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톡 메신저에서 자주 사용하는 기능이 ‘선물하기’ 입니다. 누군가의 생일 때, 무언가를 축하해줄 때, 직접 선물을 전달하기 힘들 때 우리는 기프티콘으로 마음을 표현합니다.
‘카카오톡 선물하기’는 카카오톡의 효자 비즈니스기도 합니다. 2010년 12월에 처음으로 선보인 카카오톡 선물하기는 2017년 기준으로 연간 기준 누적 매출 1조 원을 넘겼습니다. 2017년 한 해에만 무려 1,700만 명이 사용했습니다. 하루 20만 건의 선물이 사용자 사이에서 오가죠.
선물하기의 성장 덕분에 카카오톡 선물하기에 입점한 업체의 매출도 오릅니다. SPC는 2018년 카카오톡 선물하기에서만 월평균 260억 원(1-8월 기준)의 매출을 올렸습니다. 올해 연말까지 예상했을 때 3,000억 원을 돌파할 것으로 보입니다. 한 해의 매출 중 3,000억 원이 카카오톡 선물하기에서만 나온 것이죠. 많은 업체가 카카오톡 선물하기 플랫폼에 입점하려고 애쓰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카카오톡 선물하기는 왜 매년 성장하며, 많은 업체가 입점하려고 할까요? 카카오톡 선물하기가 잘될 수밖에 없는 이유를 제 주관적인 관점에서 한번 살펴보고자 합니다.
할인하면 오히려 구매하지 않는 시장
기프트 비즈니스의 주체는 ‘선물을 주는 사람’과 ‘선물을 받는 사람’입니다. 선물을 주는 사람은 자신의 마음을 최대한 정성스럽게 보여주고 싶어 하며 선물을 받는 분이 내가 주는 선물에 ‘만족’했으면 합니다. 그래서 카카오톡 선물하기는 선물을 주는 사람이 최대한 자신의 마음을 잘 ‘표현’하도록 했습니다.
기프티콘을 보낼 때 적절한 이모티콘과 함께 편지(메시지 카드)를 적어서 보내는 기능이 대표적입니다. 실제로 하루 선물 건수(20만 건) 중 50%(10만 건)는 메시지 카드가 함께 동봉되어 보내지는 선물이라고 합니다. 그만큼 선물에 있어서 ‘표현’이 중요하다는 것을 잘 알 수 있습니다.
그럼 이제 선물 받는 사람을 생각해볼까요? 선물을 받는 사람이 기본적으로 원하는 마음은 아이러니하게도 ‘대우’입니다. 여기서 대우는 큰 대우라기보다는 특별한 이벤트에 대한 ‘소소한 대우’입니다. 생일을 축하해주는 작은 마음, 졸업을 축하해주는 감사의 마음이 받는 사람에게도 잘 느껴지는 게 중요합니다.
소소한 대우지만 정가 선물을 받을 때와 할인 선물을 받을 때의 느낌에는 받는 사람 입장에서 미묘한 차이가 있습니다. 물론 선물하는 사람이 저렴하게 구입한 뒤 선물하는 것은 상관없지만 선물 받는 사람조차 선물을 구매한 곳이 ‘할인해서 사는 곳’이라는 것을 알면 선물의 진정성이 다소 희석되는 부분이 있죠. 5,000원 상당의 선물을 2,500원에 줬다는 것을 받는 사람이 알면 설명하기 힘든 찝찝함이 생기는 것과 같습니다.
그래서 카카오톡 선물하기는 ‘할인하면 오히려 잘 안 되는 곳’ 입니다. 큰 폭의 할인을 하는 곳으로 알려지면 선물을 주는 사람은 고민합니다. 이 기프티콘을 받는 사람이 혹시 기분 나빠 하지 않을까, 하고 말이죠. 선물을 받는 사람 역시 고민합니다. 혹시 이곳이 저렴해서 이곳에서 선물 준 것은 아닐까, 하고 말이죠.
커머스 시장에서 거의 유일하게 할인하지 않고 정가로 팔아야만 ‘제대로’ 돌아가는 비즈니스가 바로 ‘기프트 비즈니스’입니다. 선물을 받는 사람이 선물의 대가를 잘 체감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 독특한 커머스 특성을 카카오톡 선물하기가 제대로 누리기에 매년 성장 가도를 달린다고 봅니다.
제품 가격을 비교하지 않는다
쇼핑에서의 탐색 과정 중 필수는 ‘가격 비교’ 입니다. 좋은 제품 정보를 어디에선가 얻었다 할지라도 결국은 포털 등에서 최저가를 검색해본 뒤 그곳에서 구매하죠. 그래서 커머스 업체에서는 경쟁사보다 몇백 원이라도 저렴하게 팔기 위해 큰 노력을 기울입니다.
국내 기프티콘 업체도 경쟁합니다. 시장 1등인 카카오톡 선물하기에 맞서 간편결제 ‘페이코’가 선물하기를 오픈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선물하기는 ‘카카오톡’에서 하죠. 선물하는 나보다 선물 받는 분을 더 신경 써야 하는 영역이 기프트 사업이기 때문입니다. 선물 보내는 사람의 편의성보다는 선물 받는 사람이 최대한 편하게 받고, 편하게 이용하는 것이 우선이죠.
그런 점에서 메신저는 최적의 채널입니다. 우선 선물 받는 분이 카카오톡을 사용할 확률이 큽니다. ‘국민 메신저’이기 때문에 가능한 거죠. 그다음으로는 카카오톡 메시지를 받는 것과 동일한 방식으로 선물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받는 분이 어렵지 않게 선물을 수령합니다. 일반 SMS로 보냈을 때는 놓치는 기프티콘 유효기간을 주기적으로 알려주는 것도 메신저의 장점입니다.
그렇다 보니 선물 보내는 사람은 ‘선물의 가격’을 여러 업체에서 비교하지 않습니다. 다른 기프티콘 업체보다 몇백 원 비싸더라도 ‘그냥’ 카카오톡에서 보내죠. 카카오톡이 아닌 곳에서 선물을 보낸다면 선물 받는 분이 어려워할 수도 있고 선물을 하는 사람도 귀찮기 때문입니다. 몇백 원 아끼자고 선물하는 사람과 받는 사람 모두 불편한 방법을 선택하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선물에 대한 용인의 범위가 넓은 것도 이유입니다. 선물로 드리는 건데 할인이 크게 중요한 요인이 아닌 셈입니다.
제품 가격을 비교하지 않는 시장이기 때문에 1위 사업자는 계속 1위 사업자가 될 수 있습니다. 또한 가격 경쟁력을 위해 무리한 전략을 세울 필요도 없습니다. 일반적인 커머스 업체가 가격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적립금, 쿠폰 등의 제도를 무리해가면서 하는 것과 다른 양상이죠.
게다가 입점 업체에 가격을 낮춰달라고 압박하지 않아도 됩니다. 그보다는 더 많은 품목이 카카오톡 선물하기 안에 있도록 더 많은 업체가 입점하는 것이 그들의 미션입니다. 제품 가격의 비교가 적은 시장이기에 메신저 이점을 가진 카카오톡 선물하기의 성장은 앞으로도 계속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선물 타이밍을 노리다
선물은 결국 타이밍입니다. 감사의 마음을 표현할 때는 ‘제때’ 전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래야 선물하는 사람과 받는 사람 모두 만족스럽죠. 카카오톡은 그 ‘타이밍’을 잘 압니다. 선물하면 좋을 최적의 타이밍을 적절한 때 사용자에게 알려주기 위해 큰 노력을 기울이죠.
대표적인 타이밍은 바로 ‘생일’입니다. 다른 이벤트도 있지만 사실 ‘생일’만 잡아도 선물하기 사업의 매출은 올라갑니다. 다른 이벤트는 한 해에 꼭 일어나지 않더라도 생일은 한 해에 꼭 한 번 일어나는 이벤트이기 때문이죠. 즉 사용자당 1년에 최소 1번의 이벤트는 있는 셈입니다. 생일은 카카오톡 선물하기 입장에서는 놓쳐서는 안 되는 소중한 기회죠.
그래서 카카오톡은 가입할 때 본인 인증을 거치면서 취합한 사용자의 생일 정보를 활용했습니다. 각 사용자의 생일 정보를 알고 이를 활용해 나의 생일을, 나와 친구를 맺은 다른 사용자에게 보여주었습니다. 생일인 사용자의 프로필에 들어가면 프로필 사진 위로 생일 축하 장식이 자동으로 표시되도록 해서 생일임을 알게 했습니다.
2018년 5월부터는 더 적극적으로 친구의 생일을 표시했습니다. 생일인 친구를 친구 목록 가장 위에 보여주고 생일 축하 메시지를 전달하고 ‘선물하기’를 하도록 했습니다. 매일 아침 카카오톡을 들어가면 생일인 친구를 잊지 않고 축하의 메시지와 선물을 줄 수 있었죠. 모두 선물을 주는 최적의 타이밍을 잘 알려주기 위한 노력입니다.
이렇게 선물 타이밍을 제안할 수 있는 이유는 카카오톡이 국민 메신저이기 때문입니다. 지인 대부분이 카카오톡을 사용하기에 카카오톡만 봐도 친구 생일을 놓치기 힘들죠. 매일 들어가는 서비스니 생일인 친구가 계속 눈에 띄기도 하고요. 메신저 안에 들어가 있는 기능이 아니었다면 선물의 타이밍, 즉 생일을 잘 알려주기 힘들었을 것입니다. 모두 카카오톡이 ‘국민 메신저’이기에 가능한 것입니다.
마치며
현재는 대부분 카카오톡 선물하기를 통해서 ‘실물 상품’을 선물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앞으로는 실물 상품뿐 아니라 디지털 콘텐츠를 선물하는 기능이 추가될 것 같습니다. 예를 들면 카카오페이지에 있는 만화, 웹 예능, 드라마, ebook 등을 선물하는 거죠. 디지털 콘텐츠를 매우 잘 즐기는 10대, 20대 사이에서는 디지털 콘텐츠 선물이 실물 상품만큼의 효과를 지닙니다.
‘카카오톡 선물하기’는 커머스 시장에서 보기 드물게 가격 경쟁력이 필요 없고 사는 사람보다 받는 사람을 먼저 더 생각하는 비즈니스입니다. 그래서 할인보다 폭넓은 선택지가 더 중요하고, 그렇다 보니 입점 업체를 얼마나 빨리 늘리느냐에 따라 매출의 성장세도 달라질 것으로 봅니다.
디지털 콘텐츠를 선물하는 시대가 오면 더 빠른 성장을 하리라 생각합니다. 스타벅스 커피 기프티콘을 주는 것보다 친구가 좋아할 법한 영화를 선물하는 것이 더 매력적인 선물이 될 수 있는 시대가 곧 오지 않을까 싶습니다.
원문: 생각노트
참고
- 「식품업계 돌파구 된 ‘카톡 선물하기’」, MK News
- 「카카오톡 선물하기 연 누적 매출 1조원 돌파」, 이코노믹리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