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스포츠, 그러니까 컴퓨터 게임은 스포츠일까요? 일단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 판단은 ‘그렇다’입니다. e스포츠는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아경기(아시안게임)를 통해 시범경기 자격으로 국제 종합 스포츠 대회 데뷔전을 치렀습니다. 아시아경기는 올림픽 다음으로 규모가 큰 종합 스포츠 대회입니다.
4년 뒤 열리는 항저우 아시아경기 때는 e스포츠가 아예 정식종목이 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입니다. OCA는 “젊은 세대에서 새로운 스포츠 형태가 급속히 발전해 인기를 끌고 있는 현실을 반영한 결정”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가능성이 높다’고 쓴 건 OCA에서 최근 ‘아직 결정된 바가 없다’고 밝혔기 때문입니다)
전 세계 스포츠 산업 경영진 생각은 다릅니다. 컨설팅 업체 PwC에서 400명이 넘는 스포츠 산업 전문가에게 “e스포츠는 올림픽 종목이 될 수 있나?”라고 물은 결과 57%가 반대 의견을 피력했다고 25일 AP 통신 등 외신이 보도했습니다. 이 가운데 29%는 ‘e스포츠는 올림픽과 독립적인 형태로 발전하면 된다’고 답했고, 28%는 ‘e스포츠는 스포츠로서 자격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고 응답했습니다. 그 외에도 다음과 같은 의견이 있었습니다.
-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대표 단체를 세우는 게 먼저 26.7%
- 가능한 한 빨리 올림픽 종목이 되어야 한다 10.4%
- 잘 모르겠다 5.9%
PwC에서 제시한 보기 4개가 사실 e스포츠를 보는 가장 일반적인 관점을 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어떤 스포츠가 올림픽 종목으로 인정받으려면 국제경기연맹총연합회(GAISF)와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승인을 거쳐야 합니다.
e스포츠도 국제축구연맹(FIFA) 같은 단체를 만들면 GAISF에 가입은 할 수 있겠지만, IOC라는 벽을 넘기는 쉽지 않아 보이는 게 사실.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이 기회가 있을 때마다 “e스포츠는 폭력적이기 때문에 올림픽 가치와 맞지 않는다”고 주장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 이유로 패럴림픽을 개최하는 국제패럴림픽위원회(IPC)처럼 e스포츠 올림픽을 따로 여는 단체를 만들자고 주장하는 이들도 있습니다. ‘e스포츠는 올림픽과 독립적인 형태로 발전하면 된다’는 응답자가 바로 이 주장을 지지하는 사람들입니다. 이렇게 생각하는 이들 중에는 IPC가 IOC와 제휴해 올림픽과 나란히 패럴림픽을 개최하는 것처럼 올림픽이 끝난 뒤 같은 장소에서 e스포츠 대회를 열어도 된다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e스포츠는 스포츠로서 자격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있습니다. 「카드 게임 ‘브리지’는 스포츠일까?」 포스트에 쓴 것처럼 ‘스포츠란 무엇인가?’는 얼핏 생각하는 것만큼 쉬운 문제는 아닙니다. IOC는 이미 체스를 스포츠라고 인정했지만 유럽사법재판소는 브리지는 스포츠가 아니라고 판결했습니다.
저는 e스포츠가 스포츠라고 생각합니다. e스포츠 진행 방식 자체가 다른 스포츠하고 똑같지 않은가요? ‘선수’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이 나와서 규칙에 따라 승부를 가르고, 팬은 그 장면을 지켜보면서 (편을 나눠) 응원합니다. 팀을 꾸려 단체전 경기도 치를 수 있습니다.
바흐 위원장은 게임이 폭력적이라고 하지만, 게임 안에서 누군가 죽거나 다친다고 실제로 그런 것도 아닙니다. 폭력적인 게임이 폭력적인 행동을 부른다는 건 미신에 가깝습니다. 미연시(미소녀 연애 시뮬레이션) 게임 잘한다고 현실에서 연애 잘하는 거 아니잖아요?
또 개인적으로는 패럴림픽을 왜 따로 치르는지 이해가 가지 않을 때도 많습니다. (물론 한꺼번에 많은 인원이 몰려서 생기는 물리적인 이유는 이해합니다) 그게 오히려 차별이라고 생각합니다. 당연히 e스포츠가 별도로 올림픽 비슷한 행사를 열어야 할 이유도 명분도 별로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이유로 ASAP는 아니라고 해도 언젠가 e스포츠가 올림픽 정식종목에 들어갈 것이라고 믿습니다. 갈수록 젊은이들이 올림픽에 대한 관심을 잃고 있는 상황에서 e스포츠는 언제까지 ‘받지 않겠다’고 버티기에는 너무 섹시한 카드이기도 하고 말입니다. 전 세계에서 제일 유명한 스포츠 채널 ESPN에서 괜히 e스포츠 섹션을 따로 만든 게 아닐 겁니다.
그러니 사실 이 포스트 제목을 ‘언제 e스포츠를 올림픽에서 볼 수 있을까?’라고 바꾸는 게 나았을지 모릅니다. 정답은 ‘머지않은 미래에’가 되리라고 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