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사랑한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요?
많은 사람들이 나를 사랑하고 싶고, 자존감을 높이고 싶다고 말씀하시죠. 나를 사랑한다는 것에 어떤 혜택이 있기 때문 아닌가 싶습니다.
- 나를 사랑하면 행복감을 느낄 수 있다.
- 나를 사랑하는 것은 나와 사이가 좋다는 의미로, 혼자 있어도, 혹은 누군가와 함께 있어도 즐거울 수 있다.
- 나를 사랑한다는 것은 나에게 관심을 기울이고, 나를 잘 이해하는 것이다.
글로 풀어내면 이토록 간단한데, 왜 그토록 나를 사랑하는 것이 힘이 들까요?
- 마음속에 깊은 상처가 있다
- 처한 환경이 지독하게 척박해서 자신에 대한 불만족으로 이어진다
- 타인이 나를 쉽게 비난하듯이 스스로를 비난하는 습관을 갖게 되었다.
그럴지도 모르죠. 그러나 우리는 매번 실패하더라도, 또 한 번 나를 사랑하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합니다. 나를 사랑하기 위해서는 약 세 단계가 있습니다.
- 나를 알아가기 – 평가에서 자유로워지기 – 상처에서 벗어나 행복해지기
이것은 순차적인 것으로 해결되어야 하는 과제입니다. 때문에 동시에 이뤄질 수도 있고, 어느 한 부분이 해결되면서 자동적으로 다른 것이 해결되기도 합니다.
나를 알아가기 위해서는 다양한 상황에 나를 노출시켜보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다양한 상황 속에 자신을 노출함으로써 자신에 대한 세분화된 인식을 획득할 수 있죠. 예를 들어, 나는 사람들이 모르는 사람들이 많으면 낯가림이 심해 파티를 즐기지 못하나, 똑같은 경우라도 나와 친한 사람들이 많은 곳에서는 주목받고 싶어하고 자유롭게 이야기를 하는 편이라는 것을 알게 되는 것이죠. 물론 체험이 가장 효과적이지만, 이 외에도 신뢰 있는 심리 검사를 통해 나의 다면성을 살펴보거나 이야기를 통해 상상으로 간접 체험을 할 수 있습니다.
평가에서 자유로워지는 것은 쉬우면서도 어려운 일입니다. 한국에 사는 우리는 더욱 그렇죠. 이전보다 물질에 대한 여유는 있으나 여유를 느낄 수 있는 시간이 없습니다. 그러니 우리가 나 자신과 타인에게 관대할 수 있겠어요? 기사를 포함한 인터넷 내 콘텐츠에 달린 악플만 보더라도 심적인 여유가 느껴지지 않습니다. 함동균 문학 평론가는 악플에 대해 ‘인간에 내재되어 있는 짐승의 모습이 나타난 것’이라고 표현한 바 있죠.
‘무한 경쟁시대’는 너무나 익숙한 표현이 되었습니다. 우리는 주저함 없이 자신과 타인들을 평가의 대상으로 놓죠. 자존감 향상이 도움이 되지 않고 오히려 악영향을 미치는 경우가 있는데, 그것은 자존감이 평가 시스템으로서 작용했기 때문입니다.
자존감이 평가 시스템으로 작동한다면, 자존감 향상이 오히려 역기능적으로 작용할 우려가 있다.
최근 십 년간 자존감을 증진 시켜야 한다는 이야기가 많이 나왔습니다. 이젠 심리학에서 연구하지 않아도 다른 분야에서 자존감 이야기를 많이 하죠. 얼마 전까지 하더라도 우리는 일상에서 자존심이랑 자존감 단어 구분도 어려웠는데, 이제는 내가 자존감이 낮은지 높은지까지 고려해야 하죠. 자존감은 스스로를 존중하는 마음, 가치 있게 여기는 마음 정도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자존감은 피아제의 욕구 위계 모형에도 있는 기본적인 욕구로, 정신 건강의 지표로 적극 활용되기도 했습니다.
난 가치 있는 사람이다.
난 사랑받을 자격이 있다.
난 결국 성공할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다.
나는 다른 사람들만큼 유능하다고 생각한다.– 자존감 측정 문항 중 일부 발췌
그러나 최근 연구들이나 미국 자존감 교육 현장의 사례를 보면, 자존감 증진 교육에 대해 회의적인 반응을 보입니다. 높은 자존감을 가진 아이들이 자신의 자존감 유지를 위해 실패 가능성이 높은 과제에 도전을 하지 않는 거죠. 어른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어른도 자신의 자존감을 위해 도전을 하지 않습니다. 어떤 부정적인 일이 발생하면, 자존감을 유지·방어하기 위해 원인을 외부로 돌리는 경우가 빈번하게 발생하는 것입니다. 이런 것입니다.
- 실용성과는 거리가 먼 것은 전혀 추구하지 않고
- 성과를 아무도 모르는 도전은 하지 않고
- 때로는 자신을 과하게 위하면서 궁극적으로는 자신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 선택을 하게 되는 것
때문에 최근에는 심리학자들이 단순히 자존감을 높고 낮음을 측정하지 않고 자존감 지수가 얼마나 지속적으로 안정적인 패턴을 보이는지(자존감 안정성 Self-Esteem Stabilit), 평소 자신에게 얼마나 관대하고 스스로를 격려하는지(자기 자비 Self-Compassion) 측정하여 개인의 정신 건강을 나타내는 지표로 활용합니다.
일상에서도 자기 자비를 연습할 수 있습니다. 자기 자비 연습에는 세 단계가 있습니다. 나 자신이 초라하게 느껴질 때나 회사 내에서 실수를 해서 마음이 괴로울 때 이 방식을 사용해보시면 많은 도움이 되실 겁니다.
1. 나의 고통을 인지한다.
내가 지금 슬프구나. 속상하구나. 화가 나는구나.
2. 그 고통을 정상적인 삶의 일부로 받아들인다.
힘들어하는 게 내가 유별나기 때문이 아니다.
그 일이 100% 나의 잘못이라고는 할 수 없다.
다른 이들도 나름의 고통으로 괴로워할 때가 있다.
3.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용서하고 따뜻하길 바라는 마음을 갖는다. 그리고 지금 나에게 무엇이 가장 필요한지 물어본다.
예) 아이스크림 먹기, 걷기 등
참고 : 『나, 지금 이대로 괜찮은 사람』 박진영 지음
행복을 추구하시는 분들은 영양제를 먹는 분들과 비슷합니다. 현재의 괜찮은 상태를 좋은 상태로 여기지 않고 그 이상을 추구하죠. 하지만 영양제를 오랫동안 섭취하다 끊어내자 자신이 그동안 영양제의 효과를 누리고 있었음을 알게 되듯이 행복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지금 가지고 있는 것을 처참하게 잃었을 때, 우리는 과거의 자신이 행복했었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그런 의미에서 불행 또한 우리에게 가치를 제공합니다. 당연하다고 여겼던 것들에 대해 감사하게 하는 것이죠.
항상 곁에 있으리라 여겼던 사랑하는 이를 잃고, 삶을 권태롭다고 여길 때 건강을 잃고, 좁다고 투덜댔던 따뜻한 집을 잃게 되었을 때 우리는 이전의 자신을 반성하게 됩니다. 불행은 우리를 쓰러뜨리고 무참히 부숴버릴 것 같지만,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닙니다.
첫아이가 갑작스럽게 죽게 된다면, 그 후로 2년쯤 지난 뒤에 어떤 느낌이 들 것 같나요?
가까운 가족의 죽음을 경험한 유족들 50% 이상이 약 2년 후에는 아무런 심리 치료 없이도 불행한 사건 이전의 심리적 상태로 회복한다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왜냐하면 우리는 신체적 면역 체계뿐 아니라, 심리적 면역 체계 또한 갖추고 있기 때문입니다.
불행이 오기 전 우리가 그 불행에 대해 예측하는 것보다 우리는 실제 불행을 경험할 때는 더욱 강하게 대처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나를 파괴하지 못하는 것은 무엇이든지 나를 강하게 만들 것이다.
– 프리드리히 니체, 「우상의 황혼」
니체뿐 아니라, 우리 또한 불행을 통해 더욱 강하게 변하는 자신을 느낄게 될 것입니다. 불행을 두려워하지 마십시오. 고통받기를 두려워하지 마십시오. 실제의 고통보다 더한 고통은 나의 두려움이 주는 것입니다.
저 또한 3년 동안 세 번의 수술을 거치면서 오히려 심적인 안정을 경험했습니다. 첫 번째 수술은 기흉으로 인한 폐 수술, 두 번째는 자궁내막증 수술, 세 번째는 발목 인대 재건 수술을 받았죠. 수술의 위험성과 강도 또한 순서대로 배치됐네요. 삶에 대한 긍정성을 회복하게 된 것도 수술의 강도 순이었습니다.
그중 가장 고통스러웠던 기억은 기흉 수술을 받기 전 입원을 했을 때입니다. 약 13시간 동안 갈비뼈 사이에 꽂은 흉관으로 인한 통증을 진통제 없이 견뎌야 했죠. 생살을 찢고 껴 놓은 폐 안의 흉관이 주는 갑갑함을 금식을 하며 참아야 했죠. 수술 직후 회복실을 나와서도 고통은 계속됐습니다. 수술 결과를 보기 위해 엄청난 통증 속에서 CT 촬영과 엑스레이 촬영을 해야 했죠. 병실로 올라와 진통제를 맞고 나서야 조금 진정이 되었습니다.
자궁내막증 수술을 받고 난 직후도 고통스러웠습니다. 수술 이후 진행된 호르몬 억제로 6개월간 갱년기 증상을 경험해야 했죠. 호르몬 억제 주사를 맞아야 하는 시기와 발목 인대 재건 수술 시기가 겹쳐 정형외과 입원 중에 타 병원 산부인과를 가야 했습니다. 8월이었으니, 얼마나 더웠는지는 상상에 맡기겠습니다.
수술받은 이야기를 자랑처럼 이야기하는 거 아니냐, 하는 분들도 있으실 것 같은데, 자랑 맞습니다. 저에게는 수술로 인해 남은 상처들이 훈장입니다. 큰 고통을 이겨낼수록 제가 더 강해졌다는 생각이 듭니다. 타인에 대한 관점도 더 긍정적으로 변하는 계기가 되었고요. 내가 약해져 타인에게 의존해야 했을 때, 그들이 보내준 손길에 감사합니다.
저는 약 반년 전부터 시험관 시술을 받고 있습니다. 이 과정이 힘들게 여겨지지 않는 이유는 아마 이전의 경험으로 조금이나마 훈련되었기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돈은 돈대로 쓰고, 노력과는 별개로 끝내 아이를 갖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아이가 없는 삶 또한 행복하게 살기 위해 노력할 것입니다. 이런 시도를 할 수 있는 것 자체가 감사하기도 하고요. 물론 제가 강철은 아닌지라 다른 이들의 따뜻한 말 한마디를 기대할 때가 많죠.
예전에는 지금처럼 다른 사람에게 감사하며 살지 못했죠.
– 크리스토퍼 리브
슈퍼맨으로 유명한 크로스토퍼 리브는 승마 중 낙마하여 척수신경이 손상되었습니다. 보조기 없이는 호흡도 마음대로 하지 못하고 목 아래로는 완전히 마비가 된 상태입니다. 그러나 크리스토퍼 리브는 오히려 사고 이후에 더 큰 행복을 찾았다고 말합니다. 저는 이것이 아주 별난 이야기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강렬한 성공 체험이 우리를 영원히 구름 위에 살게 하지 않는 것처럼 강렬한 실패나 손상의 경험이 우리를 바닥에 떨어뜨린 후에도 우리는 다시 원래의 자리로 돌아올 수 있다. 중요한 건 매일의 삶 속에서 얼마나 자주 긍정적인 정서-행복을 경험하는가, 이다.
– 다니엘 길버트, 「행복에 걸려 비틀거리다」
불행을 미리 예측해서 두려워하지 마십시오. 강렬한 성공 환상에 매료되지 마십시오. 미래도 과거도 아닌, 그저 현재, 지금 나에게 집중하는 삶을 사십시오. 그것이 명상을 통해 현재에 집중하는 것이든, 지금의 내 감정을 멈춰 서서 돌아보는 것이든, 매일 감사하는 습관을 기르기 위해 감사일기를 쓰는 것이든 뭐든 괜찮습니다. 현재에 집중하십시오. 어느 순간 내 마음이 평온함을 느낄 수 있을 겁니다.
원문: 당신이라는 책을 펼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