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처럼 젓가락을 사용하는 일본, 하지만 조금 다른 일본의 젓가락 매너
지난 금요일 대학 수업에서 일본 대학생들로부터 식생활 매너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다. 젓가락과 숟가락을 사용하는 문화 때문에 많은 부분이 비슷하지 않을까 생각했지만, 자칫 상대방에게 실수할 수 있는 크고 작은 차이점이 분명히 있었다.
일본도 어린 나이 때부터 부모님이 식사 예절을 가르치는데, 대체로 일본에서 주로 사용하는 ‘젓가락 문화’와 관련된 식사 예절 교육이 많다고 한다. 과거 TV예능 프로그램 ‘슈퍼맨이 돌아왔다’의 추성훈과 사랑이 편에서 젓가락 식사 예절과 관련된 장면을 본 것 같기도 하다. 그리고 지금, 하나씩 정리해보자.
한국은 숟가락으로 밥을 먹지만, 일본은 한국과 달리 젓가락으로 밥을 먹는다. 따라서 어릴 때부터 바른 젓가락 매너 교육을 받는다. 한국에서도 바른 젓가락질 습관을 위해 종종 사용하는 교정 젓가락. 젓가락질할 때 어떤 식으로 손을 끼워서 젓가락을 잡는지 제일 먼저 배운다고 한다.
젓가락을 잡기 시작하면 다음 단계로 젓가락으로 해서는 안 될 일을 익히도록 한다. 보통 ‘젓가락질로 해서는 안 되는 일’은 한국에서는 딱히 떠오르지 않는다. 한국에서는 숟가락을 사용하여 밥을 먹으니, 종종 밥을 ‘젓가락으로 깨작깨작 먹지 마라.’는 잔소리를 듣는 게 전부일까?
한국과 달리 젓가락이 메인 식기인 일본에서는 젓가락으로 해서는 안 될 일이 제법 엄격하게 정해져 있다. 그중 한국 사람이 가장 범하기 쉬운 실수 중 하나. ‘자신의 젓가락으로 음식을 집어서 상대의 젓가락으로 건네주는 일’이다. 젓가락과 젓가락으로 음식을 집어주는 것은 한국에서 굉장히 흔한 일이다.
상대방에게 ‘이 음식 좀 먹어봐.’라며 내 젓가락을 사용하여 음식을 건네주는 것은 일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모습이다. TV 드라마에서 종종 윗사람이 아랫사람에게 젓가락으로 음식을 건네거나, 친구끼리는 사용한 젓가락을 공유하여 컵라면을 얻어먹기도 한다. 이 모든 것이 일본에서는 매너 위반이다.
아무리 가족 사이 혹은 연인 사이일지라도
- 젓가락으로 음식을 집어 상대방에게 권하거나
- 상대방이 젓가락으로 음식을 받도록 하는 일
은 매너 위반이다. 일본 친구에게 무심코 젓가락으로 음식을 집어 “이거 맛있어. 한 번 먹어봐.”라고 할 때가 있는데 일본 생활에서는 꼭 주의해야 한다.
그 이외에도 일본에서 어릴 때 배우는 젓가락 매너 중에는 ‘젓가락으로 놀지 않는다.’는 규칙이 있다. 이 규칙은 식탁 위에서 뭘 먹을지 망설이며 젓가락을 지분대는 일로, 상대방에게 실례할 수 있는 일이라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
한국도 비슷한 매너가 있다. 한국은 일본과 달리 반찬의 가짓수가 많아 서로의 젓가락이 식탁 위에서 부딪힐 때가 잦다. 따라서 한국에서도 식탁 위에서 젓가락을 오락가락하지 말라는 예절이 통용되고 있다.
일본은 반찬의 가짓수가 적다. 그렇더라도 뭘 먹을지 망설이며 함부로 젓가락을 들고 오락가락하지 않아야 한다. 일본에서 홈스테이할 때 과연 나는 어떻게 행동했는지 생각나지 않는다. 아마 실수는 하지 않았을 것이다. (웃음)
위 사진은 한국 사람이 일본에서 쉽게 범하는 젓가락 매너 실수 사례이다. 한국에서는 젓가락으로 종종 감자 따위를 쿡 찔러 먹는 경우가 있는데, 일본에서 젓가락으로 무엇을 찍어서 먹는 일은 함께 식사하는 상대방에 대한 큰 결례이다.
유년 시절 외에 젓가락을 찌르는 형태로 사용하는 일은 드물다. 무심코 종종 어떤 음식 가운데를 젓가락으로 찍어서 먹는 경우가 있다면, 일본 생활에서는 반드시 주의한다. 또, 한국 사람이 자주 하는 실수 중 하나는 그릇을 옮기는 일이다.
한국에서는 대체로 반찬 그릇이 워낙 많다 보니 젓가락으로 자신이 먹고 싶은 반찬의 그릇을 끌어당겨 오는 경우가 잦다. 이렇게 젓가락으로 그릇을 가져오는 것도 일본에서는 매너 위반이다. 이 이외의 매너 위반 행위로는 젓가락으로 누군가를 가리키거나 젓가락을 핥는 것 등이 있다.
일본에서는 젓가락 매너 외에도 다음의 식사예절이 있다.
- 식기의 소리를 내지 않고 먹어야 한다.
- 왼팔은 꼭 식탁 위에 있어야 한다.
- 밥그릇과 국그릇은 들고 먹어야 한다.
식기의 소리를 내지 않는 것은 한국에도 있는 매너이지만, 왼팔이 반드시 식탁 위에 있어야 한다는 것과 밥그릇을 들고 식사하는 것은 한국과 다르다.
일본에서 밥그릇과 국그릇을 직접 들고 먹는 것은 ‘고독한 미식가’를 통해서 익숙하게 봐왔지만, 왼팔이 꼭 식탁 위에 있어야 한다는 것은 나도 처음 알았다. 이유를 묻자, 일본인 교수님께서는 왼팔을 아래로 한 상태로 식사를 하는 것은 결례에 해당하는 일이라 주의해야 한다고 하셨다.
나는 애초에 왼팔을 살짝 식탁 위에서 올리고 먹는 습관이 있어 몰랐는데, 왼손을 아래로 떨어뜨린 채 먹는 사람이 많은 것 같았다. 어떤 이유로 왼손을 올려서 먹어야 하는 건지는 알 수가 없었다. 개인적인 소견으로는 서양 문화 혹은 다도 문화의 영향이 아닐까 한다.
비슷한 문화일 것이라 생각했는데, 이렇게 소소한 부분에서 다른 부분이 많았다. 일본 워킹홀리데이 혹은 일본 취업에 생각이 있다면 사소한 젓가락 매너도 꼭 기억해두자. 그러면 더 잘 적응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원문: 노지의 소박한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