 아니고, 오늘 하고 싶은 일을 정하는 것도 내가 아닌 일상의 반복에서 우리는 즐거움은 고사하고, 짧게 웃을 일조차 만나기 어렵다. 이런 일을 지속해서 반복하는 일은 설사 김연아라 해도 어려울 거다. 내가 하는 일에 내가 없다는 건 말도 안 된다.
하지만 오늘날 정보 과잉 시대에 살아가는 우리는 마치 마비 상태에 빠진 것처럼 스스로 생각하지 못하고, 집중해야 하는 일에 집중하지 못한다. 심지어 내 동생은 밥을 먹을 때도 그 빌어먹을 스마트폰을 손에 쥐고 웹툰을 보느라 젓가락으로 입에 넣은 밥알을 씹는 일에도 집중하지 못한다.
이러한 모습은 굉장히 잘못되었다. 만약 우리가 지금 눈앞의 일에 집중하며 오늘을 가치 있게 보내기 위해서는 정리하는 일이 필요하다. 과거 ‘미니멀리즘’이 크게 열풍이 일었던 것도 너무나 복잡하고 많은 우리 주변을 정리해 우리가 살아가는 주변에 여유를 되찾기 위한 목적 때문이었다.
불렛저널도 다르지 않다. 불렛저널을 직접 손으로 쓰면서 정리하는 일은 우리가 무엇을 원하는지, 더 중요한 ‘왜 원하는지’ 이유를 알기 위해서다. 불렛저널은 여기부터 시작해 우리가 의도적인 삶을 살기 위한 출발점에 서는 일이다. 그게 바로 손으로 쓰는 불렛저널 방식의 지점이다.
우리는 불렛저널을 통해 인생의 분주함이 뒤덮어 희미해져 버린 것을 선명하게 바라볼 수 있다. 우리가 내린 결정, 현재 있는 지점으로 이끌었던 행동을 기록할 수 있다. 불렛저널은 경험으로부터 배울 수 있도록 돕는다. 효과가 있었던 것은 무엇일까? 그렇지 못한 것은? 그리고 그런 경우 어떤 기분을 느꼈는가? 그럼 이제 어떻게 해야 할까? 우리는 매일매일 써 내려가는 이야기를 항상 바라보면서 자기인식을 굳건하게 할 수 있다.
- 『불렛저널』, 53쪽
너무나 빠르게 흘러가는 세상 속에서 우리가 현재에 집중하기 위해서는 정리하는 일이 필요하다. 아무리 누군가 시킨 사무적인 일이라도 오늘 해야 할 일을 스스로 정리해서 하는 사람과 그냥 윗사람이 시키는 걸 기다리는 사람은 처리 속도부터 차이가 난다. 당연히 결과도 전자가 뛰어난 법이다.
불렛저널은 직접 노트를 들고 앉아 펜으로 글을 쓰면서 ‘지금, 여기’에서 자유롭게 생각하고, 일을 처리하고, 집중하도록 해준다. 손으로 쓰는 일은 타이핑보다 정신을 더욱 효과적으로 자극하기 때문이다. 불렛저널은 스마트폰 앱을 툭툭 치며 기록하는 방식에서 벗어나게 하는 방식이다.
우리가 사는 시대는 효율성을 중요시 여기며 ‘빨리, 빨리’를 외치는 시대다. 하지만 진정으로 빠른 지름길은 속도를 찬양하는 게 아니라, 진정으로 중요한 일에 얼마나 많은 시간을 쓰느냐에 달렸다. 중요한 일에 많은 시간을 투자하는 것이야말로 생산성을 높이는 방법이다.
저자는 책을 통해 ‘삶을 조금 더 나아지게 하기 위해 내일 할 수 있는 적은 일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져보라고 말한다. 우리가 삶을 조금 더 나아지게 하기 위해 내일 할 수 있는 적은 일, 즉 단기 목표다. 장기 목표를 위해서 단기 목표를 정리하고 우선순위에 따라 일을 하라는 뜻이다.
우리는 시간을 더 많이 만들 수 없지만, 우리가 가진 시간의 질을 증가시킬 수는 있다. 일정을 짤 때도 하기 싫은 일을 뒤로 미루는 게 아니라 제일 먼저 처리한 이후 가벼운 마음으로 일을 착착 해내도록 짜야 한다. 그렇게 해야 우리는 지금의 일을 하면서 목표에 이를 수 있다.
위 사진은 책 『불렛저널』에 실린 단기 목표에서 장기 목표를 정한 방법이다. 지금 당장 해야 할 일부터 시작해서 점점 2일, 3주, 4개월, 5년 같은 장기 목표로 이어지도록 한 형태가 가장 이상적이라는 걸 알 수 있다. 목표는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일이 장기 목표로 이어지게 구성해야 한다.
아마 누구나 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한 번 정도는 인생 계획서를 써보았을 거다. 그때마다 우리는 먼 미래, 적어도 10년 이후에 자신의 모습을 상상하면서 인생 계획서를 써보라는 지시를 받았다. 지금 당장 무엇을 해야 할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10년 이후의 나를 생각하는 일이 가능할까?
그때부터 우리는 목표를 세운다는 건 지나치게 멀리까지 바라보는 일이 되어버렸다. 중학교에 들어가면서 바로 고등학교 3학년 입시까지 준비하는 모습이 드라마 에서 그려진다. 이렇게 분주한 상태가 반드시 생산적이라는 확신은 잘못되었다. 빨리빨리 한국 문화의 착각이다. 저자는 불렛저널을 작성하면서 천천히 시간을 들여 해야 할 일과 목표를 생각해보라고 말한다.
자신에게 같은 질문을 하라. 뭔가를 찾아라. 삶을 조금 더 나아지게 할 어떤 것이라도 찾아라. 어제 전화통화를 하다가 불쑥 얘기가 나왔던 또 다른 친구에게 연락해도 좋다. 경치 좋은 길에서 발견한 독특하면서 멋진 작은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거나, 서랍을 정리해도 좋을 일이다.
한 달 동안 이것을 매일매일 하라. 그리고 불렛저널에 기록하라.
미처 깨닫기 전에 좋아하는 사람들과 다시 연결되고, 재미있는 새로운 장소를 발견하며, 정돈된 집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이다. 현재 위치와 가고자 하는 곳의 간격을 좁힌 셈이다. 이렇게 작은 질문으로 영감을 얻어 이뤄낸 작은 행동이, 우리 삶에 급격하게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 하나씩 질문을 하고 해야 할 일을 하면서 우리는 지속적인 개선과 좋은 변화로 향하는 길을 가꿔나가는 것이다. 한 번에 작은 걸음 하나씩.
- 앞의 책, 235쪽
이제 다시 새해 목표를 세워야 할 시기가 다가왔다. 하지만 새해 목표를 생각하기 이전에 남은 시간 동안 올해 세웠던 목표 중 하지 못한 목표를 노트에 적어보자. 거기서 중요하지 않은 일은 과감히 밑줄을 그어서 빼버리고, 지금 당장 꼭 해야 할 일을 순차적으로 정리해 할 수 있는 일을 해보자.
시간의 질은 현재에 몰두하는 능력에 달렸다. 단기 목표의 필수조건인 ‘진입 장벽을 맞추고, 할 일은 실행 가능하도록 뚜렷하게 규정하고, 완료하는 데에 드는 시간은 짧아야 한다’는 세 가지 조건을 명심하자. 그렇게 하면 단기 목표는 초점을 잃지 않은 채, 실행하고,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 된다.
중요한 것은 지금 내가 무엇을 만드냐는 거다. 괜히 거창할 필요도 없다. 남은 12월은 누군가에게는 ‘고작 이것밖에 안 남았네?’ 정도의 시간이지만, 누군가에게는 ‘아직 이 정도나 남았네?’라고 말할 수 있는 시간이다. 오늘 이 글을 읽는 당신은 어느 쪽에 해당하는 사람인가?
불렛저널 방식은 직접 손으로 쓰면서 목표를 정리하고, ‘왜?’라는 질문을 끊임없이 하면서 충분히 생각하는 일종의 여행이다. 저자는 ‘종이 위에 펜을 올려놓으면 단지 불을 켜는 데서 끝나지 않고, 온도를 서서히 올린다. 손으로 적으면, 우리는 생각하는 동시에 느낄 수 있다.’고 말한다.
오랜만에 손으로 직접 오늘 해야 할 일을 정리하며 불필요한 일을 정리해보는 건 어떨까. 도무지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다면, 오늘 소개한 책 『불렛저널』이 작은 도움이 될 것이다. 저자가 말하는 블렛저널은 분명한 양식이 있지만, 책을 읽으며 스스로 줄 없는 노트를 펼쳐 적어보는 것도 추천한다.
원문: 노지의 소박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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