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백종원 “자영업 포화… 죄송하지만 도태될 분은 돼야”」, 중앙일보
누군가는 해야 할 말이긴 했다. 시장 진입자들의 준비가 부족하단 현실은 너무나 투명할 정도로 잘 드러난다. ‘같이 살아야죠’라는 말은 참 좋다. 그런데 소비자 입장에선 ‘왜?’라는 반문이 나온다. 가격 경쟁력이 있는 것도 아니고 품질 경쟁력이 있는 것도 아니면 소비자로선 정말로 ‘왜?’라는 질문이 나올 수밖에 없다.
물론 소비자라고 절대적인 답은 아니고 단기적으로는 실수나 제한적 합리로 인한 문제를 보이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봤을 때 득이 크다면 단기적인 문제를 감안하고서라도 살리는 게 좋다고 본다. 그런데 적어도 내 눈엔 ‘골목상권 살리기’에 대한 장기적인 이득이 없어 보이거나 있다고 해도 그 비용을 감내할 수준은 안 돼 보인다.
골목상권 살리기란 주제로 질문을 받을 때마다 난감한 게 이거다.
과연 살아날까요? 변화한 환경은 골목상권의 쇠퇴로 향하는데요? 과거 같은 좋은 시절은 올 수 없다면, 차라리 대비하는 게 나을 거 같은데요.
좋아할 만한 답은 아니다. 많은 사람이 문제 삼는 임대료의 상승도 따지고 보면 구조적 감소를 거부하고 억지로 살리는 것 때문에 유지 가능한 것이기도 하다. 그 자리에서 누가 빠져도 들어올 사람이 있고 때론 더 돈을 내겠단 사람이 있으니 올릴 수 있는 것이다.
대세적 흐름이 구조적 감소로 흐른다면 협상력의 우위는 임차인에게 올 수밖에 없다. 실제로 임대인-임차인 관계를 지주-농노 관계에 비유하기도 하는데 역사적으로 농노가 지주보다 우위를 차지한 시점이 질병 등으로 농노가 크게 감소한 시점이란 것은 시사점이 크다. 그런 측면에서 보자면 경쟁력 없는 곳을 억지로 살리는 것은 오히려 살 수 있는 사람들과 소비자에게 실이 될 뿐이다.
덧붙임이지만 본문만큼 긴 다른 얘기
내 타임라인에서 백종원 씨 싫어하는 분들도 꽤 있는 거로 안다. 주로 획일화에 대한 비판이고, 방송에 나와서 강력한 신뢰를 구축하고 그 본인이 브랜드가 되는 분이기 때문에 공정한 경쟁이 아니란 비판도 있다. 둘 다 어느 정도 타당하다 본다. 물론 후자의 경우, 역시 사업자들이 각자 영향력을 가진 인플루언서화 되어간다는 거 감안하면 옳은 비판인진 잘 모르겠다.
다양성 측면에서도 그렇다. 사람들은 선택지가 하나인 것보다는 여러 개인 걸 좋아하지만 이것도 어느 정도일 때의 얘기다. 선택지가 너무 많으면 인간은 선택하길 포기한다. 그런 점에서 나는 너무 많은 다양성은 오히려 다양성을 파괴한다는 생각이다. 다양성은 획일화가 지배적인 상황에서 그 가치가 더욱 빛난다.
백종원 프랜차이즈에 대한 비판은 일반 프랜차이즈 비판과 크게 다를 바 없다고 보기에 내 시각으론 사실 고개를 갸웃거리게 된다. 그 가격대에 먹을만하다면 시장은 열린다. 백종원 씨의 가게들은 저가에서 이걸 가장 잘하는 가게다. 소비자 입장에선 거부할 이유가 없다.
비판하고자 한다면 프랜차이즈 운영일 것이다. 백종원 씨 가게들의 특징은 단일 브랜드로 신상품을 계속 개발하여 수명을 늘려가는 것이 아닌 새로운 브랜드를 내놓는 방식이다. 이 방식은 분명 프랜차이즈의 수명이 길지 않다. 물론 본인의 인터뷰에 따르면 점포 허가를 매우 신중하게 내준다고 하니 쉽게 망하진 않겠지만 이에 어떠한 지원이 뒤따르는지는 의문점이다.
원문: 김영준의 페이스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