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과에 도움이 안 되는 길고 잦은 회의, 몇 마디 말이면 족한데 어마어마한 시간을 들여 만든 보고서, 사장에게 바로 보고해도 되는데 팀장부터 사장까지 여러 단계에 걸친 보고 등 불필요하고 낭비적인 일이 일할 시간을 좀먹고 성과를 가로막는다. 성과는 안 나는데 직원들은 바쁘고 힘들다고 말한다. 왜 이런 일이 생길까?
축구의 페널티킥에 대한 연구에서 답을 찾아보자. 한국을 대표하는 세계적인 공격수 손흥민이 A매치 경기에서 연거푸 페널티킥을 실축했다. 올림픽이나 월드컵 경기가 아니어서 망정이지 아시안게임 금메달의 영웅이 아니라 역적이 될뻔했다. 페널티킥은 공을 넣어야 하는 키커나 공을 막아야 하는 키퍼 모두에게 엄청난 부담감을 준다.
공을 넣거나 공을 막는 것이 기업으로 치면 성과를 내는 것이다. 신기한 것은 어떻게 하면 페널티킥을 성공시키거나 막을 수 있는지 대한 명확한 통계가 있음에도 선수들은 통계와 무관하게 움직인다는 것이다. 성과가 나는 방식이 있는데 성과가 나지 않는 방식으로 대응한다.
페널티킥은 골문 중앙 11미터 지점에서 가로 7.32미터, 높이 2.44미터 17.86평방미터 안에 넣거나 막아내는 것이다. 키커가 찬 공이 골문에 도달하는데 0.4초, 키퍼가 동시에 반응하는 속도가 0.6초라 키퍼가 막는 확률보다 골이 들어가는 확률이 높다. 2014년 브라질 월드컵에서는 13개 페널티킥 중 12개가 성공했다(92.3%). VR 판독이 도입되어 페널티킥이 많았던 2018년 러시아 월드컵에서는 29개 페널티킥 중 22개가 성공했다(75.9%).
키커 입장에서 골을 넣으려면
미하일 바렐리라는 심리학자가 286개의 페널티킥을 분석한 결과 좌우 골포스트 상단 구석으로 찬 공은 100% 들어갔다. 키퍼가 막을 수 없는 곳이다. 그런데 이곳으로 공을 찬 키커는 13%에 불과했다. 가장 많은 골은 키퍼가 막기 쉬운 바닥 쪽으로 들어왔다. 왜 키커는 100% 성공할 수 있는 곳으로 차지 않은 것일까?
실축에 대한 부담감 때문이었다. “밥 먹고 공만 찬 선수가 엉뚱한 곳에 공을 찼다”는 비난을 듣느니 차라리 키퍼의 선방에 막혔다는 비난이 덜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오죽하면 2018년 러시아월드컵에서 메시도 페널티킥 실축을 했다.
키퍼 입장에서 골을 막으려면
키커가 공을 찬 방향을 3등분해 빈도를 측정했다. 좌, 우, 중간의 비율이 3분의 1씩 균등했다. 키퍼가 중앙에 가만히 서서 중앙으로 오는 공을 막아내면 선방 확률이 33%가 된다. 그런데 키퍼 중 10명 중 9명은 공을 차기도 전에 중앙을 벗어나 좌우로 다이빙을 했다.
이스라엘 심리학자가 311개의 페널티킥을 분석한 결과 무려 94%의 골키퍼가 공이 오기도 전에 오른쪽 또는 왼쪽으로 다이빙을 했다. 왜 키퍼는 3개 중 1개를 막을 수 있는 선택을 하지 않는 것일까? “왜 키퍼가 점프를 안 하지? 너무 무성의한 것 아니야?”라는 비난을 듣느니 차라리 키커가 잘 찼다는 비난이 덜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결국 성과에 대한 부담감이 있는 상태에서 비난을 받는다는 두려움이 조금 더 성과를 내는 것보다는 욕을 덜 먹겠다는 선택을 하게 만드는 결과를 보여준다. 기업에서 직원들이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개선하고 혁신하는 시도가 필요하다. 그런데 직원들은 변화보다는 기존에 하던 방식을 고수하는 경향이 있다. 이 이유 또한 실패에 비난받을 수 있다는 두려움과 연관이 깊다.
성과를 내고 싶은가? 어떻게 해야 할까? 최고의 기업 구글에서 2012년부터 2015년 여름까지 수행한 프로젝트가 있다. 아리스토텔레스가 한 말인 “전체는 부분의 합보다 크다”는 모토를 내걸고 ‘최고의 성과를 내는 팀’의 특성을 분석했다. 바로 ‘아리스토텔레스 프로젝트’(Project Aristotle).
세계 최강 조직인 구글이 발견한 최고의 성과를 내는 팀의 특성은 무엇일까? 180여 개 팀 중 최고의 팀의 특성을 분석해서 5개의 성공 요인을 밝혀냈다. 그중 가장 중요한 성공 요인은 ‘심리적 안전감’(Psychological Safety)이었다. “구성원 상호 간에 서로 상처받지 않고 자유롭게 말하고 행동할 수 있는지, 그래서 두려움 없이 기꺼이 위험을 감수할 수 있는지”였다.
경영자, 리더, 직원 모두 성과를 내는 가장 타당한 방식을 알고 있다. 바로 도전과 혁신이다. 그런데 알면서도 하지 않고 지금까지 해오던 관행을 지속하는 것은 실패했을 때 비난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다. 어떻게 하면 직원들이 비난에 대한 두려움을 없앨 수 있을까? 도전과 혁신과 같은 큰 성과를 내는 도전을 했을 때 실패를 용인하는 것, 도전과 혁신에 의한 성과에 대해 크게 칭찬하고 보상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원문: 정진호가치관경영연구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