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의 절대권력, 교장
꽤 많은 교사들에게 널리 전염된 승진병. 결국 그들의 최종 목표는 교장이 되는 것이다. 그런데 도대체 왜 그렇게 많은 교사들이 교장이 되려고 그토록 노력하는 것일까? 교장은 도대체 어떤 위치에 있나?
교장의 권한에 대해 명시적으로 규정해 놓은 법규정은 초중등교육법 20조다. 이 조문은 교장, 교감, 교사, 그리고 학교 행정직원이 해야 할 바를 간결하게 정리하고 있는데, 이 법조문에 따르면 교장은 학생을 교육할 뿐 아니라 소속직원도 지도, 감독하도록 되어있다. 즉 교장은 학교에서 일어나는 모든 권한을 전적으로 행사할 수 있으며, 사실상 학교에서 유일한 행위 원인자가 된다. 교사는 “학생을 교육하는”것 외에는 할 일이 없으며, 교감은 사실상 교장의 보조자에 불과하고 행정직원은 교장의 명령을 받아서 각종 사무를 담당하기 때문이다.
이 점을 교장들은 악용해서 교사들이 행한 업적을 자기 이름으로 둔갑시키곤 하는데, 반대로 교사들이 행한 과실이라 할지라도 사실상 교장의 과실로 봐야한다는 해석은 모른척 한다. 학교의 유일한 행위자는 교장밖에 없다. 그럼, 교사는? 사실상 수업시간 외에는 교사의 행위는 없다고 보아야 한다. 심지어 학급 담임업무라는 것도 교장이 할 일을 나누어서 교사들이 도와주는 것에 불과하다.
초중등교육법 25조를 보면, 말은 무척 복잡하지만 한 마디로 생활기록부를 작성하고, 학생이 전출가거나 진학할때 작성한 생활기록부를 이관하는 일이 교사가 아니라 교장의 일로 되어 있다. 즉 교사가 자기 학급 학생의 생활기록부를 작성했는데, 교장이 멋대로 이를 고쳐적어도 하등의 문제가 될 것이 없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원래 생활기록부 작성은 교장의 업무이며 담임교사는 편의상 그 작성의 일부를 배당받은 심부름꾼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교장은 학교내 유일한 평가자이며, 유일한 장부 작성자다.
예산집행권을 이용해 리베이트를 챙기는 교장
어디 그것 뿐일까? 초중등교육법 30조의 3에 따르면 학교에서 예산을 편성 집행할수 있는 권한도 오직 교장만 가지고 있다. 물론 학교운영위원회를 거치게 되어 있지만, 어디까지나 ‘심의’임을 명심하자. 학교 운영위원회에 회부해서 논의만 하면 되는 것이다. 운영위원회는 의결기구가 아니다.
따라서 사실상 학교 예산(연 수십억에 달하기도 하는)은 전적으로 교장 한 사람의 뜻대로 집행할 수 있다. 그 돈을 학생 기자재에 사용할지, 아니면 각종 토목공사에 사용할지는 전적으로 교장 마음이다. 대개의 교장들은 토목공사를 선호한다. 학교에는 은근히 각종 공사할 거리가 많이 있다. 건설업계의 불투명한 관행을 알고 있는 사람이라면 교장들이 왜 재물조사에 딱딱 걸리는 각종 기자재 등의 동산 구입보다 각종 토목, 건설 사업에 예산을 펑펑 쓰는지 금방 알 수 있을 것이다.
물론, 법적으로는 아무 하자가 없다. 그렇게 꾸며 놓는다. 하지만 알만한 사람은 다 아는게 그바닥인 것이다. 교장이 그 학교를 떠날때가 되었거나, 혹은 정년이 얼마 남지 않았다면 어김없이 각종 공사를 벌린다. 공사 자금은 상상을 초월한다. 예컨태 농구 코트 한 면 설치하는데 3~6억이 들어간다. 운동장 트랙 한바퀴 포장한다면 물경 10억 정도가 들어간다. 거기서 건설토목업계의 부정한 관행상 리베이트가 얼마쯤 거래될지는, 그런식으로 교장 4년하면 그가 얼마의 리베이트를 챙기게 될지는 상상에 맡기겠다.
결국 교사들이 교장이 되겠다고 악다구니를 쓰는 이유가 교육적일 가망이 별로 없다. 그것은 1)누구의 제어도 받지 않는 유일한 행위자로서의 권력을 만끽하거나, 2)막대한 리베이트를 꼬리 밟힐 염려 없이 마음껏 해먹기 위해서다. 물론 안 그런 교장도 혹 있을수 있겠지만, 그럴 수 있는 여지가 훨쩍 열린 상황에서 안 그러긴 참 어렵다.
전교조 교사들 중에는 무능하고 이념적으로 편향된 사람들이 있을수도 있다. 하지만 이 정도로 부패하고 아예 반교육적인 잡배들은 없다. 도대체 학부모와 일반시민들은 교장들이 중심이 되어, 또 교장들에게 붙어 이득을 챙기는 일부 치맛바람 학부모들이 중심이 되어 만든 단체들이 하는 전교조 저주를 왜 그렇게 쉽게 믿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아니, 알 수 있다. 그건 모르기 때문이다.
교장은 교육자가 아니다
의외로 많은 일반인들이 한국의 교장들이, 그리고 그 교장제도가 얼마나 부조리한 것인지 잘 모르고 있다. 정말 경험많고 연륜있는 교육자가 교장일 것이라고 생각하고, 적어도 일반 교사들 보다는 좀 더 나은 사람일거라고 생각하고 있다.
결론을 내리자면 결코 아니다. 그 반대다. 교육경험 없고, 일반교사만도 못한 사람들이 교장이 된다. 그럴 수밖에 없는 제도다. 그래서 많은 야심 있고 나름 능력 있었던 교사들이 서로서로 못난 교사가 되기 위한 경쟁을 한다. 그 승자가 교장이 되는 것이다.
그런데도 언론의 보도는 참으로 기가 막힌다. 어떤 학교에서 뭔가 자랑할 만한 일이 생기면 그 인터뷰는 막상 그 일을 한 교사가 아니라 교장이 한다. 예컨대 ‘몽몽중학교(학교장 아무개)’, 이런 식으로 소개가 되는 것이다. 그런데 어떤 학교에서 뭔가 나쁜 일이 생기면 결코 교장의 이름이 노출되지 않는다. 몽몽 중학교 부정변 교사가 학생을 어찌했다 이런식으로 보도된다. 이게 교묘한 언론술이다.
실상 학교의 모든 훌륭한 일은 이름없이 노력한 교사들의 몫이고, 학교의 거의 모든 나쁜일은 교장이 주도했거나, 교장을 꿈꾸는 이들이 저지른 일이다. 교장들이 전교조를 저주하는 것은 교육적 이유가 아니라 자기들이 해먹는 것을 방해하기 때문이다. 교장은 절대 교육자가 아니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정리하자. 학교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은 교장을 거치지 않고는 그 어느것도 가능하지 않다. 따라서 지금 공교육이 문제가 많다면, 그 책임의 대부분은 교장의 몫이라야 한다. 공교육의 개혁은 먼저 교장을 비판하고, 그들의 아성을 무너뜨리는 것에서 시작해야 하는 것이다.
원문: 부정변증법의 교육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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