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이 야구감독을 대체할 수 있을까?
데이브 로버츠 감독의 신묘한 수 덕인지 누군가가 다저스 경기를 보고 저런 질문을 해왔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불가능하다. AI가 아무리 발전하더라도 현재로선 불가능하다. 이유는 간단하다. 메이저리그 덕아웃엔 전자기기 반입이 금지되어 있기 때문이다.
얼마 전 보스턴에서 애플워치를 사인 훔치기에 이용하다가 걸린 것으로 벌금 내지 않았던가. 저건 사인을 훔쳐서 벌금을 냈던 것이 아니고, 사인을 훔치는 데 애플워치를 이용했기 때문에 벌금을 냈던 거다. 사인을 훔치는 것 자체엔 아무런 문제가 없다. 아무튼 현재까지 내가 가지고 있는 지식 안에서, 인공지능 감독은 전자기기 그 자체, 혹은 전자기기에 의지할 수밖에 없기에 인공지능이 야구감독을 대체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물론 질문자가 듣고 싶어 했던 대답은 저게 아니었을 것이다. 그래서 생각해봤다. (만약 규정상으로 그 과정에 문제가 없다면) 인공지능이 감독을 대체할 수 있을까? 여기서도 적어도 아직까진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그 이유 면에서도, 현재 AI가 사실 어느 정도까지 해낼 수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AI가 현실의 야구 감독들보다 멍청해서 그런 것은 아니다.
여러 번 말했지만 KBO 리그 대다수 감독의 작전은 그냥 안 하느니만 못하기 때문에, 아무것도 하지 않는 AI를 감독 대신 앉혀다 놔도 작전 성공과 실패로 인한 결과는 오히려 나아지면 나아졌지 부족함은 없을 것이다. 라인업 짜기? 선수들의 출루율과 장타율을 넣고 최적의 라인업을 구해주는 웹사이트를 본 것이 최소 5년은 지났다.
인공지능까지 갈 것도 없고, 상황상황으로 변하는 기대 승률과 기대 득점을 기준으로 최적의 결과만 계산해주는 계산기만 가져다 놓고 그대로 따라 하더라도 지금의 감독들보단 좀 더 나은 결과를 보여줄 것이다. 그럼에도 아직까진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야구 감독이 하는 일이 그런 것이 전부가 아니기 때문이다.
영어로 야구 감독은 매니저다. 풋볼이나 농구의 감독은 헤드코치다. 많은 사람이 생각하는 것보다 야구 감독이 펼칠 수 있는 작전의 폭은 좁다. 야구 감독이 괜히 미국의 4대 스포츠 중 가장 적은 연봉을 받는 것이 아니다. 적어도 메이저리그의 기준에서, 감독에게 요구되는 역할 중 큰 부분은 언론 상대하기, 선수들을 잘 ‘관리’하기, 프런트와 불화를 만들지 않기 등이 해당된다.
프런트와의 불화는 별걱정이 없어 보인다. AI가 아직 관리인과 싸웠다는 말은 못 들어봤으니까. 그렇지만 아직 선수들이 AI를 감독이라 생각하고 그 결정을 받아들일 것 같지는 않다. 그리고 언론을 상대할 때도, AI는 어쩌면 기자들의 질문에 가장 나은 대답을 할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언론인을 상대로 사람이 할 수 있는 것 같은 관계를 만든다거나 하진 못할 것 같다.
원문: 박성용의 페이스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