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아마존이 무섭다. 알면 알수록 두렵다. 아마존은 파괴적인 기업이다. 혁신에 대한 비유가 아니라 진짜로 그렇다. 경쟁사에 대해서도 파괴적이지만 특히 직원들에게 혹독하다. 베조스가 고객에게만 집중한다는 말은 내겐 허울뿐인 명분으로 들린다.
구글과 관련해서 독점 이슈가 불거져 나올 때는 별 반감이 안 든다. 구글의 기업문화에 대한 신뢰 때문이다. 하지만 아마존이라면 이야기가 다르다. 설마 그럴 리는 없겠지만 만일 아마존이 시장에서 막강한 독점적 지위를 보유하게 된다면 과거 스탠더드 오일의 록펠러처럼 노동자들에게 기관총질을 할 정도의 만행을 저지를 수도 있을 거로 생각한다. 베조스는 잔인하고 자기중심적이며 자신의 야심을 실현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사람이다.
아마존 입장에서 노동자는 베조스의 야심을 실현할 도구다. 배터리처럼 소모하고 언제든 교체해도 좋을 존재다. 한국으로 치면 삼성의 관점과 매우 비슷하다. 삼성의 경우 이병철이 참모들을 모아 만든 비서실 시절부터 노동자를 도구 취급해왔다. 비서실은 구조전략본부, 전략기획실, 미래전략실(최순실 사태로 해체)로 이름을 바꾸며 줄곧 삼성 권력의 중추 역할을 했다.
삼성이 미래전략실 주도로 노조결성을 원천 봉쇄하고 직원 면담을 통해 퇴사를 종용한다면, 아마존에는 PIP(Performance Improvement Plan)가 있다. 말은 ‘성과 개선 계획’이지만 말만 그렇다. 아마존은 문제가 있다고 판단되는 직원을 PIP에 넣는데, 개선할 목적으로 넣는 게 아니라 부당해고 이슈 없이 해고하기 위해 넣는다.
PIP에 들어간 직원은 자신이 PIP에 들어갔다는 사실을 동료들에게 알릴 수 없다. 만일 알리면 영업비밀을 누설한 죄로 해고된다. PIP에 들어간 직원은 매니저에 의해 집중 마이크로매니징을 당한다. 간혹 PIP에서 요구한 수준을 충족시켜서 통과하는 직원들이 있는데 통과하더라도 멘탈이 붕괴해 자진 퇴사한다.
PIP에 들어가는 기준은 베일에 싸여 있다. 아마존에는 베조스가 심어놓은 내부 경쟁 문화와 얼굴 인식, 위치 추적 등의 직원 감시 시스템에 있는데 그런 도구들을 사용해 PIP로 해고시킬 직원을 선정하는 것으로 보인다.
베조스가 뛰어난 인물임을 부정하고 싶지는 않다. 베조스는 실패를 성공으로 뒤바꾸는 기적 같은 안목을 보유한 사람이다. 다른 기업 같으면 단순히 실패나 낭비를 이유로 아웃소싱에 맡길 것들을 오히려 강력한 플랫폼 비즈니스로 만드는 능력을 가졌다. AWS와 FBA(Fullfilment by Amazon)가 그 증거다.
그러나 피로 물든 혁신이 얼마나 큰 가치가 있는지는 물음표다. 나치 독일이 제트기나 대륙간탄도 미사일 같은 과학적인 업적을 남겼다고 해서 박수 보낼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유다.
원문: 여현준의 페이스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