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늦게 공급 확대 이야기가 나오지만 서울 시내, 그것도 핵심지역의 공급을 확대하는 조치가 없이는 곤란하다. 이러면 나오는 이야기가 “땅이 없다”다. 그런데 이 이야기는 잘못된 이야기다. 땅이 없는 게 아니라 “땅 위에 제대로 건물을 지을 수 없도록 한 제도를 바꿔야 한다”가 정답이다.
서울 강남의 좀 높은 빌딩(대략 30층 이상)에 올라가서 한번 주위를 훑어보면 2가지 사실을 발견할 수 있다.
- 첫째, 의외로 강남권에 아파트가 없다. 꽤나 넓은 면적이 아파트가 아닌 다세대주택으로 깔려있다.
- 둘째, 30층만 올라와도 시야가 확 트인다. 과도한 규제로 인해 가장 집약적으로, 효율적으로 사용해야 할 토지를 제대로 활용하고 있지 못하다. 그러면서 정작 경기도 외곽에는 45층 내외의 아파트가 퍽퍽 들어서고 있다.
근본적인 대책을 논의해야 할 때가 되었다.
- 첫째, 300% 용적률의 덫에서 빠져나와야 한다. 왜 300%인지에 대해서는 솔직히 과학적 근거가 없다. 과거에 400%로 해보니 문제가 생겨서 낮춘 것이다. 그러나 그때보다 훨씬 기반시설도, 단지설계기술도 늘었다. 믿고 기회를 줘야 한다.
- 둘째, 아파트만 깔려있으면 단조롭다는 도그마에서 벗어나야 한다. 아파트만 지천으로 깔린 분당과 평촌이 단조롭고 삭막한지 보라. 오히려 건폐율 60%짜리 다세대와 근린상업시설이 깔린 강남의 뒷골목들이 훨씬 단조롭다.
- 셋째, 층수(높이)와 용적률 동시 규제는 당장 철폐해야 한다. 둘 중에 하나만 있어도 충분하다.
- 넷째, 종로(3가에서 5가까지)를 업무시설이 아닌 주택으로 재개발하는 방안을 고려해봐야 한다. 공실에 허덕이는 오피스로 도심을 재개발하는 것은 현실성이 없을 뿐 아니라 그렇게 조성해봐야 사람들이 거주하지 않는 반쪽자리 공간이 된다. 도심 접근성 킹갓제너럴 지역에 주거지역이 들어서면 안 되는 이유가 있을까?
주택과 관련한 세금과 관련 제도도 과감히 바닥부터 뜯어고쳐야 한다. 1가구·2가구·다가구 가릴 것 없이 1인당 부동산 양도차액 상한(10년, 대략 3억 원, 부부합산 6억 원)을 설정해야 한다. 이것이 넘어가면 70% 세율로 양도세를 징수하면 된다. 대신 거래세(취득세)는 대폭 낮춰야 한다. 현재보다 50%, 아니 70%씩 낮춰야 한다.
거래세 인하로 부족해진 재원은 재산세 상향으로 메우면 된다. 고가주택, 급등주택에 과도한 혜택을 주는 공정가액산정방식 대신 시가의 0.7%를 징수해야 한다. 대신 재산세로 납부한 금액에 대해서는 소득공제에 반영하는 방식으로 실제 부담을 경감시켜줘야 한다.
생애 1회에 한해서 중간값 근처 주택 구매 시 LTV 80% 이상을 인정해주어야 한다(DTI 규정은 소폭 조정). 아파트 건설보증에 관한 사항을 현재의 독점형태를 타파하고 자유경쟁에 맡겨야 한다.
앞서 한 이야기에 대해 대부분 ‘지나친 공상이로구만’, ‘말도 안 되는 소리’이렇게 생각할 것이다. 그렇지만 언제나 도시와 주거의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은 파격과 상식의 파괴였다. 아파트라는 낯선 양식을 과감히 들여오고 그것을 단지화 시킴으로써 새로운 주거양식을 만들어 토지이용 효율을 높이고 주택을 대량으로 공급할 수 있었다.
주택가격 폭등이라는 상황에서 200만 호 건설이라는 물량을 퍼부어 거의 15년 동안 주택시장을 조용히, 아니 그로기 상태로 몰아넣기도 했다. 언제나 기존의 수단, 대책, 정책만 반복해서는 내성만 키우지 사람들에게 근본적인 변화라는 신호를 주지 못한다.
활력이 없어진다, 변화가 필요하다. 진영과 상관없이 누구도 ‘이대로!’를 외치는 사람은 없다. 저렇게 한다고 대한민국이 망할 리는 없다. 혼란과 갈등이 생길 수는 있을 것이고, 가보지 않은 길을 가는 데 대한 두려움이 팽배할 것이다.
그러나 어차피 이대로 있으면 문제는 문제대로 해결도 못 하고, 다들 서로를 원망하면서 가라앉을 것이 뻔하다. 그러면 뭐라도 해봐야 하지 않겠는가? 혁명수준의 변화가 진정한 탈 박정희, 탈 김대중일 것이다. 기존 고정관념의 타파가 한번 이루어지고 나면 사회는 다시 변화의 흐름을 탈 수 있다.
원문: 최준영의 페이스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