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만화는 정말 어렵게 만들어집니다. 혹시 백지나 아무것도 그려지지 않은 원고 화면 때문에 토할 거 같은 기분을 느껴보신 적 있습니까? 대부분 작가가 아무것도 없는 무에서 항상 새로운 거 만들어내기 위해서 매일같이 그렇게 노력합니다. 정말 어려운 과정입니다.
세상일에는 ‘이렇게 하면 된다’ ‘저렇게 하라’는 온갖 매뉴얼이 있지 않습니까. 개개인의 작품들과 현장에는 그런 가이드라인이나 매뉴얼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하루하루 매분 매초 그 백지를 메꾸는 온갖 생각과 고생을 해야 합니다. 컴컴한 밤에 아무것도 안 보이고 가본 적도 없는 길을 매일 간다고 생각해보십시오.
작가, 만화 관계자가 일상적으로 입에 달고 사는 마감이라는 단어가 있습니다. 이 단어가 작가와 편집자에게는 정말 크고 무거운 단어입니다. 나에게 무슨 일이 생기든 이 마감이 닥쳐옵니다. 자기가 정말 아프든, 아버지가 쓰러져서 응급실에 누워있든, 다가옵니다.
실제로 아버지가 쓰러져 응급실에 계시는데 옆에 서서 머릿속에 마감해야 한다고 생각하며 쭈그리고 앉아서 원고 써야 했던 작가도 있죠. 울면서 말입니다. 어머님이 암으로 중환자실에 누우신 작가분에게 전화해서 “작가님 마감이라 원고는 어떻게 되셨어요?”라고 물어보는 편집자-기자의 기분은 또 아십니까?
만화는 이런 형언할 수 없는 창작 현장의 지옥 같은 고통 속에 만들어져서 여러분들 휴대폰 액정과 데스크톱 모니터 액정에 올라오는 것들입니다. 여러분을 울고 웃기려고 감내하는 고통이죠.
대부분 작가는 직장인도 아닙니다. 한국 사회가 제공하는, 얄팍하다고 말해지는 그 직장인이 당연하게 누리는 보호망도 제공되지 않는 프리랜서죠. 짧은 시간에 자신 작품으로 최대한 많이 벌고 그걸로 삶의 대비를 해야 합니다.
그런데요. 그 고생을 해서 만든 작품을 훌렁 어떤 사람이 가져가서 그 고생한 것에 대한 아무런 대가도 지불하지 않고 이익만 빼먹는다고 생각해보십시오. 해적판 만드는 사람들요? 작가들에게 원고료 한 푼 주었을까요? 뭐라도 삶에 도움을 하나라도 주었을까요?
해적판 보는 건, 그 범죄행위에 동조해주는 일입니다. 오늘도 쓰린 속에 컵라면 하나 먹어가며 마감 맞춰서 일한 작가가 당연히 받아야 할 대가를 뺏어서 자기 뱃속 채우는 놈들을 도와주는 공범이 되는 거라고요.
이런 논리를 펴는 분들도 봅니다.
- 돈이 없어요.
- 사회 공공재예요.
- 국제조약으로 문제가 안 돼요.
- 저작권법은 다르게 해석되어야 해요.
닥치세요.
당신이 사는 사회는 기본적으로 자본주의 사회입니다. 만화든 애니든 웹소설이든 만화책이든 소설책이든 그것은 ‘누군가가 재화와 노동을 제공해서 만들어낸 서비스 상품’입니다. 그것을 정당한 대가 없이 향유하는 건, 공공의 룰을 위반하는 범죄입니다.
그럴싸한 이론과 지식을 들고 와서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처럼 논리를 그냥 편리하게 마구 재단하고, 그걸로 그나마 작동하는 알량한 양심을 파묻는 도구로 쓰지 마세요. 그 논의들은 그러라고 존재하는 게 아니니까요.
마루마루(우마루), 밤토끼같이 해적판 장사하는 작자들은 고개를 다시 들이밀 겁니다. 끝없는 싸움일 겁니다. 그런데 이걸 근절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 있어요, 그건 당신이 안 보는 겁니다. 이게 범죄행위고 나쁜 짓이라고 인식하는 거라고요.
당신은 종일 골방에서 어렵사리 원고를 하고 고생한 작가 돈을 뺏어서 자기 좋은 일에 쓴 것에 다름이 아닙니다. 착취한 거지요. 해적판은 남이 어떻게 되든 나만 좋으면 된다는 나쁜 놈들이 만들어낸 물건입니다. 보지 마세요. 당신도 똑같은 사람이 되니까.
원문: 이현석의 페이스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