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ㅍㅍㅅㅅ 이승환 대표가 부동산 분야의 재야고수 19인을 섭외해 ㅍㅍㅅㅅ아카데미라는 행사를 했다. 부동산 관련 투자 전문가, 리모델링 전문가, 상권분석 전문가, 거시경제 전문가 등이 참여했다. 부동산 관련 ‘에이스들’을 한자리에 모은 것이다. 나는 부동산 정책을 공부하기 위해 참석했다. 참으로 유익한 시간이었다.
정보화 사회가 될수록, 정보가 많아질수록 정보 비대칭성은 오히려 더 커진다. 가짜 전문가와 진짜 전문가를 구별하기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ㅍㅍㅅㅅ아카데미에 참여한 분들은 ‘진짜 전문가’다. 참여한 강사는 대부분 저서가 있었다. 몇 권을 구입했다. 매우 재미있게 봤기에 메모/정리 차원에서 쓴다.
그중에서 이번 글은 SK증권 이코노미스트 김효진이 쓴 『나는 부동산 싸게 사기로 했다』(카멜북스)다. 추천할만한 좋은 책이다. 영업용 제목과 달리 실제 내용은 ‘이코노미스트가 쓴, 데이터로 말하는 부동산 시장 전망’에 관한 책이다. 주요 내용은 아래와 같다.
- 거품론 및 인구절벽론에 기반한 부동산 폭락론에 대한, 팩트에 근거한 반박
- 부동산의 5가지 특징
- 부동산 가격의 단기적 결정 요인(한국 부동산의 경우)
- 부동산 가격의 장기적 결정 요인(글로벌 사례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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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폭락론은 한마디로 개뻥이다’라고 정리할 수 있다. 부동산 폭락론을 가지고 책 장사를 한 사람들이 어떤 논거를 제시했는지 궁금해질 정도다. 김효진은 부동산 폭락론을 조목조목 반박한다. 우선 부동산 폭락론의 논거를 추려보면 3가지다.
- 첫째, 일본과 미국의 부동산도 폭락했으니 한국도 폭락할 것이다. [일본처럼 폭락론]
- 둘째, 한국 부동산은 엄청난 버블이기에 결국 폭락할 것이다. [버블 근거 폭락론]
- 셋째, 고령화로 인해 생산가능인구가 줄어서 폭락하게 될 것이다. [고령화 근거 폭락론]
첫째, ‘일본처럼 폭락론’에 대한 반박은 일본-미국의 부동산 폭락은 오히려 예외적인 사례에 속한다는 것이다. 주식은 심하게 등락을 거듭하지만 부동산의 명목가격이 폭락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버블의 개념적 기준은 물가를 지나치게 상회하는 것으로 볼 수 있는데 미국과 일본의 경우에는 물가와 소득과 비교할 때 실제로 버블이 있었다. 그러나 일본과 미국의 사례는 오히려 ‘매우 예외적인 경우’에 해당한다.
둘째, ‘버블 근거 폭락론’에 대한 반박은 한국은 버블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한국은 일본-미국과 어떻게 다른지를 보여준다. 한국 부동산은 물가–소득과 비교할 때 버블이 아니다. 소득증가에 비해 부동산 가격상승은 오히려 하회했다.
심지어 한국의 부동산 가격 상승은 세계적으로 가장 적은 축에 속한다. 홍콩-러시아-영국은 10배 이상 상승했고, EU-노르웨이-네덜란드는 5배 이상 상승했다. 반면, 호주-스위스-한국은 2배~3배 미만 상승에 불과했다.
셋째, ‘고령화 근거 폭락론’에 대한 반박은 일본 사례가 오히려 예외적이라는 것이다. 1인당 국민소득 1만 달러를 기준으로 일본(1983년)과 한국(1994년)의 부동산 가격을 비교하면 일본은 한국의 5배 수준이다. 일본이야말로 다른 나라와 구분되는 독보적인 수준의 버블 국가였다.
그러나 고령화+생산가능인구가 줄어들었던 유럽의 다른 나라들은 상황이 달랐다. 프랑스, 영국, 독일, 이탈리아의 사례가 제시된다. 고령화, 생산가능인구 축소에도 부동산 가격은 계속 올라간다.
부동산 폭락론은 이래저래 근거가 희박하다. 그리고 부동산 폭락론이 윤리적으로나 경제적으로나 좋은 것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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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진 이코노미스트가 언급한 ‘부동산 시장의 5가지 특징’은 매우 흥미로웠다.
- 부동산 시장은 누구나, 반드시, 적어도 하나는 거래한다.
- 폐쇄적(Closed) 시장이다.
- 경기에 아주 좋은 선행지표이다.
- 오른다 오른다 하면 진짜 오른다. (자기실현적 예언)
- 비슷한 환경이지만, 다른 결과를 보이는 사례가 매우 많다.
이 중에서 특히 인상적인 것은 특징1)과 특징3)이었다. 김효진 이코노미스트는 2001년 미국의 IT버블 붕괴와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를 비교한다. 버블이 붕괴했던 두 사건은 주가 하락의 기간 및 폭이 비슷했다.
그런데 실업률은 달랐다. IT버블붕괴의 실업률 증가는 4.1%에서 5.3%로 +1.2%가 올랐다. 그런데,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때 실업률 증가는 5.0%에서 10%로 훌쩍 뛴다. 2배 가까운 +5.0% 증가했다. 그 이유는 주식은 소수가 참여하는 버블 붕괴였지만, 부동산은 대다수가 참여하는 버블 붕괴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충격이 더 크고, 더 전면적이다.
흔히 한국 정치에서 가장 중요한 의제로 ‘부동산’과 ‘교육’을 든다. 부동산과 교육은 가계생활비 지출 항목 1위, 2위이다. 나는 그간 주거비와 사교육비 지출의 크기를 주목했다. 근데, 다른 중요한 측면은 ‘모든 국민이 참여자인 정책이슈’라는 점이다. 게다가 지출 비용까지 매우 큰.
부동산이 아주 좋은 경제 선행지표인 것은 미국 경제에서 통계적으로 입증된 것이다. 아래 두 그림은 1818년부터 2008년까지 미국의 경제통계에서 지가 사이클 고점, 건축물 사이클 고점, 경기 사이클 고점을 서로 비교해 보여준다. 이를 18년 주기설이라고 한다는데 매우 놀라운 자료였다.
김효진 이코노미스트는 이러한 가설을 한국경제에 적용한 자료를 제시하진 않았다. 이를 한국경제에 적용한 사례가 있는지 궁금해졌다. 혹시 아시는 분 있으면 알려주셨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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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기적인 수준에서, 한국 부동산시장의 가격 결정 요인은 무엇이었을까? 그것은 한마디로 공급이다. 수요도 아니고 공급이다. 책에서는 이를 조금 더 자세하게 다룬다. 공급이 부족했던 대구시의 부동산 가격이 전국에서 가장 많이 오른 반면, 인구(수요)가 급증했던 세종시의 부동산 가격은 대동소이했던 것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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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장기적으로 부동산 시장의 가격 결정 요인은 무엇일까? 실은 질문 자체가 매우 흥미롭고, 매우 이코노미스트스러운 질문이다. 김효진은 이 질문의 대답을 위해 영국, 뉴질랜드, 대만 사례를 보여준다.
일본, 미국, 한국 같은 나라들은 주가가 부동산보다 더 많이 상승했다. 그런데, 영국-뉴질랜드, 대만은 부동산이 주식보다 더 많은 상승한 예외적인 나라이다. 이들 나라는 왜 부동산이 주가보다 많이 상승했을까? 그 해답은 ‘외국 자본 유입’이다. 그리고 그중에서도 ‘중국-화교 자본 유입’ 여부이다.
영국, 뉴질랜드, 대만의 공통점이기도 하다. 한국의 경우 제주도가 그 사례에 포함된다. ‘외국 자본 유입’ 입장에서 가장 중요한 변수는 ▴투자이민제도 ▴간소한 조세제도 ▴수익률이다. 영국-뉴질랜드-대만의 공통점이다. 반면 한국은 제주도를 제외하고는 투자이민제도의 매력이 없고, 조세제도는 복잡하고, 수익률의 매력도 약한 편이다. 즉 장기적으로 외국자본 입장에서 매력 있는 부동산 시장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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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부동산 책을 통해 안 사실인데 외국의 주거비는 엄청나다. 소득의 절반 가까이를 월세로 부담하는 나라가 적지 않다. 한국은 그나마 소득대비 주거비가 저렴한 나라에 속한다. 서민들 입장에서도 그렇다. 그 핵심은 전세제도 때문이었다.
그러나 최근 부동산에서 벌어지는 가장 특징적인 변화는 ‘전세의 월세화 현상’이다. 그럼 정책을 고민하는 사람들은 한 축은 ‘부동산 시장 안정’이 중요하지만 다른 한 축은 ‘월세 세입자에 대한 실효적인 대책’을 내놓을 필요가 있다. 그래서 기존의 공공임대주택의 장단점과 뉴스테이의 장단점을 비교하는 공부가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월세비 부담과 비교할 때 주택담보대출을 받더라도 자가소유가 더 저렴하다는 것을 알았다. 그럼 가계부채 문제를 단순 총액 중심으로 접근하는 것은 신중해야 하거나, 혹은 바람직하지 않을 수 있겠다.
원문: 최병천의 페이스북