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5도. 체온이 여기서 벗어나면 문제가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36.8도인데 응급실로 달려갈 바보는 없다. 기다린다. 37.3도 해열제를 먹고 병원행을 심각하게 고민한다. 38.2도 가까운 내과라도 가야 한다. 아이 부모라면 당장 응급실행. 물론 대부분 해열제 먹고 낫기도 한다. 그러나 독감이거나 폐렴으로 악화하기도 하므로 과잉대응이 필요하기도 하다.
- 「Monetary Policy in a Changing Economy」, The Fed
- 「코스피, 파월의 ‘비둘기’에도 2300 문턱서 횡보」, 조선비즈
제롬 파월(Jerome Powell)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에 의하면 거시경제는 눈으로 볼 수 없는 지표를 중심으로 변동한다고 한다. 자연 실업률(u), 중립적 실질금리(r). 그리고 덧붙이면 중앙은행의 물가목표(p). 여기에 하나 더한다면 잠재성장률(g). 36.5도라는 기준은 인간이라면 모든 시공간에서 동일하다. 그러나 저 지표들은 시대마다 다르고 측정방법에 따라 다르다.
1970년대 그레이트 인플레이션(Great Inflation)의 시대는 자연 실업률이 높았으나 그걸 알아채지 못해 인플레이션으로 번졌다. 1990년대 그레이트 모더레이션(Great Moderation)의 시대에는 자연 실업률이 낮았고 그걸 그린스펀이 잘 포착한 덕분에 금리를 올리지 않아 성장세를 이어갔다(고 주장한다. 사실 너무나 나이브한 진술이다. 저기에는 재정도 없고 전쟁도 없고 국제금융시장도 없다. 아무튼 넘어가자).
현재 미국의 실업률은 3.9%, 물가상승률은 2% 언저리, 성장률은 연간 3%쯤. 물가상승률만 빼면 과열에 가깝다. 그러나 파월은 과열의 기준이 무엇인가 묻는다. 즉 기준이 불확실하다면? 연준의 기본적인 접근은 ‘불확실성이 크다면 기다리는 것(Wait and See)’이다. 연준 전 부의장인 앨런 블라인더(Alan Blinder)도 비슷한 이야기를 했다.
그러나 파월은 불확실성이 큰 상황에서 가만히 있는 것도 좋은 전략만은 아니라고 본다(사실 그의 생각이 뭔지는 모르겠다. 그냥 어찌 보면 일반적인 진술에 가깝다). 그리고 인플레이션이 낮은 이유는 물가기대가 목표에 잘 안착(anchored)했고, 필립스 커브가 누웠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 결과 불균형 혹은 과열은 물가가 아니라 금융시장, 즉 자산시장에서 나올 수 있다고 한다.
그래서 결론은? 잘 모르겠다. 다양한 데이터를 보고 결정하는 게 맞다. 이걸 누가 모르겠나? 현재로서는 물가상승률이 높아지는 징조는 안 보이고 과열의 징후도 보이지 않는다. 즉 경제는 좋으면 지금처럼 좋아지면 점차 금리를 올리는 게 적절하다(appropriate). 그리고 새로운 데이터 열심히 보고 잘하겠다고 한다.
나의 결론. 파월은 1년에 4번이 점진적(gradual)이라고 주장한다. 이렇게 간다면 내년 4번도 뭐 가능하지 않을까. 내 계산(혹은 감)에 따르면 미국의 중립금리가 3% 언저리인데 이럴 경우 내년 말에 중립, 과열되지 않는다면 그 정도가 맥시멈이다. 그리고 물가가 중요하나 물가만이 중요한 것은 아니고 자산시장을 들여다보아야 한다. 대체 자연 실업률은 얼마야?
덧
미국의 GDP 재정적자와 경상수지 적자가 5%를 훌쩍 넘었는데 결국 이게 문제가 되지 않을까. 근데 한국은 재정수지가 플러스(통합기준)에 경상수지는 엄청난 흑자. 미국처럼만 한다면 성장률은 당장 4% 넘고 실업자도 사라질 텐데. 그놈의 1997년 트라우마, 일본화 트라우마, 부동산 망국론 트라우마… 식자우환, 관료들은 다들 기나라 피를 이어받은 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