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 글은 quantamagazine에 Veronique Greenwood가 기고한 「Theory Suggests That All Genes Affect Every Complex Trait」을 번역한 글입니다.
유전학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는 겉으로 드러나는 어떤 인간의 특정한 형질이 유전자와 구체적으로 어떤 관계를 맺느냐 하는 것입니다. 어떤 이는 붉은 머리카락을 가지고 있고, 다른 어떤 이는 금발을 가지고 있습니다. 어떤 이는 30세에 헌팅턴병으로 세상을 떠나지만, 또 어떤 이는 천수를 누려 102번째 생일 파티를 맞이합니다. 하나의 형질이 어떤 유전자에 의한 것인지를 알게 된다면, 우리는 치료법을 찾고, 위험을 예측할 수 있으며, 진화가 이루어지는 방식에 대해 더 깊이 이해를 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겸상 빈혈증이나 낭포성 섬유증은 특정한 유전자 하나의 돌연변이에 의해 일어나는 질병들입니다.
문제는 이들이 예외에 불과하다는 것입니다. 한 사람의 키나 조현병과 같은 대부분의 형질은 그 형질에 영향을 미치는 유전자의 수가 훨씬 많습니다. 사실 그 수는 너무나 많아, 지난해 발표된 한 논문은 사실상 모든 유전자가 어떤 방식으로든 그런 복잡한 형질에 영향을 미친다는 주장을 펼쳤습니다.
약 15년 전, 유전학자들은 동일한 형질을 가진 수천 명의 사람들로부터 그들의 유전자에서 공통점을 찾기 위해 유전자를 수집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는 전장 유전체 연관 분석(genome-wide association study(GWAS))라 불리는 방법입니다.
그들이 발견한 것은 첫째,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결과를 얻기 위해서는 엄청난 수의 데이터가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최근 발표된 불면증과 유전자의 관계를 본 한 연구는 100만 명 이상의 유전자 데이터를 수집했습니다. 둘째, 각 연구에서 가장 영향을 크게 미치는 유전자의 영향력은 극히 적었습니다. 이는 모든 형질은 그 형질에 조금씩 관여하는 다수의 유전자, 혹은 유전자 위치가 있다는 다유전자 가설(polygenic hypothesis)로 발전했습니다.
여기서 다수가 어느 정도 큰 수 인지는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스탠포드 대학의 유전학자 조나단 프리차드는 1999년 한 초기 유전자 지도 연구에서 자폐 증상에는 “다수의 유전자 위치(어쩌면 15 이상)”가 관여할지 모른다고 했던 결과를 기억합니다. 그는 당시 그 논문을 보고 “그렇게 많아?”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과학자들이 말하는 “다수”는 서서히 커졌습니다. 지난해 6월, 프리차드와 그의 동료인 에반 보일과 양 리는 『Cell』에 발표 즉시 논란을 일으킨, 하지만 동시에 많은 이들이 조심스럽게 동의한 한 논문을 발표했습니다. 그들은 이를 복잡한 형질의 “전유전자성(omnigenic)”이라 불렀습니다. 그들은 세 질병에 대한 GWAS 연구 결과로부터, 그 질병과 관련된 세포 형태에 15개나 100개 정도의 유전자가 아니라 사실상 거의 모든 유전자가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인다고 결론내렸습니다. 그들이 말하는 “다수”의 유전자위치에서 다수는 10만개 이상을 의미했습니다.
그들의 논문은 곧바로 뜨거운 감자가 되었습니다. ADHD를 연구하는 네덜란드 라드바우드 대학의 유전학자인 바바라 프랑크는 이 논문을 두고 다수의 토론이 이어졌다 말했습니다.
가는 학회마다 전유전자성 논문을 이야기했습니다.
「정신의학 및 뇌과학(The Journal of Psychiatry and Brain Science)지」는 이 논문에 답한 논문들만을 모아 특별판을 내었고, 어떤 이들은 이 모델의 이름에 문제를 제기했으며 다른 이는 이 논문이 그저 오래된 아이디어를 확장한 것에 불과하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1년 동안 이 논문은 GWAS 연구에서부터 개별 수용체에 대한 논문에까지 모두 200번 넘게 인용되었습니다. 이는 이 논문이 유전학 분야의 연구자들이 생각하고 있던 무언가를 제대로 끄집어냈음을 말해줍니다. 그러나 이 모델의 진정한 의미에 대해서는 과학자들 마다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무한히 많은 작은 효과들
이는 매우 단순한 관찰에서 시작된 아이디어 입니다. GWAS 연구 결과들은 특정한 형질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발견된 유전자들이 기이할 정도로 넓게 분포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프리차드와 그의 동료들은 인간의 키에 영향을 미치는 유전자를 찾고 있었습니다.
우리가 알게 된 것은 거의 모든 유전자가 키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었습니다.
만약 유전자를 길게 늘어진 장식용 전구라 생각하고, 키에 영향을 미치는 전구를 켜보면, 10만 개 이상의 전구가 빛나게 된다는 것입니다. 이는 GWAS 연구가 가장 중요한 유전자들을 골라낼 수 있게 만들 것이라는 기존의 생각과는 전혀 다른 결과입니다.
조현병, 류머티즘, 크론 병에 대한 연구에서도 예상치 못한 결과가 나왔습니다. 질병은 일반적으로 주요 생물학적 기능의 오작동으로 인해 발생합니다. 예를 들어, 어떤 질병은 면역 세포의 과도한 반응과 관계되며, 또 어떤 질병은 호르몬의 부족과 관계됩니다. 따라서 사람들은 GWAS를 통해 그러한 주요 생물학적 기능과 관련된 유전자를 발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습니다. 즉, 자가면역 질환은 면역세포와 관련된 유전자의, 조현병에는 뇌세포와 관련된 유전자의, 그리고 당뇨병에는 췌장 세포와 관련된 유전자의 문제가 발견될 것으로 기대했습니다.
하지만 GWAS 결과는 이들 질병에 전혀 다른 유전자 부위가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보였습니다. 모든 세포가 필요로 하는 기본적인 작업을 하는 유전자들이 모두 관련이 있었습니다. 프리차드와 그의 동료들은 어쩌면 이 사실이 그동안 진지하게 받아들여지지 않던 한 가지 사실을 의미한다고 생각합니다. 바로, 세포 안의 모든 것이 연결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세포 내의 기본적인 활동에 있어 발생하는 작은 문제들이 누적되어 어떤 형질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라면, 아무리 관계없어 보이는 유전자라 하더라도 일단 세포 내에 발현이 되는 모든 유전자는 그 형질에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사실 이런 생각은 일찍이 이루어졌습니다. 1918년, 집단유전학을 만든 이들 중 한 명인 R.A. Fisher의 아이디어이죠. 그는 복잡한 형질은 무수히 많은 유전자의 극히 작은 효과들이 중첩되어 만들어지는 것이라고 제안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그의 생각은 실제 생물학적 근거와는 무관한 통계학적 모델에 기반한 것이었습니다. 반면, 우리는 그 제안에 대한 실제 근거를 볼 수 있는 시점에 와 있습니다.
적절한 시기에 나온 적절한 논문입니다.
『Cell』에 이 논문이 발표될 당시 리뷰어로 이 논문을 평가했던, 뉴욕 대의 인간 유전학 및 지노믹스 연구소 소장이며 신경과학 및 생리학 교수인 아라빈다 차크라바티의 밀압니다. 그는 많은 이들이 매우 큰 수의 유전자의 영향을 받는 질병들을 여럿 보았지만, 이번 논문처럼 하나의 통일된 주제로 이를 엮어낼 생각을 하지 못했다고 말합니다. 그는 이 논문이 명백한 사실을 말할 뿐이라는 비판에 동의하지 않습니다.
이 논문은 여러 다양한 관점들을 명확하게 보여줍니다. 나도 알고 있었다는 말은 이 정도로 깊게 생각하지 못했다면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나는 누구도 이렇게 명확하게 새로운 가설로 만들어낼 정도로 깊게 생각하지 못했다고 봅니다.
프리차드와 그의 동료들은 이번 논문에서 유전학자들이 특정한 형질이나 질병의 원인을 찾을 때 세포 내의 여러 유전자의 네트워크를 고려하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이라 말했습니다. 특정한 질병에 매우 큰 영향을 미치는 핵심 유전자가 있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조금씩 영향을 미치는 보조적인 유전자들이 있을 수 있습니다. 『Cell』에 실린 그 논문은 핵심 유전자를 이해함으로써 그 질병이 어떻게 발생하는지를 알 수 있을 것이며, 보조 유전자들을 통해 왜 어떤 이는 발병에 이르고, 어떤 이는 그렇지 않은지를 알 수 있을 것이라 말합니다.
핵심 유전자의 존재?
논문이 발표된 이후 지난 1년 동안 과학자들은 유전자를 핵심 유전자와 보조 유전자로 구분하는 것이 의미가 있는지를 논의해 왔습니다. 콜롬비아 대학의 유전학자인 데이비드 골드슈타인은 모든 질병에 핵심 유전자가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또한 GWAS 연구에서 발견된 모든 유전자가 중요한 유전자는 아니라는 생각은 의미가 있다고 말합니다. 그는 GWAS 초기에는 특정한 유전자 위치와 질병의 관계가 발견될 때마다, 사람들은 이 사실을 이용해 치료 약을 만들려 했다고 말합니다.
조나단 프리차드의 논문이 사실이 아니라면 그런 논리도 가능했겠지요. 하지만 그의 논문대로, 연관성이 작은 유전자 위치는 질병과 큰 관련이 없다면, GWAS 연구를 해석하는 방법도 바뀌어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퀸즐랜드 대학의 양적 유전학자인 나오미 우레이는 GWAS 연구를 처음 시작한 과학자들 또한 다수의 연관성이 약한 유전자를 예상했다고 말하며, 이는 질병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그녀는 소수의 유전자, 혹은 심지어 단 하나의 유전자에 의해 좌우되며 다른 유전자들은 그 질병의 증상들이 어떻게 나타나는지에만 영향을 미치는 질병도 있다고 말합니다. 그녀는 유전자 하나의 문제로 발병하는 진행성 신경 장애인 헌팅턴 병을 예로 듭니다. 헌팅턴병이 언제 발병하는지는 그 특정 DNA가 얼마나 많이 반복되는지에 따라 달라집니다. 하지만 같은 수의 반복을 가진이라 하더라도, 처음 발병하는 나이는 사람에 따라 다르며, 병의 경중 또한 사람마다 다릅니다.
이 유전자 위치들은 말 그대로 보조유전자입니다. 하지만 이들이 핵심 유전자가 일으킨 문제에 신체가 실제로 어떻게 반응할지를 결정하지요.
그러나 그녀는 대부분의 복잡한 질병과 형질에 대해서는 소수의 핵심 유전자를 찾는 것이 무의미하리라 생각합니다. 이는 실제 현상은 셀 수 없이 많은 유전자 위치와 환경적 조건에 의해 결정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지난 6월 『Cell』에 발표된 논문에서 우레이와 그녀의 동료들은 핵심 유전자 아이디어는 충분한 근거가 없으며, 따라서 과학자들은 특정한 형질이나 질병에 대한 실험 데이터를 바탕으로 이를 결정해야 할 것이라 주장했습니다. (프리차드의 논문에서도 핵심 유전자와 보조 유전자의 구분이 유용할지에 대한 논의가 있으며, 어떤 질병에는 그러한 구분이 없을 수 있다는 내용이 있습니다.)
따라서 질병의 유전학에 대한 구체적인 연구는 더 많은 수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계속되어야 합니다. 하지만 지난해, 프리차드는 한 유전자 실험실에서 GWAS 연구를 위한 연구비를 요청했다가 프리차드의 논문을 근거로 거절되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합니다. 그는 이런 현상이 자신의 논문에 대한 오해 때문이라 생각합니다.
왜 GWAS가 어려운지를 설명하는 것이지, GWAS 연구가 무의미하다고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프리차드의 논문이 오래전 아이디어를 도발적으로 확장한 것이라 생각하는 프랑크는 어쨌든 그 논문에 의해 자신의 생각 역시 바뀌었다고 말합니다.
이 논문에 의해 나는 세포 내에서 어떻게 메시지가 전달되고 기능이 수행되는지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세포 내 물질의 움직임을 자세하게 관찰할수록, 우리는 동일한 단백질이 그 세포의 종류가 무엇이냐에 따라 전혀 다른 역할을 한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다른 메시지를 전달하거나, 아니면 어떤 움직임을 가로막거나 하는 방식으로 전혀 다른 형질에 영향을 주게 된다는 것입니다.
이 논문은 다양한 논의를 불러왔습니다. 바로 그게 이 논문의 목적이었던 것 같아요.
원문: 뉴스페퍼민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