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성 님이 파이 세대 관련 기사에 대해 ‘중산층 이상의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보면 곤란하다’는 코멘트의 글을 쓰셨는데 맞는 말이다. 그럼에도 자신의 경제 계급을 세상의 전부로 인식하는 일이 곧잘 벌어지곤 한다. 그렇다면 궁금하다. 우리는 스스로를 어떤 경제계급이라 여길까?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서 발간한 「서민의 개념과 범위에 대한 연구」를 살펴보면 시민을 대상으로 서민의 범위와 중산층의 범위, 그리고 스스로를 어떤 경제계층에 위치하는지에 대한 설문을 시행했다. 이 결과가 재미있다. 사람들은 서민이란 단어가 중산층과 빈곤층 사이에 위치한 제3의 경제계급을 의미하는 것으로 본다.
빈곤층은 하위 20%, 중산층은 중위소득 이상의 약 30% 계층이라고 인지하며 서민은 이 사이에 위치한다 여기는 것이다. 심지어는 서민의 소득 상한을 소득 6-7분위(중위 소득 이상 20%)까지 확장해서 잡는 사람들의 비율도 29.3%에 달한다. 이는 중산층의 일반적 기준인 중위소득 50-150%와는 꽤 큰 인식 차이다.
이런 사람들의 평균 인식을 기준으로 소득 분위에 따라 경제계급을 나누자면 빈곤층(20%), 서민(30%), 중산층(30%), 상류층(20%)이 된다. 여기에서 자신이 어느 정도 소득 계급에 위치하는지에 대한 답을 조합하면 사람들이 자기 자신의 경제적 위치를 어떻게 정의 내리는지 알 수 있다.
자신을 서민의 위치에 포함한 사람은 전체 응답자의 67%로 나온다. 평균적인 인식을 따르자면 서민이 될 수 있는 사람은 30%임에도 그보다 37%를 더 초과한 것이다. 이들은 자신을 빈곤층인 서민, 중산층인 서민으로 스스로를 규정했다. 서민도 중산층도 아니라고 답한 사람은 10%에 불과하다.
실제 소득 분포와는 다른 왜 이런 인식 차이가 발생하는 것일까? 일반적으로 서민이란 용어가 ‘나는 특권층이 아니다’라는 자기방어적인 용도로 활용된다는 것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특권층이 아닌 보통 사람의 측면을 강조하기 위해서 서민이란 단어를 붙이는 것이다.
애초에 중위소득의 기준인 50-150%의 범위에서 벗어난 이상 적어도 경제 계급에서 보통 사람이 될 수는 없다. 그러나 그것을 인정하기가 싫다. 자기 친구, 아는 사람과 비교하면 자신은 무척이나 평범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이에 나심 탈레브는 ‘1,000만 달러 소득자가 사는 아파트에서 100만 달러 소득자는 자신이 가난하다고 느낀다’는 독설을 날린 바 있다.
우리는 내 주변에서 볼 수 있는 비슷한 환경의 비슷한 사람들을 비교 대상으로 여기고 자신의 위치를 파악한다. 그중엔 나보다 잘 버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나보다 못 버는 사람도 있다. 그래서 자신은 세상의 평균이자 중앙값에 위치한다 여기는 것이다.
마찬가지다. 100만 달러 버는 사람은 1,000만 달러 버는 사람에 비하면 가난하고 비참하게 산다 느낄 수 있겠지만 그렇다고 100만 달러 소득자가 저소득자일 수는 없다. 대부분 인정하기 싫은 현실이 여기에 있다. 그래서 가난한 사람은 가난한 대로 비참하고 유복한 사람은 주변과 비교해서 자신의 처지가 비참하다 느낀다. 불행하고 또 불행하다.
자신을 세상의 중심으로 여기고 세상을 본다는 점에서 스스로를 과대평가하는 것이지만 실제 자신의 경제계급보다 낮춰 여긴다는 점에서 과소평가가 공존한다. 언제쯤 우리는 우리 스스로를 잘 알게 될까?
원문: 김영준의 페이스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