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용적성장-소득주도성장 논란 중에서 제일 말도 많고 탈도 많은 것은 최저임금 인상이다. 내 의견은 최저임금을 지금보단 좀 더 느린 속도로 인상했으면 하는 것으로, 급격한 인상에는 반대한다. 최저임금 역시 몇십 년간 학자들이 대립하고 있는 중요한 문제여서 하나하나 말하려면 오래 걸린다. 이 글에서는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을 주장하는 사람들의 논리의 중요한 문제점을 지적하고, 근로장려금이 그런 문제점을 해결해 주는 아주 좋은 정책임을 말하려고 한다.
1. 최저임금 인상은 고소득자의 소득을 줄여 저소득자에게 분배해 준다?
불확실하다. 자세한 부분은 실증분석을 봐야 알겠지만, 일단 소규모 자영업의 경우 자영업을 운영하는 사람의 소득이 얼마 되지 않는다. 최저임금 인상은 그런 사람들의 소득을 줄이는 결과로 나타날 가능성도 높다. 을과 을의 전쟁이라는 이야기가 그래서 나온다.
2. 최저임금 인상은 전체 노동자들의 이익을 위한 것이다?
그래서는 안 된다. 최저임금 인상의 목표는 저임금 노동자들의 소득을 높여 주기 위해서지 이미 높은 임금을 받는 사람들에게 돈을 더 주기 위한 것이 아니다. 문제는 상당수 기업과 공무원의 경우 호봉제가 적용되어 최저임금을 받는 하위직의 연봉을 올리면 고소득자의 연봉도 높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 노동소득분배율만 강조하는 일부 사람들은 마치 전체 근로자의 소득이 늘어나는 것이 대단한 정의인 것처럼 말하지만, 나는 틀렸다고 생각한다.
3. 최저임금은 최저생계비를 보장해야 한다?
아니다. 정부의 복지 혜택과 수당을 통해 최저생계비를 줄이는 방법이 있으며, 최저임금은 그 부족분만 채워주면 된다. 여기에 추가로 한국에는 일주일 계속 일하는 사람에게 주휴수당이라는 유급휴가 보장금액을 주게 되어 있으므로 최저임금 인상은 알바, 파트 타임 노동자들에겐 불리하고 정규고용된 사람들에게 더 유리하다
4. 모두가 인간다운 삶을 누리기 위한 최소한이 최저임금이다?
아니다. 최저임금은 노동자들에게만 혜택을 줄 뿐 노동을 하고 싶어도 구하지 못한 실업자, 노동을 할 수 없는 고령자와 장애인에게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즉 최저임금 인상을 주장하려면, 위에서 말한 논리는 쓰면 안 된다. 최저임금 인상은 (모두가 아닌) 저소득 노동자들에게 (생계비 보장이 아닌) 임금소득을 높여 주기 위한 방법이다. 따라서 맹점이 상당히 많다. 그리고 이 맹점을 완벽에 가깝게 보완해 주는 것이 ‘근로장려금’이다.
근로장려금은 ‘노동을 하는 저소득층’에게 정부가 추가로 돈을 지원해 주는 것이다. 이 제도의 장점은, 1) 정부가 직접 돈을 주기 때문에 소규모 자영업의 경우 최저임금 인상으로 일어나는 을들의 전쟁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 2) 홑벌이 기준 연봉 3천만 원이 넘으면 받지 못하므로 중임금 고임금 노동자들이 곁다리로 임금 혜택을 받지 못한다. 3) 홑벌이 기준 연 700~1400만 원 수입을 올리는 사람들이 제일 많은 혜택을 받으므로, 일용직-임시직-파트타임 노동자들에게 더 큰 혜택을 준다.
또한 이론적으로는 일을 할 때 돈을 더 주는 것이기 때문에, 직접적으로는 정규직을 알아보기 위해 구직 중인 실업자들에게 일단 임시-일용직이라도 일을 하게 하는 효과가 있고, 구직하지 않는 사람들이 더 적극적으로 구직에 나서게 만드는 효과가 있다. 요즘 한참 논란인 고용률도 늘려 줄 수 있는 셈.
지난 7월에 정부가 근로장려금 개편안을 발표했다. 근로장려금의 지급액과 소득요건 상한선이 모두 크게 늘어났다. 그 결과, 예전에는 정규직 최저임금을 받지 못하는 일용직 임시직 수준의 수입을 올리는 사람에게 혜택이 집중되어 있었다면, 이제는 정규직 최저임금에 걸쳐 있는 사람들도 상당한 혜택을 받게 되었다.
홑벌이 기준으로 1,000만 원 소득자의 장려금은 기존 200만 원에서 260만 원으로 늘어났다. 정규직 최저임금 연봉 근처인 2000만 원 소득자의 장려금은 기존 22만 원에서 163만 원으로 늘어난다. 원래 제도는 파트타임 노동자 중심이었다면 이번 개선안은 풀타임 노동자들의 혜택 폭을 크게 늘렸고, 최저임금 1만 원만 주장하는 인상론자들의 불만을 잠재울 수 있는 카드로서도 훌륭하다.
근로장려금의 제일 현실적인 단점은 최저임금은 바로바로 인상분을 받을 수 있지만, 근로장려금은 1년 치를 한 번에 다음 년도에 받는다는 점이다. 그래서 이번 개편안에서는, 과거에 1년분을 다음 년도 9월에 받던 것을, 6개월마다 받는 것으로 조정했다. 8월 말에 상반기 소득에 기초해 신청하면 12월에 받고, 하반기 소득은 다음 해 2월 말에 신청해 6월에 받으며, 그것을 9월에 환산하게 된다.
여러 번 신청해야 하지만 대신 받는 날짜가 훨씬 더 빨라졌다. 특히 내년의 경우는 첫 시행이기 때문에 2018년 근로분에 대한 것을 내년 9월, 2019년 상반기에 대한 것을 내년 12월에 받으므로 정부지출이 상당히 커졌다. 이 부분은 2019년 예산안에 반영되었다.
그 외에 근로장려금의 단점은, 일단 정부 예산이 상당히 든다는 점이다. 하지만 저소득 고용주들에게 비용을 강제하는 최저임금 인상의 단점을 커버하려면 어쩔 수 없는 부분이다. 그리고 역시나 노동을 하지 않는 장애인 고령자들에겐 혜택이 가지 않으므로 이 부분은 별도의 지원 정책을 써야 한다.
과거에는 30세 미만의 단독 가구는 해당이 없었으나 내년 12월부터는 근로장려금을 받을 수 있게 되었고, 재산요건이 완화되어 1.4억 미만 보유 가구는 100%, 1.4억~2억 보유 가구는 50%만 받는 것으로 확장되었다. 홑벌이 가구에 비해 맞벌이 가구에 대한 지원이 부족한 것으로 느껴지기도 하지만, 이는 자녀수당을 확장하는 방법으로 추가 보완되기를 기대한다.
최종적으로 필요한 것은 정부의 적극적인 홍보다. 이번 개편안에 의해 단독가구는 연 소득 2000만 원, 홑벌이는 연 소득 3000만 원, 맞벌이는 연 소득 3600만 원 이내의 경우 재산이 2억만 안 되면 최소한 소액이라도 무조건 근로장려금을 받을 수 있게 되었다. 내년 8월 말부터 시행된다. 그러나 어느 나라나, 저소득층의 경우 정부 정책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해서 지원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모두가 신청 가능하도록 정부는 적극적으로 사람들에게 알려야 한다. 또한 근로장려금이 최저임금 인상보다 유리한 점이 많으므로 최저임금 인상에 목매지 말고 근로장려금으로 정부 정책에 대한 논쟁의 마당을 옮겨와야 한다. 최종적으로는 국회 통과를 넘어야 하겠지만, 근로장려금에 대해서 야당이 반발할 근거는 상당히 궁색하다. 잘 마련된 개편안을 정부-청와대-여당이 힘을 합쳐 최대한 활용하길 기대해 본다.
원문: Econ PhD 세상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