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만든 동영상 인터뷰 컨텐츠가 과거부터 세어보면 100개 정도 되는 것 같다. 나름 토크 프로그램도 해보고, 해외 인터뷰 진행자들에 관한 스터디도 해보면서 느낀 점 몇 가지를 적어본다.
좋은 질문을 던지는 것이 중요한가?
예전에는 좋은 질문을 던지는 게 중요한 줄 알았다. 하지만 좋은 답변을 얻는 게 훨씬 중요하다. 좋은 질문을 던진다고 좋은 답변이 오지는 않는다. 좋은 질문과 나쁜 질문의 기준을 정하기도 말하기에 애매한 부분이 있다. 좋은 답변을 얻어내기 위해서는 다음의 세 가지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 신뢰 획득
- 관계 형성
- 스포츠팀 플레이
신뢰 획득
인터뷰하는 대상을 신뢰할 수 있어야 깊이 있는 인사이트나 또는 감정이 담긴 답변을 얻을 수 있다. 상대를 두고, 어디서부터 이야기를 해야하나? 하고 고민하게 되면 표면적인 수준에서 머무는 인터뷰가 나온다. 신뢰는 매체로서의 신뢰, 개인으로서의 신뢰 등 다양한 형태로 쌓을 수 있다.
관계 형성
인터뷰어에 대한 인터뷰이의 신뢰는 중요하지만 인터뷰 콘텐츠의 관계 설정을 인터뷰이와 인터뷰어로 정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본인들만 재미있고 독자에게는 별 도움이 되지 않는 콘텐츠가 만들어질 확률이 높다. 또한 인터뷰어가 인터뷰이가 익히 알고 있을 정도로 유명한 사람이거나 신뢰받는 매체사의 소속이 아니라면 딱히 인터뷰이가 인터뷰어에게 성의 있는 답변을 줄 동기부여도 되지 않는다.
인터뷰 전에 인터뷰어는 인터뷰이에게 독자가 누구이며 관련 주제에 어느정도의 수준을 갖고 있는지, 어떤 환경에서 콘텐츠를 소비하는지 등을 잘 알려주는 것이 좋다. 그렇다면 인터뷰이가 인터뷰어에게 답변하는 것이 아닌 독자에게 답변하는 구조가 만들어진다. 문답형태의 라이브 토크쇼의 경우 현장에서의 청중-인터뷰어-인터뷰이의 관계, 인터뷰어-인터뷰이의 관계가 명확하고 자연스럽게 드러나는 것 같다.
스포츠팀 플레이
라이브 콘텐츠가 아닌 이상에야 자연스러운 대화 진행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독자에게 가치를 제공하는 것과 동시에 인터뷰이와 인터뷰어 둘 모두의 목표를 달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따라서 결국에는 좋은 작품을 만든다고 생각하고 촬영에 임하는 것이 좋다. 라이브 콘텐츠의 경우에는 사전에 참가자 모두가 같은 목표를 공유하고 프로패셔널하게 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여겨진다.
간혹 이런 인터뷰 콘텐츠 제작자도 있다. 대단한 인터뷰이를 섭외하고, ‘이 인터뷰이와 이렇게 자연스럽게 대화를 했다니!’하며 심취해 있거나 인터뷰이의 입장을 너무 생각한 나머지 충분한 답을 얻지 않고 넘어가는 경우이다. 결국 독자가 원하지 않는 방향으로 콘텐츠가 제작되면 조회수도, 긍정적인 반응도 나오지 않을 뿐더러 인터뷰이와의 인연 또한 이어지지 않는다.
인터뷰 진행과 인터뷰 콘텐츠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것은 다른 차원의 이야기이다.
좋은 질문을 던지고 네트워크를 잘 관리하며 부드러운 진행을 하는 인터뷰어는 많다. 그러나 스토리텔러는 많지 않다. 촬영한대로 편집하여 내보내는 것이 아닌 이상에야 인터뷰 콘텐츠 촬영이 끝난 것은 겨우 요리의 원재료를 수확한 것에 불과하다. 씻고 다듬든, 삶든 튀기든 완성된 결과물을 만들어 독자에게 제공할 수 있어야한다. 완성의 경험은 어려운 일이다. 쉽게 말해보자. 제일 어려운 것이 스토리텔링이다. 그리고 독자가 가장 원하는 것은 그들의 삶에 도움이 되는 스토리다. 잘 찍고 잘 편집하기는 쉬워도 좋은 스토리를 구성하기는 어렵다는 이야기이다. 생각해보라. 남의 인생에 도움을 주기가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소꿉친구, 심지어 부모님의 이야기에도 꿈쩍하지 않는 것이 우리네 삶이지 않는가.
원문 : 김태용의 페이스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