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그 ‘혜경궁 김씨’ 논란의 계정의 주인이 김혜경이 맞다는 경찰의 발표가 있고 나서 일각에서는 그게 설사 맞다고 한들 그건 김혜경 본인의 문제일 뿐 정치인 이재명이 져야 할 책임이 아니라거나 혹은 정치인에게 가족의 잘못까지 책임지게 하는 건 과하다는 얘기도 나오는 듯싶다. 이에 나는 과거 남경필 아들 문제 관련 연좌제 논란 때 이렇게 얘기한 적이 있다.
‘정치인의 가족이 범죄를 저지르거나 사회 구성원으로의 심각한 결격 사유를 보였을 때 그 책임을 해당 정치인에게 요구하는 것은 일종의 연좌제이기 때문에 부당하다’라는 논리는 사실 큰 틀에서는 맞는 얘기지만, 난 두 가지 이유 때문에 좀 다르게 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선 첫째. 정치인의 가족은 그 자체가 권력 집단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그 정치인이 거물 정치인일수록 그 정치인의 성취에 따라 가족들 역시 눈에 보이지 않는 영향력을 소유하게 될 가능성이 커진다. 이때 그 가족 구성원들이 훌륭한 시민 윤리를 가진 이들이라 하더라도 그 유혹에서 벗어나기가 쉽지 않다는 건 역사를 통해 종종 입증되어 온 바인데 하물며 저런 경우라면 어떨까. 어떤 형태로든 그 가족은 정치인의 영향력이 커짐에 비례하여 그걸 자신이 사유화한 권력의 형태로 사회에 반사회적 혹은 반민주주의의 형태로 투사할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정치인의 가족이 저지른 잘못에 대한 정치인 당사자의 책임은 일반적인 가족 구성원들의 잘못에 대해 당사자 본인이 져야 할 책임과는 구분해서 봐야 할 필요가 있다.
어떤 이는 김혜경의 잘못이 법률상의 죄는 아니라는 얘기도 하던데, 그 지적처럼 법률상의 죄목이 되지 않는다 하더라도 나는 저 때 언급한 저 이유로 충분히 그 문제가 정치인 이재명에 대한 자격 판단의 조건이 될 수 있다고 본다. 더군다나 이재명이 차기 대권의 후보군 중 한 명이고, 만에 하나의 경우 논란의 인물이 영부인이 될 수 있는 경우라면 더더욱 당연한 것이고.
덧. 이재명 측에서는 그 계정이 비서실에서 공용으로 사용한 계정이라는 변명을 하나 본데 그 경우라면 더더욱 문제가 되는 게, 이재명 측에서는 그 계정이 비서실에서 운영한다는 걸 아는 상황에서 그 계정의 내용에 동조를 해왔다는 얘기가 되기 때문이다. 자연인 이재명으로서는 몰라도 정치인 이재명으로서는 그게 더욱더 치명적일 텐데?
원문: 손원근의 페이스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