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복지와 관련되어 지금 가장 큰 문제는, 돈이 없어서 복지를 못 하는 게 아니라, 누구 말대로, 도둑이 많아 복지를 제대로 못 한다는 사실이다. 복지 재원을 너무 어설프게 쓴다는 것이다.
사립유치원에 매년 2조 원 이상의 지원금이 투입된다. 유치원 한 곳당 5억 원에 가깝다. 2013년부터 누리과정 지원 명목(유아 학비)으로 원아 한 명당 월 22만 원, 방과 후 과정 7만원이 지급되고 있다. 또 월 25만 원을 지원하던 학급운영비가 내년부터 40만 원으로 인상되고, 교원처우개선비(월 50만 원 이상)와 교재교구비(월 10만 원) 역시 별도로 주어진다.
이렇게 지원되는 돈이 어떻게 쓰이는가. 유치원 교비로 원장의 외제 승용차 유지비와 아파트 관리비, 명품가방, 심지어 성인용품점 구입비용으로 쓴 경우도 있다. 더 놀라운 사실은 이런 상황에서도 교육청이 감사도 제대로 하지 못한다. 감사를 하려고 하면 유치원 단체에서 민간영역에 국가가 과도한 간섭을 한다고 아우성친다. 국가가 수조 원을 주고서도 제대로 감독도 못 한다는 사실, 누가 믿을 수 있겠는가.
우리의 복지재정을 저런 방식에 맡길 수 없다. 국공립 유치원을 늘려야 한다. 지금 20% 수준인 것을 문재인 대통령 공약대로 임기 내로 40%로 늘리고 그 다음 정부에서 50% 혹은 60%로 늘려야 한다. 비리 유치원이 적발되면 과감하게 문을 닫는 조처를 해야 하고, 일정 기준을 만들어 운영이 어려운 유치원은 정부가 사들여 국공립유치원으로 전환해야 한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선 일자리가 문제다. 1명의 엘리트가 99명을 먹여 살리는 구조에서 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 상황에서 정부가 할 수 있는 최선은 복지제도를 제대로 갖추는 것이다. 민간에게 막대한 복지 재원을 퍼주는 방식에서 벗어나 공적 부분을 확대해 정부가 책임 있게 균질한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셀 수 없는 양질의 일자리가 생긴다.
이를 두고 철밥통을 만든다는 비난이 있지만 그것은 복지제도를 알지 못하는 사람들의 짧은 소견에 불과하다. 복지제도 선진국을 보라. 우리처럼 공적 부문이 작은 나라는 없다. 우리처럼 이렇게 무분별하게 복지 서비스를 민간에게 위탁하는 나라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