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전 블로그에 포스팅했던 첫키스 동영상은 알고보니 광고였다. 나도 그 사실을 알고 나서, 포스팅에 업데이트를 통해 광고라는 사실을 확실히 했다. 이에 대해 슬로우뉴스에 사실 관계를 좀 더 분명히 하는 글이 올라왔다. 이 영상이 바이럴해지는 과정을 잘 설명하는 글이지만, 글의 마지막 부분에는 조금 이견이 생긴다.
그런데 문제는 기자들이다. “첫 키스”를 보도하는 대부분의 언론사(한국뿐 아니라 미국 포함)는 이 광고를 마치 비상업적인 예술 작품인양 혹은 이 사람들이 정말 키스만 하라고 해서 한 것처럼 소개하고 있다.
바야흐로 언론사가 별 생각없이 광고를 확산하는 도구로 이용되는 시대, 언론사가 광고사가 원하는 스토리를 독자에게 그대로 전달해 주는 시대가 됐다.
난 언론이 광고를 확산하는데에는 잘못이 없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이미 이 사례가 아니더라도 언론이 잘 만들어져서 유명해진 광고를 기사화하는 사례를 많이 봐왔다. 작년 크리스마스 미국에서 방영된 애플의 광고는 감동을 자아낸다며 다양한 언론에서 기사화 됐고, 비싼 돈을 주고 만든 슈퍼볼 광고는 언론에서 모아서 보여주기도 한다.
광고는 이미 우리 사회에서 가장 많이 소비되는 중요한 컨텐츠 중에 하나다. 많은 사람들이 본 광고이고, 기사화할만한 가치가 있는 것이라면 언론에서도 보도 할 수 있다는 말이다. 따라서 여기선 언론이 광고를 확산하는 도구로 이용되는걸 비판하기보다는 잘못된 정보를 – 광고인데 광고가 아닌것처럼- 보도한 것을 비판해야 한다. 결국 이 사례에서는 언론이 광고가 퍼지는데 도움을 준 점보다는 얼마나 정정 보도를 잘 했느냐를 살펴야 한다고 생각한다.[1]
이 영상은 국내와 해외 모두에서 화제가 됐다. 슬로우뉴스의 글에서 보듯이 중앙일보(지금은 기사가 내려갔다.), 허핑턴 포스트 코리아에서 기사화가 됐고, 그 외에 다른 언론사에서도 이 광고를 기사로 내보냈다. 외국도 똑같다. USA Today, 워싱턴 포스트 등 주요 언론들이 이 광고를 똑같이 보도했다. 하지만 차이는 정정보도에 있다.
이 영상이 광고라는 것이 밝혀지고 나서, 외신들은 일제히 자신들의 기사를 업데이트하기 시작했다. 기존 기사에 내용을 추가해 이 영상이 광고라는 것을 즉각적으로 밝혔다. 반면 한국 언론은 다르다. 대표적인 예로 허핑턴 포스트를 보면, 미국판 허핑턴 포스트의 첫키스 기사를 그대로 번역 소개한듯한, 허핑턴 포스트 코리아의 기사에는 정정보도와 관련된 내용이 누락되어 있다. 미국판 허핑턴 포스트의 기사에는 있는 내용이 말이다. 다음은 미국판의 업데이트 내용이다.
업데이트 3월 11일 화요일, 3:50 p.m.: 로스 앤젤레스에 위치한 여성의류 브랜드인 Wren 스튜디오는 트위터를 통해 이 비디오가 그들의 2014 가을 컬렉션 광고 캠페인의 일환으로 촬영됐다고 발표했다.
이처럼 처음 기사에선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는데 실패했지만, 뒤따른 업데이트로 사실을 분명하게 하고 있다.
오보는 언론이 만들어진 순간부터 언제나 늘 있어왔고, 앞으로도 영원히 없어지지 않을 것이다. 모두가 종이 신문을 보는 때도 그랬고, 기사가 디지털로 발행되는 지금도 오보는 존재한다. 다만 미디어가 디지털로 옮겨가면서 좋아진거라면 기사 정정을 종이신문 시절에 비해서 훨씬 빨리 할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이번 사례처럼 언론이 잘못된 것을 보도하면, 소셜 미디어를 통해서 빠르게 정확한 사실관계가 올라오고, 언론은 이를 바탕으로 잘못된 정보를 다시 한번 빠르게 바로잡는다. 이러한 피드백은 이전 시대의 그 어느 때보다도 빠르게 이루어지고 있고, 이는 최근 저널리즘을 황금 시대로 이끌고 있는 요소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와 같은 장점을 적극적으로 이용하려고 하지 않고, 오히려 기사의 사실 관계가 틀어져버리자 중앙일보처럼 기사를 그대로 내려버리면서 데드링크를 양산하는 짓은 저널리즘의 황금 시대와는 정반대의 방향으로 가는 행위다. 내가 비판하고 싶은 지점은 이 부분이다. 실수를 할 수는 있다. 하지만 실수를 한다면 빠르게 바로잡아 잘못된 정보가 독자들에게 퍼져나가는 것을 막아야 한다.
물론 최선은 실수를 하지 않는 것이다. 첫 키스 영상과 관련된 보도에서도 그런 기사가 있다. NYT의 기사다. 물론 광고라는 사실 관계가 명확해진 후 나온 기사이기는 하다. 하지만 이 기사가 담고 있는 내용들은 모범적인 저널리즘이 어떤 것인지를 뚜렷하게 보여준다. 이 기사의 제목은 “의류 광고라는 것만 제외하면, 키스는 키스일뿐이다.(A Kiss Is Just a Kiss, Unless It’s an Ad for a Clothing Company)”인데, 이는 영상과 관련해서 이슈가 되는 부분을 정확하게 요약한다.
기사의 내용과 관련해서 다른 언론들은 대부분 영상을 임베딩하고[2], 추가적으로 이게 광고라는 사실을 언급한데 그쳤지만, NYT의 이 기사는 그 외에 다른 사실들을 알 수 있게 해준다. 기사를 쓴 John Koblin은 직접 의류회사의 CEO와 광고를 제작한 Tatia Pilieva를 인터뷰한다.
이를 통해 이 광고를 만드는데 어느 정도의 비용이 사용됐는지, 광고에 등장하는 사람들은 어떤 직업을 가지고 있는지, 패션 업계의 다른 광고 제작자들은 이 광고를 보고 어떤 생각을 하게 됐는지, 그리고 그 광고에 등장한 사람들은 낯선 사람과 키스를 하는게 어떤 느낌이었는지 등등을 알 수 있다. 심지어 이 광고 덕분에 의류회사 Wren이 실제 매출 증진을 이뤘고, 배경음악으로 삽입된 곡이 1만 카피나 팔려나갔다는 사실까지 알 수 있다.
물론 모두가 NYT처럼 할 수는 없다. 국내 언론이 그렇게 하기는 더 힘들 것이다. 시간이 지나면 잊혀질 바이럴 동영상 하나에 대해 자세히 알기 위해서 미국에 있는 광고 제작자와 인터뷰를 하기보다는 외신을 인용하고, 사실이 아니다 싶으면 글을 내려버리는게 훨씬 쉬운 길이다. 하지만 늘 그렇듯이 사람들이 언론에게 요구하는 것은 쉬운 길보다는 어려운 길이고, 그 어려운 길을 선택한 언론을 사람들은 더 선호하고, 존중한다.
첫 키스 영상은 분명한 광고다. 하지만 광고라는 사실이 이 영상이 우리의 감성을 자극한다는 점을 감추지는 못한다. 그리고 그런 점은 단순히 “감성적인 바이럴 영상이 있어. 그런데 알고보니 광고야”라고 써놓은 기사보다는 NYT와 같이 광고의 측면과 영상 자체의 감성적인 측면 모두를 자세히 살펴보는 기사를 통해 독자들에게 더욱 잘 와닿는다. 단적으로 NYT의 기사 말미엔 영상에 등장한 인물이 낯선 사람과 키스하는게 어떤 기분이었는지를 설명하는 말이 있다.
“저는 오전 9시에 영상을 촬영했고, 제가 모르는 사람과 키스를 해야만 했습니다.” 그녀가 말했다. “촬영에는 한시간 반 가량이 걸렸고, 저는 그녀와 함께 아침식사를 했어요. 그리고 그 때부터 우리는 친구입니다. 정말 놀라운 일이죠.”
어떤가? 낯선 사람과의 첫 키스가 조금 더 다르게 느껴지지 않는가?
- 이 영상의 제작자는 광고가 아니라는 사실을 숨길 의도가 없었다고 한다. 그렇다면 처음 이를 예술 작품인양 알린 사람의 잘못이 크다. 슬로우뉴스에서 언급된 Gawker는 이 영상이 더욱 바이럴해지는데 도움을 줬을뿐 초기 보도한 곳이 아니다. – Gawker의 기사 하단에 [H/T: VVV]라는 언급이 있다. 안타까운건 이런 영상이 도대체 어디서부터 널리 알려지게 됐는지 아는건 쉬운 일이 아니다. ↩
- 국내 언론은 임베딩 같은거 할 줄 모른다. 전부다는 아니지만, 대부분의 언론들이 하는거라고 영상을 캡쳐해서 스크린샷만 넣어놓는 것이다. 그 흔한 유튜브 링크 하나 걸어주지 않는다. “이런게 유명하대. 근데 영상은 니가 직접 찾아서봐.”라고 말한달까. ↩
valentinoConsulting a payroll processing compan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