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Harvard Health Publishing의 「Does addiction last a lifetime?」을 번역한 글입니다.
올해로 11년째 아편 중독에서 벗어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나는 늘 다음 두 질문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정말 ‘중독성 성격’이란 것이 있을까요? 그리고 한 번 중독된 사람은 다른 중독을 찾게 될까요?
중독성 성격이라는 신화
최근 세상을 떠난 작가이자 방송인이었던 앤서니 보데인은 술과 대마를 한 번씩 즐기는 일로 종종 비난을 받았습니다. 그가 헤로인과 코카인 중독에서 벗어난 것은 수십 년 전 일이었고 술과 대마는 매우 절제된 방식으로만 즐겼음에도 말이지요. 그 비난은 합당한 것이었을까요? 10대에 약물이나 알코올 중독을 경험한 사람은 40대에도 가벼운 식전 와인 한 잔조차 조심해야 하는 걸까요?
물론 그 답은 그가 과거 어떤 중독에 걸렸고 지금 얼마나 회복된 상태인가에 따라 다를 겁니다. 중독은 평생 지속되는 것이며 사람들은 새로운 중독 물질을 끊임없이 찾을 뿐 아니라 ‘중독성 성격’이 존재한다는 기존의 학설에 따르면, 그는 와인을 마셔서는 안 됩니다. 그 와인 한 잔은 불에 기름을 붓는 효과를 만들겠지요.
나는 재활 기관에서 보낸 90일 동안 한 번 무언가에 중독된 사람은 다른 것에도 중독되기 쉬우므로 한 번이라도 중독을 경험한 사람은 모든 중독 가능한 물질을 평생 금해야 한다고 배웠습니다. 이는 누군가가 유전적 이유나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 우울증 등 약물 중독에 빠지게 만든 이유가 있을 경우, 한 번 헤로인 중독에 빠졌다가 힘들게 극복한 뒤에도 여전히 알코올에 중독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일리 있는 가설입니다. 의학적으로 말해 서로 다른 중독도 결국은 우리 뇌의 보상 시스템인 도파민을 건드리는 것이며, 따라서 한 가지 중독물질이 금지될 경우 뇌가 다른 중독물질을 찾게 된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나는 아편 중독에서 벗어나는 경험을 통해 이 분야에 어떤 논리나 근거를 적용하는 데 있어, 그 논리가 그럴듯하거나 오랫동안 받아들여진 주장이라고 해서 반드시 옳은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배웠습니다. 재활원에서 들은 수많은 가르침 중에는 어떠한 과학적 근거도 없는 내용이 많았습니다. 예를 들어, 재활원에서는 매일 ‘모든 약에는 중독될 수 있다(a drug is a drug is a drug)’는 말을 합니다. 하지만 이 말은 매년 수천 명을 죽음에 이르게 하는 위험한 약물인 마약성 진통제(opiate fentanyl)와, 반대로 마약중독의 치료에 쓰이는 부프레노르핀과 같은 약을 구분하지 않는 논리입니다.
나는 100년 전, 처음 시도했던 단호한 ‘금지’ 중심의 약물중독 치료 방식이 의학적 지식이 놀랄 만큼 향상된 오늘날에도 여전히 사람들의 생각을 붙잡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익명의 알코올중독자들(Alcoholics Anonymous)’이 설립된 1935년 당시에는 합리적이었던 중독과 치료의 개념은 신경화학과 기능적 자기공명영상 기술이 발달한 오늘날에는 유효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오늘날 상호 지원 모임(mutual help groups)의 의미는 개인의 변화를 격려해주는 것으로 바뀌었습니다.
중독에서 빠져나온 경험이 오히려 새로운 중독에의 내성을 만들 수 있습니다
중독에 빠진 사람이 새로운 중독 물질을 찾게 되는 것에 관하여 아직 누구도 알지 못합니다. 국립 약물 오남용 연구소(National Institute on Drug Abuse)는 토닉 웹사이트가 요청한 이 질문에 대해 ‘물질 사용 장애(substance use disorder, SUD)의 경험은 다른 물질 사용 장애의 위험 인자’가 맞지만, 한편으로 ‘SUD를 한 번 극복한 사람은 유전적, 환경적 요인을 고려하며 알코올중독에 빠지지 않을 만큼의 적절한 알코올 섭취를 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답했습니다. 2014년 미국의학협회(JAMA)에 발표된 한 연구는 다음과 같은 결론을 내렸습니다.
SUD에서 회복된 경험이 있는 이들은 새로운 SUD에 걸릴 가능성이 그렇지 않은 이들에 비해 오히려 절반 이하가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의학계의 상식과 달리, 중독 경험이 다른 중독에 빠지게 하기는 커녕 새로운 SUD에 덜 걸리게 하는 것이다.
위 연구의 저자는 ‘SUD에서 회복되는 과정에서 습득한 약물에 대한 대처 기술이 새로운 SUD에 걸리지 않게 만들어주는 것일지 모른다’고 말했습니다. 이는 우리가 중독에서 회복하는 과정에서 삶에서 받게 되는 스트레스를 더 건강한 방식으로 풀 수 있는 ‘공구 상자’를 가지게 된다는 뜻입니다.
여기에는 다른 사람들과 만나고, 자신의 자존심을 다루고, 도움이 필요할 때 이를 요청할 수 있는 능력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예전에는 술이나 약물을 찾을 정도의 심각한 스트레스 상황에서 이제 운동을 하거나 친구를 만나는 등의 방법을 쓸 수 있게 된다는 뜻입니다. 이런 식으로 물질의 중독을 보다 건강한 활동으로 대체할 수 있습니다.
어쩌면 이 문제는 중독에 대한 정의의 문제일 수도 있습니다. 사람들은 중독을 도박, 과식, 게임, 인터넷, 섹스, 일, 종교, 운동, 충동적 소비 등 물질이나 습관에 대한 것으로 생각합니다. 담배를 끊은 이들 중 다수는 체중의 증가를 겪습니다. 이건 한 가지 중독이 다른 중독으로 바뀐 걸까요?
나는 종종 약물 재활 시설 경험이 만드는 유일하고 확실한 습관은 니코틴 중독이라고 농담합니다. 한 번 재활 시설을 경험한 사람들은 다시 그곳에 보내질까 하는 걱정이 들 때마다 담배를 집어 들기 때문입니다.
인간은 성장하고 변화합니다
개인적으로 나는 사람들이 한 가지 중독을 다른 중독으로 대체한다는 생각에 회의적입니다. 내 경험상 무언가에 중독된 사람들은 그 약물과 잘 맞았던 사람일 뿐이었습니다. 그리고 다른 약물이나 알코올에는 중독되지 않았습니다. 이는 신경 화학적 작용과 심리적 작용이 결합한 결과일 것입니다. 나는 아편 중독에 빠졌지만 다른 약물에는 중독되지 않았습니다. 내가 관찰했던 수천 명의 사람도 그랬습니다.
사람들은 일생에 걸쳐 성장합니다. 불행한 18살 소년과 수많은 문제를 이겨낸 50세 중년은 전혀 다릅니다. 위기에 대처하는 인간의 능력은 꾸준히 강해집니다. 인간은 바뀔 수 있으며, 바로 이 점이 우리가 마약 중독에 빠진 가족을 대할 때 아무리 상황이 절망적이라 하더라도 그들을 절대 포기하지 않아야 할 이유입니다.
원문: 뉴스페퍼민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