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다’ 첫 탑승기
카풀 반대 택시 파업이 있었던 날 ‘타다’에 처음 탑승해보았다. 작년 2월부터 기사를 모집하는 등 계속 서비스를 준비했다고 한다! 대박. 번호판은 흰색이다. 기사님 자차는 아니고 ‘타다’ 소유다. 개인사업자 아니라 고용 형태시란다. 일자리 창출 효과. 택시조합에서 공격하기 힘들겠다.
차고지는 대치동 방이동 영등포 상암 동대문 용산. 주변 5-6km 내에 있으면 배차된다고 한다. 시외로 나가도 추가요금 안 받는다. 빈 차로 와도 기사 손해 없으니 마음 놓고 불러도 된다. 주변에 차고지가 없는 먼 곳에서도 콜센터 통해 예약 가능하다. 공항 갈 때 좋을 듯.
처음 탄 차는 카니발 11인승. 3열 접어서 휠체어 접어 넣으면 충분히 탈 듯. 전동휠체어 시설 당장 설치 힘들면 수동휠체어는 뒤에 접어 넣고 휠체어 이용자용 무빙시트 설치도 방법이다. 기아 차랑 쇼부 치면 충분히 싸게 설치 가능할 텐데… 곧 출시한다는 ‘타다’ 어시스트 서비스에 이런 게 있을지 예측해본다(이 글이 성지가 되길).
무료 와이파이, 핸드폰 충전기, 열선시트(!)가 구비되어 있다. 핸드폰 충전기는 쓰는 방법이 복잡하다. “기사님 안 돼요” 이러기 전에 뭐 안 끼운 거 없는지 한 번 더 살펴보자. 콜은 제법 받으셨단다. 가격은 택시보다 20% 정도 비싼데 첫 이용은 1만 원 할인받는다. 그런데 실내가 너무나 조용함… 이 기사님은 음악도 안 트셨다… 내가 자꾸 말 시켜서 귀찮으셨을 듯.
- 결론: 잘 되겠다. 맘카페에서 소문날 듯. 차고지를 분당·판교·일산·동탄으로 확대하면 유모차 수요 흡수 가능.
- 유일한 단점: 구글 맵(이라고 쓰고 2015년 버전 SK티맵이라 읽는다. gfc 근처에 카페베네 없어진 게 백만 년 전…). 다음이야 카카오랑 통합되었고 본인들이 모빌리티 서비스하니 그렇다 쳐도 네이버 맵은 왜 쓸 수 없었을까? 네이버도 비슷한 서비스를 준비 중이어서? 궁금하네… 하긴 구글 맵이 구린 이유는 정부가 국내 서버 없는 구글에 지도를 안 주기 때문이긴 하다. 기사님 내비엔 티맵 연결되어 있다고.
그리고 그다음 날
택시 파업 다음날 개인 택시를 이용할 때 기사님과 한 대화다.
기사: 개인택시조합과 회사에서도 다 기사에게 파업 참여 독려 연락이 왔는데, 나중에는 이건 절대 강제 아니라 자발적으로 하라고 하는 문자가 또 왔어요. 재미있는 건 파업 후 티맵택시에서 기사들에게 잘해줄 테니 자기들 서비스 이용하라고 독려 문자가 왔어요.
나: 기사님, 그런데 사실 파업해서 좋다, 계속 파업하라는 식으로 싸한 반응 많아요. 택시 타기 무서워하거나 싫어하는 사람들, 특히 여성들이 많아요. 그래서 요즘 ‘타다’가 인기래요.
기사: 그게 뭐예요? 아, 렌터카 형식이구나…
나: 네. 저희 아이는 휠체어 타는데 차만 넉넉하면 저는 조금 돈 더 줘도 ‘타다’ 타겠어요. 택시엔 가스통 실려 있기도 하고 휠체어 승차 거부하시는 분도 있어요.
기사: (발끈) 아니 그게, 승차 거부가 아니에요. 휠체어가 화물로 분류되어 있어요. 인터넷 찾아보세요. 택시회사에서 교육할 때 그래요. 휠체어 타신 분들 불쌍하니까 태워주긴 해야 하지만 잘못해서 그걸 화물 수송으로 보면 벌금 나오니 그 부분은 잘 판단해라. 그러니까 택시 보고 안 태워준다고 뭐라 하지 말고 법을 바꿔야 해요.
나: 아, 그랬군요. 몰랐어요. 그 부분은 확실히 문제가 있네요. 미국에서는 짐 싣는데도 몇 개 이상이면 돈 더 받아요. 그런데 접을 수 있는 휠체어는 추가 비용 안 받아요. 휠체어는 장애인 몸의 일부지 화물이 아니니까요.
기사: 저희가 안 태워주는 게 아니라, 사실 휠체어 타신 분들 어떻게 태워야 하는지, 우리가 도와줘도 되는지 아닌지 잘 몰라서 지나치기도 하고 그러는 거예요. 섣불리 도왔다가 나중에 문제 생기면 어떡하냐는 거예요.
나: 기사님. 택시 정도 타실 수 있는 휠체어 장애인이면 보호자가 있거나, 아니면 자기가 휠체어에서 시트로 약간만 도와주면 옮겨 앉을 수 있는 분들이에요.
기사: 그렇겠네요. 보니까 예전에 어떤 분도 휠체어를 택시에 붙여주니 자기가 옮겨 앉으시더라고요.
나: 네. 장콜이 몇 시간씩 걸리는데 택시가 이렇게 접을 수 있는 휠체어를 잘 태워준다면 왜 돈도 있고 급하고 혼자 택시 탈 수 있는 휠체어 장애인이 굳이 ‘타다’ 같은 서비스를 이용하거나 우버를 도입하자고 하겠어요? 장애인이 불쌍한 사람이 아니에요. 그냥 이동 방법이 다른 거지.
기사: 그렇겠네요… ‘타다’는 뭐가 좋아요?
나: 일단 기사분이 먼저 전혀 말을 안 걸어요. 난폭운전도 없고… 서비스가 좋아요. 택시기사분이 말 걸고 정치 이야기 하고 이러는 거 싫어하는 사람들 정말 많아요. 늦은 시간 승차 거부도 없고.
기사: 그래요? 오늘 아침 어떤 남자분은 다른 택시기사와 달리 제가 말 걸어줘서 고맙다 하던데…
나: 음… 여자분들은 택시기사분이 말 거는 거 많이들 싫어하세요. 차에서 냄새 나고 난폭운전하는 것도 싫어하고요. 택시기사분들께서 자기 권리를 찾고 싶으면 시위도 괜찮은데 서비스 개선 활동 같은 거 조합에 한 번 건의를 해보세요. 택시 위생, 서비스, 교통약자 어시스트, 승차 거부 등등… 그래야 정부랑, 카풀 서비스 하려는 업체랑 제대로 맞짱 뜨실 수 있죠.
기사: 손님 말씀 들어보니 진짜 그렇겠네요. 그럴게요. 조합에 한 번 건의를 해볼게요. 조합에 너무 나이 든 사람들만 가득해서 이런 일 있을 때마다 대응 방식이라는 게 아주 고루해요. 그런 거 잘 반영할지는 사실 좀 의문이지만요. 그리고 휠체어 손님들 잘 태워드릴게요. 고속버스도 시위해서 간신히 탈 수 있게 되었다니 마음이 안 좋네요. 저도 허리협착증 심해지면 휠체어 이용하게 될지도 모르는데 남 일 같지가 않아요.
10/30 업데이트
오늘 다른 지인에게 들은 일. 한 개인택시에서 70대로 보이는 택시기사가 뒷자리에 여자 손님을 태운 채 운전하며 비닐봉지에 소변을 봤다고 한다. 이 지인은 충격에 빠져서 어찌할지 묻는데… 뭘 어떻게 하나. 당장 개인택시조합에 신고해야지!
삼진아웃제도 있으면 뭐하나, 저런 말도 안 되는 행동을 하는 사람이 택시기사라니. 저런 사람 한 명이 20만 명 택시기사 전체를 욕 먹이는 거다. 카카오택시에 저런 기사 평가하는 시스템을 만들어놓는다면 여성들이 엄청나게 많이 사용할 거다. 티맵택시도 마찬가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