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2월 공개된 이래 페이스북의 ‘좋아요’ 버튼은 2006년 공개된 뉴스피드 기능과 함께 페이스북의 성공을 이끌어온 가장 큰 요소들 중 하나이다. 단지 ’좋다’는 의미뿐만 아니라 ‘재밌어요’, ‘읽었어요’, ‘멋져요’, 심지어는 ’슬퍼요’의 의미까지 포괄하는 이 버튼을 나는 제법 좋아했었다. 굳이 과거형으로 쓴 이유는 최근 들어서 더 이상 이 버튼을 좋아하기 힘들게 됐기 때문이다.
과거엔 내가 어떤 게시물이 좋아서 그 게시물에 좋아요를 누르면, 포스팅을 한 사람에게 내가 좋아요를 눌렀다는 사실이 알려졌고 거기서 끝이었다. 하지만 최근엔 그렇지 않다. 내가 누군가의 게시물에 좋아요를 누르면, 그 사실이 포스팅을 한 사람에게 알려지고, 그 사람과 내가 함께 알고 있는 사람의 뉴스피드에도 알려진다. 내가 누군가가 올린 1년 전의 게시물에 좋아요를 누르면 그 사실이 함께 아는 친구 모두의 뉴스피드 최상단에 뜬다. ’좋아요’만 그런게 아니다. 댓글을 달아도 그렇다.
이런 자동적인 공유가 싫은 이유는 다음과 같다.
1. 다른 사람이 누른 좋아요(혹은 댓글)를 보고 싶지 않을때가 있다.
세웃동이나 피키캐스트 같은 컨텐츠 도둑놈들의 포스팅에 내 친구 중 누군가 ’좋아요’를 누르면 그게 내 뉴스피드에 뜬다. 그래서 내가 보게 되는건 전혀 원하지 않았던 맥락 없는 동영상과 최음제 광고 같은 것들이다.
2. ‘좋아요’를 누르는 걸 다른 모든 친구가 본다.
나도 친구들의 재밌는 글에 좋아요를 누르고 싶을 때가 있다. 하지만 지금의 페이스북에서 ’좋아요’는 곧 공유한다라는 말과 같다.[1] 난 페이스북을 사적인 용도와 공적인 용도 모두로 사용하고 있고, 공적인 글들은 전체공개로 포스팅하고 사적인 글들은 친구공개로 포스팅한다.
이 블로그 덕분에 날 팔로우 하는 분들이 있는데, 내가 누군가 전체공개로 올린 글에 좋아요를 누르거나 댓글을 달면 그 글이 날 팔로우 하는 사람들 뉴스피드에 뜬다. 내 친구가 전체공개로 올린 사적인 글에 내가 좋아요를 누르면 그 친구를 전혀 모르는 불특정 다수의 뉴스피드에 그 친구의 사생활이 뜬다는 말이다.
주커버그가 상상하는 이상적인 세계에서는 모두가 공개설정을 세밀하게 조절하는지 몰라도, 많은 사람들이 공개 설정을 크게 신경쓰지 않는다. 팔로워가 있든 없든 의도치 않게 타인의 사생활을 다른 이의 뉴스피드에 띄울 수 있다는 얘기다.
3. ‘좋아요’ 버튼 때문에 뉴스피드가 엉망이 된다.
뉴스피드가 흘러가는 속도는 정해져 있는데, 좋아요가 그 사이를 비집고 들어온다. 페이스북은 정책적으로 뉴스피드의 속도를 정해놓고 있고, 뉴스피드에 뜨는 컨텐츠는 알고리즘에 의해 정해진다. 트위터처럼 시간순으로 친구들의 포스팅을 모두 긁어서 한곳에 띄워주는게 아니다.
이렇게 비집고 들어온 좋아요는 적어도 페이스북의 알고리즘에 의해 내 친구가 새로 올린 포스팅보다 더 중요하다고 판단된거고, 그렇게 내 친구의 새 포스팅 대신 올라온게 (다시 한번) 최음제 광고 같은 것들이다[2].
페이스북은 ’세상을 연결한다’는 모토 아래 모든 기능들에 공유 기능을 숨겨놨다. 덕분에 온갖것들이 전부 뉴스피드에서 공유되면서, 광고와 다양한 포스팅들이 좀 더 많은 사람에게 닿을 수 있게 됐다. 하지만 그 온갖것들이 꼭 그 사람에게 닿아야 하는 것인가라는 질문을 했을때, 난 단호하게 아니라고 대답할 수 있다. 광고 따위가 모두에게 도달해서 좋은건 광고업자뿐이지 않은가?
뉴스피드 알고리즘이 더욱 정확해지면, 좋아요에 이런 공유 기능이 있어도 상관없어질까? 사회(Social)는 이상적인 사람들을 기반으로 이루어진게 아니다. 그 안에는 공개 설정을 바꾸지 못하는 친구도 있고, 플랫폼에 기생해서 컨텐츠 도둑질을 하는 어뷰저들도 있다. 그 모든걸 감안하는 뉴스피드 알고리즘을 만들 수 있을까? 설사 그런게 가능하다해도, 알고리즘이 만들어지기 전에 페이스북이 사라질 가능성이 더 높다는데 ‘좋아요’ 한번 누르겠다.
+) “페이스북 벙어리”라는 글을 함께 읽어보는걸 추천한다. 이렇게 누군가 누른 좋아요가 타인에게 어떻게 오해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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