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도 연일 화제(?)가 된 판빙빙 사건은 탈세에 대한 벌금으로 1,438억 원을 납부하고 마무리되는가 싶더니 뜬금없이 자극적인 섹스 비디오 관련 기사가 뜨면서 더 활활 불타오르는 것 같다. 과정을 보아하니 대만발 황색 뉴스를 한국의 연합뉴스에서 그대로 옮겨온 뒤에 한국의 모든 미디어에서 신나게 그것을 받아 쓰고 있는 모양이다. 검색어까지 여러 개가 나온다.
사실 여부를 떠나 낯이 좀 많이 뜨겁다. 이 사건을 보면 분석하고 쓸 기사는 넘치는데 고작 확인되지 않은 섹스 비디오 관련 추정 기사로 관련 뉴스가 도배되는 것을 보니 아무리 조회 수를 통해 한 푼이라도 벌어야 하는 현 언론의 열악한 상황이라도 좀 많이 그렇다. 그래서 나라도 조금 다른 내용을 써 보려고 한다.
사건의 시작은 약 4개월 전에 썼던 내용이지만 과거의 국민 앵커 최영원(추이융위안)과 현재의 국민 영화감독 펑샤오강, 그리고 톱스타 판빙빙간의 묵은 감정 싸움에서 비롯되었다.
정확하게는 최영원이 펑샤오강 감독과 영화 〈핸드폰〉의 시나리오 작가에 대한 불만을 표출한 것인데 하필 판빙빙이 (별 생각 없이) 새로 크랭크인 되는 영화 〈핸드폰 2〉의 성공의 기원하는 사진을 웨이보에 올렸고, 그것을 자신에 대한 조롱이라고 판단한 최영원이 분노해 영화, 엔터테인먼트계에서 각종 탈세와 이중계약에 대한 것이 있다고 폭로하는 바람에 일이 매우 커진 것이다.
이후 우리가 알다시피 판빙빙은 실종(감금) 상태가 되었고, 장기간 세무당국의 조사를 받았다고 전해지며, 최근 세금과 벌금을 납부했다고 전해졌다. 그리고 뜬금없이 국경절 연휴 기간에 중국 세무당국에서는 공지를 했다. 세금에 대한 자진 신고가 주된 내용이었는데 그중 핵심적인 내용을 요약하면,
- 2016년부터 2018년 10월 10일까지 각 기업은 모든 납세 상황을 자체적으로 파악해서 12월 말까지 자진신고를 하면 회사와 직원 모두 행정 처벌에서 면하고 벌금도 면한다.
- 자진 신고한 기업들을 대상으로 2019년 1~2월 세무국에서는 보충 조사를 하고, 제대로 신고한 납세인은 법에 따라 가벼운 처벌 혹은 위법 내용이 적다면 행정처벌을 면한다.
- 2019년 3~6월 사이 중점적 조사를 진행한다. 개별적인 경고에도 수정하지 않은 기업과 직원은 엄벌한다.
판빙빙 탈세사건이 가진 모종의 정치적 배경은 뒤로하고 이 사건만 바라보면 가장 난리가 난 조직은 세무국이었다. 탈세, 그것도 거액의 탈세사건이자 유명 여배우가 연루된 문제니 당연한 일이다. 만약 당국이 알았다면 부패와 비리에 연루되는 것이고 몰랐다면 무능해지는 최악의 위기에 직면한 것이다. 당연히 세무당국은 긴장했다.
때문에 세무국에서는 판빙빙을 포함해서 모든 영화제작사, 엔터테인먼트 회사 등 관련 산업에 대한 강도 높은 세무조사를 하겠다고 밝혔다. 그리고 관행처럼 발생했던 탈세 문제 등이 있다면 그것을 철저하게 찾아내서 해결하겠다고 천명했다. 그 결과로 판빙빙은 거액의 세금과 벌금형이 내려진 것이고, 세무국에서는 상기의 조치를 발표한 것이다.
그런데 내용이 합당해 보이는가? 내가 보기에는 그렇지 않다. 당국에서는 이 문제를 이제 서둘러 마무리하고 싶어 하는 느낌이 강하다. 그리고 대중들의 지나친 관심도 여기에서 끝맺으려고 하는 의지마저 엿보인다. 조금만 생각해보면 세무당국의 이번 발표는 이상하게 보인다.
처음 사건이 터졌을 때 엄중하게 전수조사를 하겠다는 내용과 결과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이 전혀 없고, 뜬금없이 자진 신고를 하라고 하니 이 내용은 바꾸어 말하면 ‘우리는 더 이상 이 문제로 조사를 하지 않겠다’고 받아들여진다. 즉 세금을 전혀 내지 않은 기업은 ‘알아서 신고해서 문제가 되지 않는 선에서 납부하라’는 메시지로 보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2017년 흥미로운 통계(기사)가 한번 발표된 적이 있었는데 2016년 기준으로 중국에서 개인소득세를 납부하는 인구가 2,800만 명에 불과하다고 내용이다. 중국의 개인소득세는 한국 근로자들의 원천소득납부와 비슷한 개념인데 중국에서의 기준은 월 3,500위안(약 55만 원) 이하는 면세 대상이다.
중국의 인구를 대략 14억 명으로 정도로 잡으면 인구대비 대략 2% 수준, 경제 인구를 전체 인구의 절반으로 잡으면 경제활동 인구 중에서 불과 4%만 세금을 납부하는 것이다. 물론 월 3,500위안 이하의 저소득층도 여전히 매우 많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제대로 세금을 내지 않거나 혹은 (세무당국에서 절세를 암묵적으로) 묵인해 주는 경우가 더 많다고 생각하는 것이 합리적인 추론이 아닐까 싶다.
그럼에도 세무당국은 그동안 중국경제의 호황에 힘입어 충분하게 세금을 거두어 갔을 것이다. 잘 버는 기업, 혹은 그 구성원들과의 오래되면서도 충분한 꽌시(?)도 유지하고 있었을 것이다. 그런 우호적인 꽌시가 갑자기 판빙빙 사건을 통해 갑자기 본인들이 주목을 받게 되니 매우 난감했을 것이고, 고민했을 것이며, 그 결과의 출구전략을 택한 것이 이번에 발표한 공지가 아닐까 싶다.
문제를 더 키우지 않으려면 알아서 적당하게 납부해라.
물론 늘 그래왔듯이 기업들도 알아서 호응할 것이다. 내년이 되면 결과가 나오겠지만 그 무렵이 되면 이런 일이 있었는지 대중들은 또 잊을 것이다.
애초의 이 사건의 시발점이 된 최영원은 그런 세무당국을 대상으로 여전히 광역 어그로를 시전 중이다. 세무당국에서 본인을 찾아와 ‘이중 계약서를 어디에서 얻었는지 그리고 있으면 당장 내놓으라’는 압력을 받았다고 본인의 웨이보에 폭로한 것이다. 아울러 그들은 과거에 고급 술을 마시고, 고급 담배를 피우고, 현찰이 든 가방을 가진 것까지 보았다는 강력한 공격까지 해 가면서 세무당국과 공안을 긴장하게 한다.
내 추측으로는 최영원의 뒤에도 누군가 이 행동을 사주하는 뒷배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지 않고서는 중국에서 공권력을 대상으로 이렇게 대담한 발언을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런 맥락에서 판빙빙의 감금도 지금 다시 복기해보면 세간의 추측대로 ‘그녀를 학대하는 감금’이 아니라 ‘보호를 위한 감금이 아니었을까?’라는 생각도 든다. 물론 판빙빙을 보호하려는 것이 아니라 판빙빙의 뒷배를 위한 것이다. 판빙빙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예상치 못했던 다른 내용이 나와버리면 안 되니까 말이다.
벌금액수와 반성문은 이제 뒤에서 ‘협의’가 끝난 것이라 ‘조치’가 내려진 것이고, 금번 세무당국의 발표도 그런 맥락에서 보면 이해가 된다.
최근 한국에서 화제가 되는 양승태에 대한 자택 압수수색 영장이 계속 거부되는 것이나 ‘권성동, 염동렬의 강원랜드 인사청탁 혐의없음’ 결과를 보면 한국은 여전히 답답해 보이는데 이런 분야로는 역시 중국을 따라가기는 어려운 것 같다. 별로 위안이 되는 이야기는 아니다.
이 사건은 결론적으로는 화이 브라더스와 펑샤오강의 승리이고, 최영원의 패배이며, 이 와중에 판빙빙이 가장 억울하게 고초를 겪은 것 같다. 탈세를 옹호하는 것이 아니다(사실 나는 판빙빙의 재산이 모두 판빙빙의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으며 탈세도 그녀가 주도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하는 편이다). 한 인간으로서 그녀가 모진 일은 겪지 않았기를 바라며, 영화배우로 계속 활동할지 모르겠지만 이후 무탈하게 잘 살아가기를 바란다.
원문: Dooil Kim의 페이스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