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업계에서 기본료를 3,000원에서 4,000원으로 1,000원 올린다고 하자 다양한 비판이 쏟아진다. 우버류의 유사 운송업 옹호자들도 일제히 이 행렬에 동참하는 분위기다. 밤에는 손님 가려 받고 공유경제는 결사반대하는 한국 택시가 도대체 뭘 했다고 기본료를 올리냐는 것이다.
아래 순위는 여행 정보 사이트인 프라이스 오브 트래블(Price of Travel)이 만든 세계 택시요금 비교다. 2017년 6월 기준, 세계 주요 도시의 3km 택시 비용을 달러로 환산했다. 왼쪽은 최소 금액, 오른쪽은 할증 시 요금이다. 서울 택시비는 LA의 1/5, 도쿄의 1/4, 비엔나의 1/3 수준이다. 이 사이트의 조사에서는 전체 88개 도시 중 61위를 차지했다.
- 스위스 취리히: $18.56 – $24.74
- 미국 로스앤젤레스: $12.00 – $16.00
- 프랑스 파리: $11.24 – $16.8
-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10.39 – $10.39
- 영국 런던: $10.39 – $15.58
- 독일 베를린: $10.11 – $13.48
- 일본 도쿄: $9.08 – $11.80
- 오스트리아 비엔나: $8.99 – $13.48
- 스웨덴 스톡홀름: $8.27 – $11.48
- 호주 시드니: $8.27 – $13.68
- 미국 보스턴: $8.20 – $13.00
- 한국 서울: $2.76 – $5.35
한국의 택시 요금은 비슷한 경제 수준의 다른 국가보다 현저히 낮고 공공성이 상당히 강한 편이다. 서울시의 경우 택시요금은 기업이 일방적으로 정하는 게 아니라 ‘노사민전정’ 협의체에서 결정된다. 이 협의체에는 택시업계 관계자, 시민단체 측, 교통 전문가, 서울시청 관계자, 시의회 의원 등 40여 명이 참석한다. 가격 결정에 시장원리보다 소비자 입김이 강하게 작용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한국 시민들은 정부가 야기하는 상당한 시장 왜곡의 효과 덕분에 택시를 싸게 이용하고 있다는 얘기다. 정부는 요금을 싸게 유지하는 대신 관련 시장 진입 규제와 유류 보조금 지원 등 보조책을 강하게 만들어 택시 기사들의 밥그릇을 보호한다. 한국 택시 서비스 얘기하면서 시장 운운하는 의견들이 쉽게 설득력을 잃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개인적으로 이번에 1,000원 올리더라도 택시 기본료는 인상 여력이 상당히 남은 수준이라고 생각한다. 일의 선후를 따져봐도 가격을 올려주고 그에 맞는 수준의 용역을 요구하는 게 온당하다.
시장 경쟁을 촉진하는 방법도 좋겠다. 현재 전국 택시 대수는 25만 대(개인 16만, 법인 8만 8,000) 정도로 이 중 1/3 가량이 서울에서 영업한다. 서울의 택시 운행은 전형적인 공급과잉 상태로, 시는 지난 2016년 공급과잉 택시 1만 2,000여 대를 2034년까지 감차할 계획을 결정한 바 있다. 지금 이들 사이에 가격 차별화가 벌어진다면 소비자는 지금과 비교할 수 없는 질 높은 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 될 것이다. 소비자가 서비스에 걸맞은 가격을 부담할 의향만 있다면 말이다.
이는 사실 지금도 가능하다. 밤에 택시가 안 잡히면 기본료 8,000원이 넘는 고급 콜택시를 타면 된다. 카카오 서비스로도 부를 수 있다. 물론 투덜거리면서도 그런 선택을 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왜일까. 아무튼 이렇게 하는 것에 심정적인 거부감이 있다면 한국 택시 얘기하면서 시장 논리 운운은 그만두는 게 좋다. 그게 염치와 일관성을 유지하는 길이다.
마지막으로, 미국에 가거들랑 우버 꼭 타시라. 택시 타면 저 요금에서 팁도 얹어줘야 한다.
원문: 김동환의 페이스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