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12월과 2015년 10월 아내와 함께 김동률 콘서트를 갔습니다. 이후에도 계속 언제 콘서트를 하는지 궁금해서 검색을 계속했지만 3년 동안 콘서트 소식은 들려오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10월 초 김동률이 2018년 12월 7일부터 12월 9일까지 3일 동안 콘서트를 한다는 소식을 들었고, 콘서트 예매 일자만 기다렸습니다.
드디어 티켓팅 오픈 시간인 2018. 10. 17. 20:00이 다가오고, 예매 사이트 하단에는 오픈 시간까지 카운트다운이 시작되었습니다. 10, 9, 8, 7… “예매 시작!” 0.1초 만에 클릭한 후 제가 가고자 하는 날짜인 12월 9일을 선택!
대기 번호: 4,500 / 고객님 뒤에 대기 인수: 18,500
다행히 대기 번호 숫자는 줄어들었고, 빠르게 S석의 좋은 자리를 예매할 수 있었습니다. 사법시험에 합격한 것처럼 너무나도 기분이 좋았고, 기분 좋게 맥주 한잔 하면서 아내에게 자랑했습니다. 3분 만에 전석이 매진되었다는 뉴스를 보는데, 이게 웬일입니까? 기사 아래에는 티켓 양도 광고가 계속해서 올라왔습니다.
공연을 보지도 않을 거면 왜 티켓팅을 한 것일까요? 허탈했습니다. 저처럼 공연을 반드시 갈 것을 다짐하며 티켓팅만 기다리고, 성공해서 정말 기뻐한 사람도 있는데… 이들은 뭐 하는 사람일까요? 공연을 보고자 하는 저의 입장에서는 티켓 매진 후 바로 티켓을 양도한다는 글을 올린 사람을 보니 화부터 났습니다.
이런 표현을 사용하는 것이 부적절할 수도 있으나 허탈한 느낌을 겪어본 제 입장에서는 고액의 암표 판매를 ‘생활형 적폐’라고 지칭하고 싶습니다. 사실 암표는 어제오늘의 문제가 아니지만 요즘처럼 한국 시리즈가 시작되는 시기나 주요 국제 경기, 김연아의 갈라쇼와 같은 스포츠 경기를 비롯해 김동률 콘서트, H.O.T. 콘서트와 같은 유명 공연의 암표 판매 역시 심각합니다.
특히 예전에는 경기장 근처에서 암표를 판매했지만 최근에는 암표 판매 대부분이 위 트위터 광고 글처럼 온라인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암표 판매는 더욱더 음성화되고 그 적발이 어려운 실정입니다.
온라인으로 암표 판매하는 것을 처벌할 수 없을까?
경범죄처벌법 제3조 제2항 제4호에서는 다음과 같이 규정합니다.
(암표매매) 흥행장, 경기장, 역, 나루터, 정류장, 그 밖에 정하여진 요금을 받고 입장시키거나 승차 또는 승선시키는 곳에서 웃돈을 받고 입장권·승차권 또는 승선권을 다른 사람에게 되판 사람
즉, 암표 매매는 경범죄처벌법에 따라 20만 원 이하의 벌금, 구류, 또는 과료의 형으로 처벌되는데, 위 규정처럼 “장소적 제한”이 있습니다. 즉, 경기장 근처에서 암표를 판매하는 행위만을 처벌할 수 있을 뿐, 온라인에서 암표를 판매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처벌근거가 전혀 없습니다.
형법으로도 처벌이 어렵습니다. 일반법인 형법이 적용될 수 있는지 문제가 되지만 사기죄나 업무방해죄로 처벌한 사례는 없는 것으로 보이고, 법 적용상 암표 판매를 사기죄나 업무방해죄로 구성하는 것도 어려워 보입니다(돈만 받고 입장권을 매도하지 않는 경우는 사기죄로 처벌됨). 따라서 현행법상 온라인에서 암표를 판매하는 행위는 처벌 대상이 아닙니다.
민사적으로 다툴 방법은 없을까요? 공연을 기획하는 가수나 운동 경기를 주관하는 입장에서 일부 고객이 실제로 공연이나 경기를 볼 의사가 없음에도 이를 구입한 후 전매한 행위를 ‘부당이득’ 또는 ‘불법행위’로 이론 구성해 부당이득반환청구나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지 문제 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일반 민사 거래에서는 거래의 자유가 인정되고, 거래의 동기는 고려되는 경우가 거의 없습니다. 예컨대 어떤 아파트를 거주할 의사가 없이 1억 원에 구입한 후 소유권 이전 직후 이를 2억 원에 팔았다고 해서 매수자에게 부당이득반환청구나 손해배상청구를 할 수 없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 윤리적으로 비난의 소지가 있지만 형사처벌이나 민사상 손해배상은 어렵습니다. 고액으로 재판매할 의사로 공연 티켓이나 경기장 입장권을 구입한 행위는 분명히 윤리적으로 문제가 있습니다. 그런데 현행법에 의하면 형사 처벌이나 민사상 손해배상도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결국 남는 것은 입법을 통한 해결뿐입니다.
이태규 의원 외 10인이 2018년 8월 6일 발의한 “경범죄 처벌법 일부개정법률안”의 내용을 보면 “상습적 또는 영업을 목적으로 정보통신망에서 웃돈을 받고 입장권, 승차권 또는 승선권을 다른 사람에게 되판 사람 혹은 되팔도록 중개한 자”를 처벌하도록 규정합니다.
또한 전희경 의원 외 10인이 2018년 1월 26일 발의한 “공연법 일부개정법률안”의 내용을 보면 “정보통신망에 주문 명령을 자동으로 반복 입력하는 전자정보처리 프로그램을 이용해 매입한 공연 입장권, 관람권 또는 할인권, 교환권을 자신이 매입한 가격을 넘은 금액으로 다른 사람에게 판매하여서는 아니 된다”며 이를 처벌할 수 있도록 규정합니다.
법이 개정되더라도 단속과 처벌은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
현재 여야 간 대치 정국으로 인해서 위 개정법률안이 언제 국회를 통과할지는 알 수 없습니다. 다만 위 개정안대로 법률이 개정되더라도 실제 단속을 하기는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또한 법에서 규정한 ‘상습성’ ‘영업을 목적으로’와 같은 개념 범주를 어떻게 설정해야 할지도 쉽지 않은 문제입니다.
현재 문제가 되는 행위는 단순한 변심 또는 개인 사정으로 인한 개인 간 매수 가격 그대로 티켓을 양도한 행위가 아님은 분명합니다. 다만 집단적으로 부정한 이득을 취득하기 위해서 티켓을 선매수한 후 고액으로 되파는 행위나 프로그램을 이용한 티켓 구매 행위는 엄벌해야 할 것입니다. 이와 같은 행위는 건전한 공연 문화를 해치는 ‘생활형 적폐’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원문: 법무법인 해마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